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이긴 한데

갈대엄마(1)

by Jamie

아이가 아침에 밥그릇을 깼다. 얇은 코* 그릇은 신기하게도 잘 안 깨지지만 깨졌다 하면 아주 날카롭게 깨진다.

화장대에 앉아 출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소리가 들려서 괜찮냐고 물었더니, -깨졌어요. 한다. 예상도 못했고 믿고 싶지도 않은 대답이었다. 현장에 가보니 상황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안 좋았다. 식탁에서 내려오던 아이가 팔로 그릇을 쳐서 떨어졌다. 의자와 바닥에 사방으로 그릇 조각과 남은 참치계란밥이 흩어져 있었다.

파편 가까이에 서 있는 아이는 다친 곳이 없었다. 가까이 오지 말라고 말하고 쪼그려 앉아 치우려는데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출근시간이 다가오는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효율적으로 치울 수 있을까. 시간에 쫓기면 화가 난다. 안 다친 걸 알자 화가 나다니 내 마음이 간사하다. 아이에게 어쩌다 깼냐 물었다. -그러게 엄마가 식탁에 팔꿈치 올리지 말라고 매일 말하잖아. 너는 왜 조심하지 않고 자꾸 뭘 떨어트리니.

아이 표정이 계속 슬퍼졌고, 내 표정은 아마 계속 사나워졌을 거다.

일단 다시 화장대로 가서 출근 준비를 마치며 마음을 다스렸다. 주방에 돌아가 차근차근 치우기 시작했다. 쓰레기봉투에 그냥 담으면 안 되니 파편 담을 종이봉투를 가져왔다. 큰 파편들을 손으로 주워 담고 작은 것들과 음식물은 키친타월로 쓸어 담았다. 그러고 나서 사고현장을 한 번 닦았다. 아이가 곁에 오자 말했다.

-이럴 땐 엄마에게 뭐라고 말하면 되니?

-깨뜨려서 죄송해요.

-그래 그렇게 말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야. 네가 안 다쳤으니 됐어.


바로 출근길에 나섰다. 아이도 등교했다. 운전하는데 아까 상황이 다시 떠올랐다. 아이 키우며 만나는 상황과 감정을 오롯이 둘이서만 겪어내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누군가 하나 있어주면 아이도 나도 긴장감이 좀 덜할 텐데. 아이 키울 때 꼭 도움이 아니더라도 주변에 사람이 있으면 좋은 이유다.

점심을 먹으며 동료에게 아침 일을 얘기했다.

-그래도 화 안 내고 잘 넘겼네.

-화 안 내긴. 부글부글 하더라.

말하며 웃고 나니 마음이 좀 가벼워졌다. 아이도 이번 기회로 죄송하다 말하는 걸 배웠을 것이고, 식탁에 팔 올리지 않으려고 더 신경을 쓸 것이다.

저녁에 고깃집에서 외식을 했다. 남편에게 아침 일을 얘기했더니 아이를 보고 -놀랐겠다, 안 다쳤으니 됐다, 한다. 아침에 바쁘게 치웠을 나에 대한 생각은 안 드나 보다. 그걸 또 바빴네 어쨌네 말하지 않으면서 알아주길 바라는 내가 잘못이다.

피곤한 남편은 집에 와서 일찍 방에 들어가 잠자리에 들었다. 주방 식탁에서 아이 공부를 봐주고 뒷정리를 하는데 발바닥이 아팠다. 발을 뒤집어 보니 아주 작아서 눈에도 잘 안 보이는 유리파편이 박혀 피가 나고 있었다. 아이에게 핀셋 좀 가져다 달라고 했다. 잘못하다가는 더 깊이 들어갈 것 같았다. 그렇게 되면 밤중에 병원을 가야 하거나 일이 귀찮아진다. 아픈 것보다 귀찮은 게 더 싫다. 신중을 기해 한 번에 잡아 뽑았다. 청소기를 꺼내 다시 주방 청소를 했다. 아이에게 엄마는 이제 씻고 나올 테니 먼저 누워 자고 있으라고 했다. 아이가 다가와 안아주며 -나중에 옆에 와서 누워있다 갈 거죠? 한다.

씻고 나와 빨래를 두러 세탁실에 가는 길에 주방이 있다. 발바닥이 또 아팠다. 아까보다 더 큰 파편이었다. 다행히 박히지 않았다. 아이가 아닌 내 발이라서 다행이다 싶었다.


다행이긴 한데 외로웠다. 나는 매일 여러 가지 역할을 담담하게 해내고 있는데 하루의 끝에는 그것들이 모여 보람으로 채워지지 않고 파편처럼 흩어져 머무른다. 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