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이 인천과 마나도를 직항으로 잇던 그날을 뚜렷하게 기억한다. 객실 문을 열면 바로 페어웨이가 펼쳐지는 곳, 이동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진 골프 리조트가 적도의 끝자락에 숨어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설렘이었다. ‘게으른 골퍼의 낙원’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라는 걸, 나는 마나도 리쿠팡에서 직접 확인했다.
사람은 왜 반복해서 낯선 곳을 향해 떠나는 걸까. 여행은 단순히 장소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아직 닿지 못한 낙원을 찾기 위함이거나, 일상에 매몰되어 잊고 살았던 나를 만나기 위한 여정일지 모른다. 특히 골프 여행은 더욱 그렇다. 새로운 코스, 다른 기후, 낯선 캐디의 리듬 속에서 우리는 평소의 스윙을 다시 점검하고, 스스로를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2025년 10월 26일, 이스타항공의 인천–마나도 직항 처녀비행에 올랐다. 약 5시간 반의 비행은 생각보다 짧게 느껴졌다. 마나도 샘 라투랑이 국제공항에 내렸을 때 공기에는 화산 지대 특유의 서늘함과 바다의 습기가 동시에 섞여 있었다. 공항에서 리쿠팡으로 이동하는 길은 번잡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제2의 발리’로 육성 중인 5대 우선 관광지 가운데 하나, 리쿠팡은 아직 개발의 속도보다 자연의 호흡이 앞선 곳이었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바다와 숲은 여행의 속도를 자연스럽게 늦춰 주었다.
리쿠팡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5대 우선 관광지(5 DSP)’ 중 하나다. 보로부두르, 만달리카, 라부안 바조, 토바 호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름이라는 점에서 이미 그 잠재력은 증명된 셈이다.
북설라웨시 끝자락에 자리한 이곳은 청정 해안과 산호초, 그리고 유네스코가 주목하는 해양 생태계를 동시에 품고 있다. 관광지로서의 화려함보다 자연 그대로의 결이 살아 있는 곳. 파라다이스 호텔 골프 & 리조트는 바로 이 리쿠팡의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다.
파라다이스 호텔 골프 & 리조트에서 가장 먼저 체감되는 것은 ‘거리의 소멸’이다. 보통 해외 골프 여행에서는 라운드보다 이동이 먼저 떠오른다. 이른 아침 셔틀버스, 울퉁불퉁한 도로, 긴 이동 시간. 하지만 이곳에서는 그런 장면이 존재하지 않는다.
1층 객실 테라스 문을 열면 바로 페어웨이다. 신발 끈을 매고 테라스를 나서는 순간, 이미 라운드는 시작된다. 셔틀버스를 기다릴 필요도, 클럽을 들고 이동할 이유도 없다. 말 그대로 ‘Zero-Step’. 골프와 나 사이에 불필요한 과정이 사라진다.아침 식사를 마치고 바로 티박스에 서는 이 경험은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든다. 몸이 덜 피곤하고, 마음이 느긋해진다. 골프가 다시 놀이처럼 느껴지는 순간이다.
[ 파라다이스 호텔 골프 & 리조트(Paradise Hotel Golf & Resort)]
위치: 인도네시아 북설라웨시주 마나도 리쿠팡(Likupang) 해안
설계: 호주의 세계적인 코스 디자이너 케빈 마니(Kevin Mauney)
규모: 18홀 / Par 72 / 6,695야드
개장: 인도네시아 정부가 지정한 5대 우선 관광지(5 DSP) 중 하나인 '리쿠팡'의 핵심 시설
잔디: 페어웨이(버뮤다), 그린(티프이글) - 적도의 기후를 견디는 강인함과 부드러움의 조화
특징: 호텔 객실에서 필드까지 이동 시간이 전혀 없는 'Zero-Distance' 리조트. 전 홀에서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씨사이드 링크스 및 열대 정글 코스.
이 코스는 호주의 코스 디자이너 케빈 마니가 해안선을 따라 한 편의 장엄한 드라마를 썼다. 전체 18홀은 전반과 후반의 성격이 뚜렷하게 나뉜다. 전반 9홀은 울창한 정글 속에 자리한 코스다. 페어웨이는 단정하지만, 좌우로 빽빽하게 들어선 열대림이 플레이어에게 집중을 요구한다. 나무 사이로 들려오는 새소리는 스윙 리듬을 방해하기보다 오히려 차분하게 만든다.
