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방가의 금기, 인공지능에 의해 부활하다.
일본에서는 중세시대부터 본인방本因坊이라는 직위를 두어 바둑을 관리해왔다. 본인방 가문은 당대 최고수로서 비기들을 전해오며 일본바둑의 본가로 전승되어 왔다.
근대로 넘어오자, 본인방 가문에 대한 전설과 위상이 무너지면서, 급기야, 일본에서 활약하는, 대만출신 천재기사 오청원吳淸源이 본인방과 건곤일척의 대국을 펼치게 되었다.
오청원은 기타니 미노루木谷実와 지옥계곡에서 연구한 신포석新布石으로 당대에 선풍을 일으키던 떠오르는 태양이었다. 이 대국은 전국적인 관심을 끌게 된다.
그 대국에서 오청원이 그 첫수를 '삼삼'에 착점했다. 그러자 난리가 났다. 언론에서는 불경하다고 했다. 왜냐하면 삼삼이라는 곳은 본인방가에서는 금기禁忌로 전해오던 자리였기 때문에, 금기를 깼다는 점, 그리고 그 금기를 감히 본인방과의 대국에서 첫수로 두었다는 점에서 파란을 일으켰다. 전설로 내려오던 고수가문의 적자嫡子와 바둑을 두는 젊은 오청원의 패기와 기세는 대단했었던 것 같다.
그럼 삼삼이란, 어떤 곳인가?
바둑은 통상 귀를 선점하며 시작한다. 전략적으로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 첫수로 귀에는 화점花點, 소목小目, 외목外目, 고목高目이 있지만 삼삼三三도 그러한 수 중에 하나였다. 다른 지점과 달리 삼삼은 단 한수로 귀를 장악할 수 있는 곳이다. 반대로 삼삼은 온갖변화가 일어나는 곳으로 중,하수가 언제나 어려워하는 지점이다. 고수 역시 삼삼칩입의 타이밍은 언제나 난해하고 방어하기도 쉽지 않은 곳이다. 접바둑에서도 하수가 고수에게 항상 당하는 곳이다.
그렇다면 '삼삼'하면 떠오르는 기사는 누구인가? 바로 오청원의 뒤를 이어 천하를 제패한, 귀수, 마수의 천재, 날카롭고 파고드는 기풍으로 면도날이라 불린 사카타 에이오坂田栄男였다. 사카타는 삼삼을 즐겨쓰며 당대를 호령했다.
그러다가 현대바둑으로 넘어오면서 삼삼은 외면받게 되었다. 삼삼의 단점은 너무 실리에 치우쳐서 중앙으로 발전성이 떨어졌기 때문에 점차 그리고 완전히 잊혀졌었다.
그런데 알파고가 요즘 오프닝으로 삼삼에 두고 있다. 또한 때이른 시점에 상대의 삼삼을 파고든다. 이것은 그간의 가치관에서는 어긋나는 점이었다. 그러나 삼삼은 이제 알파고의 상징적 수법이 되었다. 삼삼을 장악하며 알파고는 완벽한 바둑으로 승승장구한다. 무엇보다 중앙경영을 구사하는 알파고가 중앙의 발전성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사양되었던 삼삼을 즐겨사용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흥미롭다. 커제柯潔와 알파고의 대국에서 1국에서는 커제가 알파고의 수법을 역으로 사용하여 귀에 삼삼을 두며 바둑을 열었다(두번째수). 2국인 오늘 알파고 역시 삼삼을 두면서 바둑을 시작했다(두번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