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입사준비 23
아베노믹스가 종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야심차게 쏘아올린 세 개의 화살은 모두 부러지고 감당키 어려운 부채에 국가경제가 휘청이고 있는 것이다. 초기에는 양적완화와 재정확대, 성장전략이라는 세 개의 화살을 내세워 침체에 빠진 일본경제에 회복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도 있었으나 실질국내총생산, 경제성장률, 국가부채증가율, 종합주가지수 등 위험수위를 넘어선 각종 지표들은 아베노믹스가 실패했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실패는 일본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지난 7월 출범한 최경환 신임 경제부총리가 추진하는 경제정책이 아베노믹스와 꼭 닮아 있기 때문이다. 그 모양이 너무도 닮아있어 초이노믹스라는 별칭까지 얻은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경제정책은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요약할 수 있다. 내수활성화와 민생안정, 경제혁신이 그것이다. 아베노믹스의 세 개의 화살과 이름만 다를 뿐 돈을 풀고 규제를 완화해 경기를 부양시키겠다는 의도가 동일하다.
초이노믹스와 아베노믹스의 가장 큰 차이는 내수부진에 대한 대처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취임 직후부터 기업들이 쌓아두고 있는 돈을 가계로 풀어 소비를 촉진시키고 내수를 살리겠다고 밝힌 반면 일본은 최근에 와서야 최저임금 인상안을 통과시키고 가계소득 증대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내수부진에 대한 초동대처가 미흡한 상태에서 오로지 기업 중심의 정책을 펴온 일본과 달리 가계소득을 증대시켜 내수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시각은 여러모로 긍정적이다. 기업소득 환류세제와 배당소득 증대세제, 근로소득 증대세제의 3대 세제개편안은 기업의 이익을 사회전반으로 끌어내려는 2기 경제팀의 대표적인 정책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정책들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가계소득 증대라는 정책의 의도는 좋으나 정책 간에 일관성이 없고 수단도 적절치 못하기 때문이다. 우선 이들 정책엔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격차에 대한 인식이 빠져 있다는 점이 큰 문제다. 3대 세제개편안의 직접적 대상이 될 것으로 지목되는 건 대규모 사내유보금을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이다. 90%에 가까운 근로자가 중소기업에 종사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정책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따라서 대기업의 이익이 구조적으로 중소기업으로 흘러나가도록 만드는 방안이 대기업을 직접 규제하는 방안 못지않게 시급하다고 하겠다. 불합리한 경제구조를 개선하자는 취지의 경제민주화 관련 대안이 그 해답이 될 수 있겠으나 최경환 경제부총리에겐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실행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성을 담보하고 있던 LTV와 DTI를 완화한 것은 일관성 없는 정책추진의 대표적인 사례다. 가계부채가 사상최대치인 1040조원을 기록한 상황에서 가계부채를 늘이는 정책을 추진하는 건 근시안적이며 위험한 판단일 수 있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가 실질적인 내수 활성화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거니와 가뜩이나 문제가 많은 부동산 시장의 왜곡이 심화될 우려까지 있기 때문이다. 이보다는 최저시급 인상이나 비정규직 문제해결 등 가계의 실질임금을 올리고 고용안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시급하지만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한 쪽에선 민생안정과 가계소득 증대를 이야기하면서도 반대쪽에선 빛내서 집사라는 정책을 추진하는 등 일관성 없는 모습을 보이는 최경환 경제팀에겐 아베노믹스의 냄새가 강하게 풍긴다. 아베노믹스와 부러진 세 개의 화살은 더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2014. 9. 3. 수요일
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