[폭식 칼럼] 제 1화. 소고기 화로구이
불멍에 대하여
작년에 유행했던 단어들을 떠올리다가 우연찮게 '불멍'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수많은 한국인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한 이후로 한동안 코로나 블루를 겪었고, 이로 인해 그들의 심장을 녹여줄 만한 유행어들이 속속 생겨났다. 그중 하나가 바로 '불멍'이며, 흔히 불멍을 때린다는 표현을 즐겨 쓰곤 한다.
그러나 서울 한복판에서 불멍을 때릴 만한 장소를 찾기란 쉽지 않다. 캠프파이어를 하기에는 서울이 너무 비좁고, 가스레인지를 켜놓고 불멍을 때리기에는 세상이 그렇게 안전하지만은 않다. 그리하여 발견한 곳이 바로 소고기 화로구이집이다.
소고기 화로구이
누군가 불멍을 때리기 위해서 화로구이집을 찾아간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확률이 99%이다. 분위기 좋은 화로구이집은 90,000원(인당) 정도 값이 나가며 아무리 값싼 가성비 화로구이도 40,000원(인당) 정도 지불해야 맛볼 수 있다. 그 정도의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불멍을 때리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소고기가 주는 감동적인 맛의 향연은 하루 종일 쌓인 피로를 잠시나마 싹 잊게 해준다. 최근 들어 유튜브나 각종 블로그에서 후라이팬으로 소고기를 맛있게 굽는 법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 오일을 넉넉히 둘러 표면을 고루 익힌다든지, 마이야르 반응을 일으켜 감칠맛을 끌어올린다든지 등의 내용 말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후라이팬과 오븐으로 아무리 지지고 볶아도 화로 위에서 구워먹는 게 소고기 본연의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방식인 것 같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도마3'과 '우시야'는 서로 소고기 화로구이라는 공통된 음식을 제공하지만, 분명한 차이점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두 음식점 모두가 하루 8시간 근무로 쌓인 피로를 깜빡 잊게해줄 만큼 환상적인 맛과 분위기를 자랑한다는 것이다.
도마3
(이전) 둘이서 (2인 세트) - 49,000원
(현재) 도마3 커플 세트 - 69,000원
'도마3'은 비교적 값싼 가격에 소고기를 즐길 수 있으며, 스스로 고기를 굽는 형식의 음식점이다. 젊은 세대의 감성을 정확하게 간파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도마3'의 또 다른 장점을 꼽자면 맛이다. 소고기 등심과 양념 갈비살의 맛은 물론 된장찌개를 포함한 모든 밑반찬들의 맛이 훌륭하다. 고기를 스스로 구워야 하기 때문에 대화에 집중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지만, 어찌보면 고기를 굽는다는 오락적인 요소를 가미하였다는 점에서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이날은 우연찮게 약속이 생겨 퇴근길에 도마3을 방문하게 된 날이었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였기 때문에 자리에 앉기 전부터 행복했지만, 하루 종일 쌓인 피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조금은 과장된 표현일지도 모르지만) 소고기 등심을 한 입 먹는 순간 피로가 사라졌고, 양념 갈비살을 맛보더니 이내 활짝 웃기 시작했고, 된장찌개를 먹고 나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배를 통통 두들기며 유유히 음식점을 빠져나왔다.
우시야
우시야 A코스 - 89,000원 (인당)
우시야는 도마3에 비해서 조금 고급화된 음식점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그 이유로는 첫째, 맛 자체가 조금 더 단정하고 탄탄하며, 둘째, 소고기를 직원분들께서 구워주신다. 굳이 마지막 이유를 대자면 비싼 가격이나 서비스를 꼽을 수 있겠다.
맛이 단정하다는 것은 누구나 호불호 없이 먹을 수 있으며 코스의 처음부터 끝까지 맛의 밸런스가 잘 관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름진 고기가 주는 느끼함 혹은 양념이 잘 밴 고기가 주는 달달함은 양날의 검으로서 언제, 얼만큼 먹는지에 따라 꿀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부위들을 제공하는 순서, 중량들을 잘 관리해주는 것이 맛의 단정함을 결정짓는다.
맛이 탄탄하다는 것은 부위에 따른 다양한 맛으로 입을 즐겁게 해주되, 어느 하나 맛이 뒤쳐지지 않고 모두 훌륭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무리 비싸고 인기가 많은 음식점일지라도 맛이 탄탄하기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주방에서 얼마만큼 손님들의 식사에 신중을 가하는 지가 맛의 탄탄함을 결정짓는다.
[폭식 칼럼] 제 1화. 소고기 화로구이 - 도마3, 우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