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을 공부하는 이유(01)
수학 이야기를 꺼내면 대부분의 반응은 한결같이 '아~ 정말 수학은 어려워요~ 수학 잘하는 사람 부러워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전환하는 것이 보통이다. 수학이라는 과목이 주는 따분함과 어렵다는 인식은 회피하고 싶은 대화 주제이기 때문이다.
나는 수학을 전공하고 대학을 졸업한 이후 지금까지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다른 과목보다 수학을 좋아해 지금까지 자연스럽게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렇다 보니 다양한 학생들과 부모님들을 만나면서 인생 경험을 하게 되는 좋은 배움터가 되어 주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어렸을 때, 이런 질문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종종 아이들에게 이런 질문을 받기도 한다.
"왜, 수학을 공부할까요?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 정도만 잘해도 살아가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데.... 돈 계산하는데 굳이 수학이 필요한가요? 은행 계좌 조회하는데 수학을 잘할 필요는 없잖아요..."
아마도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이런 질문을 던졌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이 당시에는 상당히 의미 있고 진중한 문제였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어른이 되고 학부모가 되면서 수학을 왜 배우는 가에 대한 근본 핵심보다 학교에서 당연히 공부해야 하는 주요 과목쯤으로 생각할 것이다. 수학 성적이 좋아야 대학을 갈 수 있다는 평범한 생각이 더 지배적일 테니 말이다.
이러한 궁금증과 질문은 기억 속에서만 살아있지 않다. 수학을 배우는 학생들, 바로 자녀들이 부모인 우리에게 던질 수 있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수학을 왜 배워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아이들이 던진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대답을 해야 할까?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높은 내신성적을 받기 위해?, 안 하면 안 되니까?"
이러한 분명하지 못한 대답은 아이들에게 의무감만 안겨줄 뿐, 동기부여는 될 수 없다. 수학은 그저 고리타분한 과목으로 전락하고 억지로 해야 하는 주요 과목에 불과해 수학이 주는 진정한 의미를 발견할 수 없게 된다. 아이들에게 조금 더 분명한 동기부여와 수학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한다면 지금까지 수학에서 받는 딱딱함을 벗어나 조금 더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수학자들은 철학자이기도 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피타고라스, 오일러, 가우스, 데모크리토스, 제논 등 우리가 지금까지 들어왔고 알고 있던 철학자들이 거의 수학자였다는 사실은 수학은 분명 철학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이들은 세상과 자연의 이치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깊은 통찰을 하며 살았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모든 것에 질문을 던졌고 깊이 생각했고, 그에 대한 답을 추구했다. 그러한 까닭에 자연의 원리와 법칙들이 밝혀지고 이해가 되면서 지금의 과학적 성과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그만큼 수학은 깊은 생각에서 출발한 학문이며 현대가 가지고 있는 과학의 발전의 토대가 되었다는 것을 생각할 때 수학을 왜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제시할 수 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제자였던 플라톤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스승이기도 하다. 그는 모든 만물이 우주, 물, 불, 공기, 흙의 다섯 원소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후 이론을 정립해 정다면체 개념을 완성했다.
아르키메데스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였다. 그는 원과 원주율, 부피 등을 계산하는 원리를 연구했다. 그는 가장 완벽한 동그라미를 궁금해했다. 특히 그가 남긴 유명한 일화 가운데는 목욕탕에서 흘러넘치는 물을 보면서 금관의 무게를 재는 방법을 알아내기도 했다.
또한 자신이 몰두하고 있는 원을 밟고 있는 로마 군대장관에게 "내 원을 밟지 마시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리슬 철학자이자 수학자로 대표되는 피타고라스는 우주의 모든 만물은 수로 나타낼 수 있다고 정의를 내렸다. 그래서 자연수, 정수, 유리수, 무리수의 개념이 정립될 수 있었다.
독일의 수학자 가우스는 수에 대한 개념을 정립했다. 가우스는 실수의 개념을 화장한 복소수의 개념을 도입했고 이로 인해 천문학, 미분기하학에 이르기까지 현대 과학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이론을 정립했다.
고대 철학자들을 통해 살펴보았듯, 하나의 생각에서 시작된 의문들이 자연의 법칙과 섭리를 발견하게 하고 오늘날 아주 복잡하게 펼쳐지는 과학적 이론으로까지 발전해 왔음을 보았다. 생각의 힘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편리한 삶을 살 수 있었을까?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생각의 깊이가 깊은 사람은 여러 가지 경우를 대비할 수 있어 실수가 덜하고 자신에게 더 이로운 방향으로 삶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이처럼 생각이 갖는 힘은 사용하기 따라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것은 삶의 질적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좋은 도구인 셈이다.
이처럼, 수학은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학문으로 생각을 통해 주변을 관찰하는 힘을 기르고 그로 인해 더 나은 삶을 살아가게 하는 힘을 길러주는 학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