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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호 Oct 24. 2024

골방서 민원인 맞는 검찰, 딴짓 하는 검사까지

오마이뉴스 게재, <얼굴 없는 검사들> 서평

[김성호의 독서만세 164] 최정규의 <얼굴 없는 검사들>


ⓒ 연합뉴스관련사진보기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검찰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범죄를 수사하고 공소를 제기한다는 이야기 정도는 나오겠으나 국민의 안녕과 인권을 지키는 기관이란 얘기를 듣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통계청이 올해 발간한 2021 한국의 사회지표에서 검찰은 법원과 경찰보다 낮은 신뢰도 평가를 받았다. 2016년 이래 형사사법기관 중 내리 신뢰도 꼴찌를 기록한 것이다.


검찰 홈페이지에선 검찰이 뭘 하는 기관인지 명시해두고 있다.


'우리 사회의 법과 질서를 바로 세우고 국민의 안녕과 인권을 지키는 국가 최고 법집행기관으로서, 각종 범죄로부터 국민 개개인과 사회 및 국가를 보호하는 것을 기본 임무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설명을 읽어나가며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건 오직 나 혼자만이 아닐 것이다. 큰 건과 작은 건을 막론하고 검찰이 국민을 소외시켜왔다는 평가를 받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권력과 돈을 쥔 자들의 범죄에는 눈을 감고 힘없는 이들을 울리는 검찰의 행태가 이미 보도된 것만도 수두룩한 게 현실이 아닌가.


변호사 최정규는 검찰이 시민을 대하는 자세를 민원실 풍경을 들어 설명한다. 서울지검 민원 전담관실에서 군 대체복무를 한 그는 '햇볕이 들지 않는 어두컴컴한 지하 단칸방'에서 민원인을 맞이하며 많은 생각을 거듭했다고 술회한다.


민원 전담관실이 햇볕도 잘 들고 경치도 좋은 곳에 위치해 있으면 이분들의 마음이 조금은 풀어지지 않을까? 햇볕이 가장 잘 들고 경치가 제일 좋은 방이 검찰청 민원실이 되어 가뜩이나 억울해서 찾아온 시민들이 따뜻하고 경치 좋은 곳에서 잠시 쉼을 누리고 가시면 좋으련만.  


▲얼굴 없는 검사들책 표지 ⓒ 블랙피쉬관련사진보기

   

국민의 인권을 위해 일한다?


그 기대가 무색하게 서울지검은 15년이 지난 현재까지 여전히 지하 단칸방, 낮은 조도의 조명 아래서 민원인을 맞이하는 상황이다. 새로 청사를 지은 서울고등검찰청 역시 민원실만큼은 신청사가 아닌 중앙지검 지하 1층에 그대로 두고 있다. 억울하여 찾아온 민원인을 청사에서 가장 보잘것없는 공간에서 맞이하는 기관이 어떻게 국민의 인권을 위해 노력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최정규 변호사의 신작 <얼굴 없는 검사들>은 국민에 충실하지 않은 검찰의 이야기를 다룬다. 기소권과 수사권을 독점하고 이를 제멋대로 휘둘러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거스르는 검찰의 행태를 지적한다. 변호사로, 법무부 공무원으로 보고 듣고 겪은 일들이 그 소재로 쓰인다.


이 책에서 검찰은 힘없는 이들이 신청한 절차는 열어주지 않고, 고소장 접수도 잘 받아주지 않으며, 수사기록조차 충실히 제공하지 않는 기관이다. 재판 중에 딴 짓을 하는 공판검사가 있고, 가해자에게 제대로 된 법을 적용해 기소하지 않으며, 제 식구 감싸고 봐주는 데 익숙하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검찰의 흑역사라 할 사건들이 여럿 소환되는 가운데 언론지상에서 만나본 사건들이 그저 개별사건이 아닌 검찰 조직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하고 있음을 알게끔 한다.


유령수술, 장애인 착취... 면죄부 주는 검찰


인상적인 대목은 역시 깊이 다룬 사건들이다. 유령 대리수술 사건들과 지적장애인 노동력 착취 사건들, 임금체불과 성폭력 사건 등에서 검찰의 무성의하고 무기력한 처리를 도마 위에 올린다.


인천의 척추병원과 서울 강남권의 성형외과 등지에서 확인돼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유령수술 사건에서 검찰은 유령수술은 상해가 아닌 사기며, 업무상 과실치사 등으로 다룬다. 이익 극대화를 위해 환자에겐 알리지 않은 채 의사를 바꿔치기 하고 아예 비의료인이 수술을 대신하도록 하는 등 의료윤리까지 저버린 행태를 실수 정도로 치부하는 것이다. 과연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기관이라면 이런 법적용을 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황당한 결정들이 책 안에 상세히 등장한다.


10년 넘게 유령수술을 추적해온 성형외과 전문의이자 시민단체 닥터벤데타 대표 김선웅씨는 이 책에 대해 "우리 사건은 검찰 밥상에서 돈도 안 되는 버려지는 반찬이 될 수 있고 탐욕스러운 가해자에게 한 끼 식사가 되어 먹힐 수도 있다고 저자가 알려주는 듯하다"라고 평했다. 책이 오싹한 스릴러처럼 읽혔다는 그에게 검찰은 언제쯤 국민을 수호하는 기관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피해자를 울린 자에게 봉사하며 선택적 정의를 내세우는 검찰의 모습이 정의로운 검사보다 훨씬 더 익숙하게 다가오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대통령 당선 이후 측근 수사가 흐지부지되고 야당 인사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망이 조여 오는 모습은 법이 만인에게 평등하며 검찰은 중립적 기관이란 원칙을 무색하게 한다.


검찰 출신 대통령과 검찰 출신 각료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2022년 한국에서 <얼굴 없는 검사들>의 경고가 그저 경고만으로 읽힐 수는 없는 일이다. 이 책이 기대는 것도 궁극엔 눈 뜬 시민들의 집결이며 감시다. 결국 독자가 시민이 되는 것, 그것이 이 책의 목표다.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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