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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칼럼

별에서 온 OO

언론사 입사준비 20

by 김성호

<별에서 온 그대> 특별기획전이 지난 17일 막을 내렸다는 소식이다. 6월 10일 서울 동대문 디지털 플라자(DDP)에서 개막한 이번 전시회는 한 달이 넘는 전시기간 동안 매일 1500명 가까운 관람객이 찾아 한국 드라마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별에서 온 그대>는 2013년 1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3개월 간 방영된 SBS 드라마다. 우연한 계기로 지구에 남겨진 외계인 도민준이 지구인과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이기심으로 가득한 인간들 가운데서 고고하게 살아가던 그가 지고지순한 사랑과 관심으로 한 여자를 위기로부터 지켜낸다는 내용이다. 별에서 온 남자가 인간들과 달리 순수하고 지고지순하다는 설정은 주인공이 가진 초현실적 능력과 함께 드라마의 인기요인이었다.


<별에서 온 그대>가 떠난 이후에도 지구에는 별에서 온 인물들이 계속해서 등장했다. 그들은 우리 가운데 하나가 아니었으며 범접하기 어려울 만큼 거룩하고 의롭거나, 갑자기 나타난 이방인이나 침입자처럼 보였다. 며칠 전 방한한 교황 프란치스코와 <명량>의 이순신이 대표적이다. 취임 이후 울림있는 행보를 보이며 프란치스코 신드롬을 일으켰던 교황의 방한은 처음부터 남달랐다. 매체들은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그대로 옮겼고 그가 어떤 차를 타고 어떤 의자에 앉았으며 심지어는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일거수 일투족을 앞다퉈 보도했다. 더없이 고귀하고 아름다운 인물의 짧은 강림을 보는 듯했다.


이순신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영화 <명량>이 흥행한 이후 이순신의 리더십에 대한 수많은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 내용은 대개 고난과 역경 속에서 그가 보인 영웅적 결단을 부각시키고 현실적 리더십과 대비하는 것들이었다. 춘원 이광수에 의해 성웅으로까지 치켜세워져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조선의 무능하고 구태한 현실을 암담하게 그려내는데 일조했던 이순신의 신화가 다시 한 번 쓰이는 듯도 했다. 그는 홀로 조선의 바다를, 조선을 지켜냈고 우리는 또 한 번 그와 같은 신화적 영웅들을 필요로 하므로.


별에서 온 사람은 이들 뿐이 아니다. 얼마 전 세간을 뜨겁게 한 윤일병 살인 사건의 가해자들 역시 별에서 온 이들이었다. 내무반 후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상습적이고 비인간적인 구타행위를 일삼아 마침내 죽음으로 몰고간 가해자들, 그들은 시대의 악당이자 우리사회 어디에서도 기른적 없는 돌연변이로 비쳤다. 그리고 윤일병은 운이 없어 그들을 만났고 고통받으며 죽어간 안쓰러운 지구인이었다. 그 어디에서도 그들이 우리와 같은 인간이며 어떻게 그와 같이 되었는지에 대한 내용은 찾을 수 없었다. 그들은 침입자이고 약탈자이며 무법자였다.


칼릴 지브란은 자신의 저서 <예언자>에서 '아무리 거룩한 사람과 의로운 사람이라 할지라도 / 그대들 하나하나의 마음 속에 있는 고귀함보다 높이 오를 수는 없는 것이고 / 그와 마찬가지로 아무리 악하고 약한 자라 할지라도 역시 그대들 각자 안에 있는 / 가장 낮은 곳보다 더 낮게 떨어질 수는 없는 것'이라 썼다. 프란치스코와 이순신도, 온갖 흉악한 범죄자들도 우리 사회가 길러냈다. 그들도 우리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지금까지 관측된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별은 알파센타우리로 4.3광년 떨어져 있다. 빛도 4년을 넘게 내달려야 도달하는 거리다. 별에서 온 존재는 아무도 없다.



2014. 8. 23. 토요일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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