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 앉고 싶던 날

사람 찾아 떠나는 여행

by 김성호

쩐흥다오와 문창제군과 관우를 함께 모신 사당에는 주창이 청룡도를 짚고 운장 곁에 섰고 또 그 곁엔 손오공 잃은 사오정이 한 자리를 차지했으며 옆방엔 박제된 큰 거북 두 마리가 유리통 안에 갇혀서는 오가는 관광객에 몸뚱이를 내보이고 있는 것이다. 저를 너무 사랑하여 대업을 저버린 일대의 영웅이나 저를 알고 적을 알아 천하의 강군을 때려부순 명장이나 살았는지 지어낸 건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린 노인이나 죄다 신이 되어 종일 하소연이나 듣고 선 게 우스꽝스럽기만 하다. 가만히 사당을 찾아 비는 원들을 보고 있자니 시험합격 가족건강 사업성공 삼색인데 문창제군이 시험을 관장하고 관운장이 건강을 지켜주며 쩐흥다오가 온갖 장애를 격파하는 삼분의 분업화가 착착착 이뤄진다. 그렇다면 내가 빌 소원이란 무엇인가 잠시 서서 고민을 하다가는 케세라세라 뭐가 되든 될 것이니 걱정도 기원도 말기로 한다. 이제껏 내가 빈 소원들은 거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죽어서 떠나고 헤어져서 떠나고 아파서 떠나가고 그냥 죄다 알알이 흩어져만 갔다. 될대로 될 것이고 뭐가 되든 될 것이라 그렇게만 믿으면서 나는 이 조악한 사당을 휙하니 돌아서 나와버린다. 한때는 이루고픈 것도 갖고픈 것도 애정하는 것도 많기만 하였는데 어느덧 나는 갖고픈 것도 지키고픈 것도 아무것도 없다며 손바닥을 펴보이고 사는 것이다. 그 모습이 어찌나 꼴보기가 싫었는지 박제된 거북을 껴안고 호안끼엠 호수 밑바닥에 가라앉아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올라오지 않고만 싶었다.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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