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수습, 기자수첩 연습 1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정부의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하기 어려운 국민 개개인이 대표자를 선출하는 작업이 바로 선거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표자는 유권자의 주권을 위임받아 국정운영에 참여한다. 이것이 우리가 대의제 민주주의라 부르는 제도의 핵심이다.
선거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는 투표다. 유권자 개개인은 투표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지향을 밝힌다. 이렇게 전달된 민의는 대표자를 통해 국정에 반영된다. 더 많은 투표는 더 많은 생각이고 참여이며 가능성이다. 그러므로 한 표의 가치는 결코 작지 않다. 소중하다.
부재자투표와 사전투표는 투표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사람에 대한 배려다. 선거에서 소외되는 유권자를 단 한 명이라도 줄이고자 마련된 성숙한 제도다. 거대한 정치적 선택 이전에는 이토록 작은 배려가 존재한다. 이 같은 배려가 민주주의의 발전을 이끈다.
나는 파이낸셜뉴스의 18기 수습기자로서 4.29 재·보궐선거를 취재했다. 내가 맡은 지역은 인천 서구강화 을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지역이었기에 취재일 전날 밤 동기와 해당지역으로 이동했다. 이동시간을 줄이고 지역의 특성과 민심을 살피기 위함이었다. 자정 무렵 강화에 도착해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속 깊은 이야기를 들었다. 고맙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돌이켜보면 취재일 하루 일찍 해당지역으로 이동한 건 3일의 취재기간에 걸쳐 내린 결정 가운데 가장 잘한 선택이었다.
인천 서구강화 을 선거구는 독특한 지역이었다. 낙후된 농촌인 강화와 신도시로 계획·개발된 검단 지역이 하나의 선거구를 이루고 있었다. 강화엔 농업에 종사하는 토박이가 대다수였고 검단엔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많았다. 연령대와 정치적 성향도 판이했다. 전문가들이 이번 선거의 판도가 검단지역 젊은이들의 투표참여에 달렸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찾은 현장에는 젊은이들이 없었다. 절대적으로 소수였다. 우리가 만난 대학생들은 친구가 대부분 서울에서 지낸다고 말했다. 두 시간이 훌쩍 넘는 이동거리, 선거일과 대학교 시험기간이 겹친 점 등을 고려하면 합리적 선택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선 이들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 부재자투표가 이뤄지긴 했지만 안내가 부족하고 절차가 번거로웠다. 한 표가 지닌 무게를 고려하면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했다. 효율적인 홍보와 절차의 간소화를 이뤄낼 수 있는 여건을 가졌음에도 현실에 안주하는 선관위의 태도가 태만하게 느껴졌다. 이런 상황에서 20대의 투표참여율이 저조한 걸 정치적 무관심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물론 그럴 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론을 내리기에 앞서 그들에 대한 배려가 충분했는지부터 살펴야 한다. 유권자에 대한 배려는 선거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2015. 4.
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