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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호 Dec 12. 2020

기억돼야 할 것들을 기억한다

오마이뉴스 게재, <지식e inside> 서평.

▲ 지식e inside 책 표지              ⓒ 북하우스


지난 7월 발간된 <지식e inside>는 EBS 프로그램 <지식채널 e>의 방송 1000회, 도서 100만 부 판매를 기념해 발간된 책이다.


2005년 9월에 시작되어 1000회가 넘는 방송을 이어온 <지식채널 e>와 2014년 현재 시즌8까지 출간된 <지식e> 시리즈는 각기 방송과 책으로 많은 사랑을 받으며 수용자들에게 큰 울림을 전해왔다.


이 책은 이제껏 방송된 내용 가운데 제작진이 선정한 30편의 이야기를 엮은 것으로 제목의 inside는 프로그램 내부의 관여자들이 선정했다는 뜻이다.


책은 크게 공존, 공감, 공생의 세 개의 장으로 나뉜다. 각 장마다 열 개의 방송분이 편제되어 있는데 자연(nature), 과학(science), 사회(society), 인물(people)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다.


자신을 순수하게 만드는 하늘을 사랑했던 생 떽쥐베리, 에베레스트 최초 등정가가 될 수 있었지만 동료를 기다려준 셰르파 텐징 노르가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반도체공장 노동자들을 떠올리게 하는 라듐걸스 등의 사례가 상세한 인문학적 해설과 함께 나열된다.


이제까지 총 8권이 나온 <지식e> 시리즈를 접한 독자들이라면 이 책에 실린 내용이 그리 새롭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기존에 책으로 나온 바 있는 내용을 다시 추려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공존과 공감, 공생이라는 세 개의 장으로 새로이 엮어놓기는 했지만 그 구분의 의도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


하지만 기존에 <지식e> 시리즈를 접한 적이 없는 독자에게는 시리즈의 입문서로 적당한 책이지 않나 생각한다. 원자력, 의료복지, 독립야구단, 출생등록제도, 팔레스타인 문제 등 시사적인 이슈와 인문학적 해석이 깊이있게 어우러진다는 점은 이 시리즈를 더욱 가치있게 하는 커다란장점이다.


책은 그저 지면 위의 지식으로 남는데 만족하지 않는다. 주목받지 못했지만 반드시 알려져야 할 이야기들을 울림있게 전하는 것이 주요한 목적이다. 예를 들면 이스라엘에 의한 팔레스타인 공습을 화가 나지 알 알리가 창조한 캐릭터 한잘라와 엮어 그 비인간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영국이 1차대전 중 맺은 세 가지의 조약이 서로 양립할 수 없으며 이 조약으로 인해 팔레스타인의 비극이 창출되었다는 자세한 내용이 뒤에 따르며 깊이를 더한다.


아동문학가 권정생, 언어연구자 이오덕, 조선 나비연구의 선구자 석주명 등 기억되어야 마땅한 선배들의 삶과 업적을 기리는 내용도 흥미롭다. 셰르파 텐징 노르가이와 위대한 동시에 비극적인 삶을 산 앨런 튜링과 세르반테스, 침묵의 시인 마르셀 마르소 등의 이야기도 이어진다. 역사 속 화려한 주연들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고 의미있는 조연들을 재조명하는 이 책은 승자에만 환호하는 세태 속에서 더욱 의미있다.


EBS <지식채널 e>, 그리고 그 감동을 더욱 오래 기억하게끔 하는 <지식e>시리즈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계속되기를 바란다.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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