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니짜장 Jun 23. 2021

음식을 앞에 두고 대화하는 법

[폭식 칼럼] 제 2화. 오마카세

대화의 기술

    어느 자리든지 사람과 사람이 만나 대화를 이어나간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스스로가 가진 가치관과 신념 중에서 모나지 않은 부분만을 전달해야 하고, 상대방이 내뱉는  속에서 공감대를 찾아 웃음으로 화답하는 일의 연속이다. 오랫동안 함께 지내오거나, 자라온 환경이 비슷하면 이러한 과정을 손쉽게 가져갈  있지만, 런 경우는 흔치 않다.

    대화에 소질이 있다 하는 사람들은 첫만남에 공감대를 형성할 만한 소재를 찾는다. 취미, 나이대, 직장 생활 등이 있겠지만 그들이 가장 의지하고 있는 소재는 바로 음식이다. 음식에 관해서는 할 이야기가 무궁무진하고, 적당히 시선을 분산시켜주기 때문에 어색함도 덜하다. 또한 상대방이 맛있는 음식을 먹음으로써 느끼는 즐거움이 곧 그들을 향한 호감으로 바뀐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렇듯 음식은 적지 않은 경우에 대화의 소재로 활용되곤 한다.

    대부분 음식이 대화의 소재로 쓰이지만, 반대로 대화가 음식의 소재로서 활용되는 경우도 있다. 주객이 전도되었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간혹 음식에 관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그 뿐만은 아닐지라도, 음식의 맛을 음미함과 동시에 그 안에 담긴 재료들의 조화, 셰프님의 철학 등을 함께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한 편에서는 미식가라고 부르지만, 그저 요리를 좋아하고 요리에 진심인 사람들이다.


오마카세

    요리에 관한 대화를 1시간 반 내내 나눌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오마카세다. 오마카세는 쉽게 설명하자면 '주방장 특선 코스'이다. 다만 일반 코스 요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요리 하나하나를 셰프님께서 눈 앞에서 만들어주시고, 요리에 담긴 아이디어, 이야기 등을 대화로써 제공해주신다.

    오마카세 중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존재한다. 그 중에서 오늘 다룰 주제는 바로 사시미/ 스시 오마카세이다. 사시미/ 스시를 오마카세 형식으로 운영하는 지점을 흔히 스시야라고 부른다. 스시야에서 제공하는 오마카세는 평균적으로 10개에서 20개 정도의 요리를 제공하며, 초반부에는 츠마미(가벼운 해산물 요리), 후반부에는 스시가 제공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모든 요리에는 셰프님의 정성과 철학이 담겨 있으며 다양한 조리법을 거치면서도 최상의 신선함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스시야의 가격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비싸다.

    가격이 비싼 만큼 서비스의 질이 매우 높다. 더불어 음식에 관하여 셰프님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음식은 아는 만큼 보인다. 해산물 역시 아는 게 많을 수록 더 섬세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스시 세이류

디너 오마카세  - 90,000원

차완무시(계란찜), 대부분의 스시야는 특색 있는 계란찜으로 시작한다.
문어를 부드럽게 조려 토란과 함께 제공된다.
우니를 옥돔으로 말아 해삼 내장과 함께 나온다.
다양한 츠마미를 한 데 모았다.
참돔을 두툼하게 썰어 실파를 넣은 초밥이다.
금태 구이이다.
아지(전갱이) 초밥에 생강을 살짝 올려주셨다.
아나고(장어) 초밥이다.
가리비 관자에 우니 크림을 올려주셨다.

    세이류는 디너 90,000원에 15가지 이상의 요리(츠마미+스시+후식 등)가 제공되는 스시야다. 가격으로 따지면 미들급(하이엔드급은 평균적으로 디너 기준 20만원 이상에 육박한다.) 스시야라고 할 수 있지만, 가격에 비해 제공되는 츠마미와 스시의 퀄리티가 아주 좋다. 더 나아가 셰프님들의 화려한 말솜씨와 친절한 서비스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세이류에서 눈여겨볼 만한 점은 츠마미에서 스시로 넘어가기 전에 입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과정이 매끄러워 텁텁함과 느끼함을 느낄 틈이 없다는 것이다.


[폭식 칼럼] 제 2화. 오마카세 - 스시 세이류

작가의 이전글 도마 위의 작은 행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