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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

괴리의 증거

단상

by 김성호

괴리의 증거
-비판에서 조롱까지

현 정부의 절차를 무시한 정책 추진과 정부가 촉발시킨 각종 사건사고에 대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국민들의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현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야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계속 이어져 온 것이지만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보여지는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불만의 표출은 그 표현방식에 있어 전과 모습을 달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전임대통령인 노무현 대통령 재임기부터 현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직후까지는 국민들의 불만이 직접적인 비판이나 비판의 연장선 상에서의 욕설로 표출되어 왔다면 요즈음에 정부에 대한 비판은 비판과 직접저항의 형태보다는 냉소적인 조롱과 풍자의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언뜻 인터넷 사용이 전국민적으로 활성화 된 시기와도 어느정도 맞물리는 듯 보이지만 전 정권 때와 비교해 보면 국민들의 불만이 표출되는 형태에 확연한 변화가 있루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굳이 이해 불가능한 명제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조롱 뿐이라 이야기 한 마크 트웨인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현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의 표출이 이성적 비판과 직접적인 저항의 형태로부터 냉소적인 조롱과 풍자의 형태로 변화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우리 정부와 국민 간에 이성적, 감정적인 소통이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소통의 부재는 정책을 계획하고 추진하는 정부와 그 정책의 대상이 되는 국민들 사이의 괴리감을 깊게 하고 나아가 정부의 정책에 희생되고 있다고 여겨지는 특정 계층의 국민들에게 이해되지 않고 그로써 해소되지도 않을 박탈감과 상실감을 심어줌으로써 그로 인한 분노를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로 남겨두게 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존재했던 대부분의 독재국가들에서 발견되는 것으로 형식적으로나마 민주화를 이루어 낸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보여져야 할 모습은 결코 못된다고 생각한다.

지난 선거의 결과가 옳았느냐 그릇되었느냐를 떠나서 국민투표로 선출되고 정당성을 획득한 국민의 대표자로서 대통령과 그가 임명한 행정부는 그 정당성의 근간인 국민들과의 끊임없는 대화와 소통을 통해 정부와 국민 사이의 감정적 동질감과 친밀감을 심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국가정책에 대해 정부와의 대화와 소통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면, 박탈감과 괴리감이 초래하는 억압된 분노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사태는 피할 수 있을 것이다.

현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 표출방식이 직접적 비판이 아닌 조롱과 풍자의 형태로 변화한 것은 정부와 국민간의 관계가 이성적이든 감정적이든 더이상 긴밀한 유대감과 소통가능성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현상으로 이는 이 사회의 장기적인 발전에 있어 극히 부정적인 모습이라 생각한다. 해소되지 않고 억눌린 감정이란 대개 불안정한 형태의 왜곡으로써 존재하게 마련이고 어느 특정한 순간에 이르러 파행적인 발현으로 귀결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 대상이 개인이건 단체이건 이는 마찬가지이기에, 나는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이 냉소적 조롱과 풍자의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 작금의 상황이 결코 가벼이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언제나 그렇듯, 냉소란 벽과 마주하여 부쳐지는 것이기에.


2009. 2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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