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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Jul 01. 2022

혈구지도 絜矩之道

내 마음을 살펴서 남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


혈구지도

絜矩之道


대학(大學)에 나오는 말입니다.

혈구(絜矩)라는 것은 나무나 쇠를 이용해 90도 각도로 만든 'ㄱ'자 모양의 자를 말합니다. 목수들이 'ㄱ'자 모양의 '곱자'를 가지고 치수를 재어 집을 짓듯이 자신의 마음의 '곱자'를 가지고 남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데서 비유된 고사성어입니다.


대학(大學) 제10장 [治國平天下章篇]을 살펴보면,

所謂平天下 在治其國者 소위평천하 재치기국자

上老老而民興孝 上長長而民興弟 상노노이민흥효 상장장이민흥제

上恤孤而 民不倍 是以 君子有 絜矩之道也. 상휼고이 민불배 시이 군자유 혈구지도야.


所惡於上 毋以使下 所惡於 下毋以事上 소오어상 무이사하 소오어하 무이사상

所惡於前 毋以先後 所惡於後 毋以從前 소오어전 무이선후 소오어후 무이종전

所惡於右 毋以交於左 毋以交於右 此之謂 絜矩之道. 소어어우 무이교어좌 무이교어우 차지위 혈구지도


이른바 천하를 평화롭게 하는 것은 그 나라를 다스리는 데 달려 있다.

윗사람이 노인을 노인으로 섬기면 백성들 사이에 효가 흥할 것이고

윗사람이 연장자를 연장자로 여기면 백성이 이를 따라 행할 것이고

윗사람이 고아를 불쌍히 여겨 구휼하면 백성이 배반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까닭에 군자는 혈구의 도를 지켜야 하는 것이다.


윗사람에게 싫었던 것으로 아랫사람을 부리지 말고

아랫사람에게 싫었던 것으로 윗사람을 섬기지 말며

앞사람에게 싫었던 것을 뒷사람에게 하지 말고

뒷사람에게 싫었던 것을 앞사람에게 하지 말며,

오른쪽 사람에게 싫었던 것으로 왼쪽 사람과 교제하지 말고

왼쪽 사람에게 싫었던 것으로 오른쪽 사람과 사귀지 말라.

이것이 '혈구의 도'라 할 것이다.


즉, 혈구지도를 오늘날의 상황으로 다시 풀어본다면,

한편으로는 상대방과 나의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라는 뜻의 역지사지(易地思之)와도 일맥상통하는 말입니다. 


상관으로 부터 받은 스트레스를 부하에게 그대로 행하지 않는 것. 부하에게 받은 그대로 상관을 대하지 않는 것. 선배와 후배, 동료등 사이에서 서로 오가는 언행들 중 내가 느끼기에 좋지 않았던 것들을 그대로 행하지 않는 것이 바로 '군자의 도'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죠. 


공자(孔子)는 논어(論語)에서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행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어진 일이다'라고 했습니다. 이것은 '내가 받고 싶은 대로 행하라'는 것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요. 다른 이의 행동 유발을 원하는 적극성을 가지고 '남에게 받고 싶은 대로 행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이의 허물을 감싸주면서 상대방의 입장과 마음을 이해하려는 더 넓은 의미에서 '혈구지도(絜矩之道)'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는 '나 자신'을 '올바로 재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혈구(絜矩)라는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죠. 나를 먼저 재단하지 않고 다른 이를 재단한다는 것은 '비난'과 '비판'만 앞세우게 될 것입니다.


상대방의 허물과 잘못을 들춰내고 비판하기에 앞서 '나는 상대방의 허물과 비판함에 자유로운가?'라고 먼저 질문을 해야합니다. 대선을 앞둔 정치인들이 상대방 후보의 잘잘못을 끄집어 내기 바쁘고, 상대 정당을 헐뜯고, 인사 개편에 제동을 걸고, 동료 선수들을 헐뜯어 추락시키고, 선배가 후배를, 후배가 선배를 중상모략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합니다. 그리고는 덫에 덜커덕 걸립니다. 바로 '자신'도 그 잘못의 '주인공'이 되어 있는 것이죠. 차라리 잘못을 들춰내기 보다 내가 해야할 일에만 집중했더라면, 타산지석(他山之石)을 삼아 오히려 올바른 본을 보였더라면... 어땠을까요? 


사실, 남의 잘못을 지적하고 들춰내기는 쉽지만 '자신을 올바른 잣대로' 재는 것은 어렵습니다. 다른 이의 허물은 보여도 '내 눈의 들보'는 볼 수 없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오랜 지혜자들은 자신을 먼저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군자(君子)가 갖추어야 할 혈구지도(絜矩之道)입니다.


혈구지도(絜矩之道)

남을 보기 전에 먼저 나를 돌아보고 '재단'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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