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참사 1주일 뒤
아, 오늘 우리의 국민성은 과연 얼마만큼 미개한가!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전국 각지에서 모여드는 자원봉사자들의 행렬과 이 순간에도 진도군청에 답지하는 온정어린 손길, 온종일 뉴스를 시청하며 간절히 기적을 바라는 사람들까지. 타인의 아픔에 진정으로 가슴아파할 수 있는 구성원들의 공감능력이야말로 공동체의 가장 큰 자산일 것인데 국가적 재난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보여지는 이같은 모습은 아직 우리사회가 함께 묶여 나아가고 있다는 감격적인 사실을 일깨워준다. 누구의 말대로 국민이 모여 국가를 이루는 것이라면 국민이 이토록 훌륭하니 우리의 국가는 또 얼마만큼 훌륭할까 하는 기대를 품는 것도 꽤 자연스런 일일 것이다.
일분일초가 급한 상황에서 일사분란한 모습을 보이기는 커녕 상황파악조차 애를 먹는 중앙대책본부의 엉망진창 대처와 부처간의 사소한 갈등조차 조정하지 못하는 리더십의 실종, 줄을 잇는 공무원과 정치인들의 몰상식한 행동까지 과연 우리의 국가는 얼마만큼 훌륭한가. 저 한 몸 살자고 승객들을 놔두고 배에서 탈출하는 선장 이하 선원들의 모습과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아무렇지 않게 말을 바꿔대는 정부기관, 정부발표를 앉아서 받아적고 현장의 소리에는 관심없는 대다수 언론들의 행태는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사복경찰관을 동원해 실종자 가족들을 감시하는 파렴치함과 실종자 가족들의 한맺힌 행렬을 가로막는 오만방자함을 목격하면서도 충격을 받지 않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가 얼마나 훌륭한가를 너무도 절실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고 이후 속속들이 드러나는 썩은 부분들은 갈 수록 가관이다. 담당해역 운행선박의 파악이라는 기본적인 의무마저 이행하지 않은 관제센터의 부실한 근무상태며 선박 및 선원, 승객 관리와 관련한 여러가지 부실들, 국가적 재난사태를 대하는 일부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한 인간들의 부끄러운 자태와 제 한 몸 사리기에 바쁜 관련자들까지 세월호 침몰이라는 하나의 사건과 관련된 문제적 문제들이 어찌나 많은지 따로 기억해 언급하기조차 힘들 지경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우리 사회에 의무의 해태와 책임의 회피가 얼마나 만성적으로 퍼져있으며 그리하여 지금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만약 이 나라가 한 척의 배라면 죽어가는 승객들을 놔두고 제 살 궁리만 하는 선장과 선원들의 모습, 그리하여 마침내 수백의 희생자를 남긴 세월호의 모습과도 비슷해 보이지 않는가? 만약 이 나라가 하나의 배라면 침몰하고 있는 이 배의 선장은 누구이며 그 배 위에서 승객들을 버린 채 제 살 궁리에 바쁜 선원들은 또 누구인가?
정말로 우리의 국민정서가 그토록 미개한 것이라면 그건 총리에게 물을 부은 유가족의 모습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공공연히 우리 주변에서 벌어져 온 문제들을 일찌감치 바로잡지 못했던 어리석음과 그 모든 문제에 책임있는 자들을 제대로 처단하지 못한 나약함 때문일 것이다. 진정으로 타인의 아픔에 함께 아파할 줄 아는 국민들의 모습에도 여전히 우리의 국민성이 미개하다고 불려야 한다면 그건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2014. 4.
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