후반 9홀에 들어서면 풍경은 완전히 달라진다. 시야가 열리며 바다가 모습을 드러낸다. 특히 15번 홀은 이 코스의 상징과도 같다. 파3 홀의 티박스에 서면 눈앞에는 셀레베스해가 펼쳐진다. 바다를 넘겨야 하는 이 샷은 언제나 긴장감을 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두려움보다는 묘한 평온함이 먼저 찾아온다. 파도가 절벽에 부딪히는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깃대, 그리고 바다 위를 가르는 하얀 공. 그 공이 그린 위에 안착하는 순간의 감정은 스코어로 환산할 수 없다. 이어지는 16번 홀은 해안을 따라 이어진다. 세계적인 다이빙 포인트로 유명한 부나켄 바다를 발아래 두고 걷는 이 홀은 라운드라기보다 산책에 가깝다. 골프가 자연을 소비하는 행위가 아니라, 자연과 공존하는 경험이라는 걸 다시 느끼게 된다.
마나도는 영적인 축복이 가득한 도시다. 라운드를 마치고 잠시 시내로 나가면, 언덕 위에서 두 팔을 벌리고 도시를 수호하는 '예수 축복 동상(Christ Blessing Statue)'을 만날 수 있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이 동상은 독특하게도 하늘을 향해 비상하는 듯한 역동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이슬람이 주류인 인도네시아에서 이토록 거대한 기독교 상징물이 평화롭게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토모혼 화산 고원의 '비아 돌로로사(고난의 길)'를 따라 걷는 사람들의 경건한 눈망울에서 나는 '공존'의 진정한 의미를 본다.
화산의 열정과 바다의 평온, 그리고 사람들의 순박한 미소. 마나도의 캐디들은 서툰 한국말로 "나이스 샷!"을 외치며 우리의 여행을 축복한다. 그들의 계산 없는 친절은 여행자의 마음을 빠르게 무장해제시킨다.
여행의 마지막 밤, 리조트에서는 40kg에 달하는 참치 해체 쇼가 열렸다. 셰프의 칼끝에서 해체되는 참치는 그 자체로 하나의 퍼포먼스였다. 갓 손질한 참치회는 말이 필요 없을 만큼 신선했다.
함께 여행한 사람들과 테이블을 둘러앉아 하루의 라운드를 이야기하고, 미스 샷을 웃음으로 넘기며, 잘 맞은 한 샷을 다시 떠올리는 시간.차가운 빈탕맥주 한 잔에 리쿠팡의 밤바람을 곁들이니, 이곳이 바로 우리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낙원(Paradise )임을 확신하게 된다. 풍요로운 음식은 사람의 마음을 연다.
낯선 이들과 친구가 되고, 오늘 하루의 피로를 서로의 웃음으로 닦아내는 그 시간이야말로 해외 골프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일 것이다.
마나도 파라다이스에서의 시간은 시계가 아니라 파도의 리듬으로 흘러갔다. 객실 문을 열면 펼쳐지던 초록의 페어웨이, 바다를 넘겨야 했던 15번 홀의 떨림, 참치를 나누던 밤의 웃음소리까지.
이곳은 단순히 골프를 치러 가는 목적지가 아니다. 골프를 통해 쉼을 배우는 곳, 멈추는 법을 다시 익히는 장소다. 가장 편안하면서도 가장 드라마틱한 씨사이드 골프를 꿈꾼다면, 마나도 파라다이스는 충분히 그 답이 된다. 적도의 끝에서 만난 이 낙원은 더 이상 숨겨진 장소가 아니다. 언젠가 당신의 티샷도 리쿠팡의 수평선을 가로지르길, 같은 골퍼로서 조용히 응원해 본다.
[마나도의 숨은 보석들: 주변 명승지 및 정보]
1. 인도네시아 5대 우선 관광지 '리쿠팡(Likupang)'
정부가 지정한 국가대표급 관광지입니다. 파라다이스 골프장이 있는 이곳은 때 묻지 않은 청정 바다와 산호초를 보유하고 있어, 골프와 휴양을 동시에 만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최근 인프라가 대폭 확충되어 이동이 훨씬 편리해졌다.
2. 부나켄(Bunaken) 해양 국립공원
골프장에서 바라보던 그 바다 속으로 직접 들어가는 경험이다. 세계적인 다이버들이 평생의 꿈으로 꼽는 이곳에서 즐기는 스노클링은 신비로운 우주를 탐험하는 기분을 선사한다. 수직 벽(Wall)을 따라 유영하는 거대 거북이를 만나는 경험은 전율 그 자체이다.
3. 비상하는 예수상(Christ Blessing Statue)
도시의 랜드마크인 예수상은 마나도 시내 어디서나 보인다. 언덕 위에 위치해 있어 시내 전경과 바다를 한눈에 조망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이다. 낙조 시간에 맞춰 방문하면 황금빛으로 물드는 도시를 감상할 수 있다.
4. 토모혼(Tomohon) 화산과 고원 투어
살아있는 화산의 숨결을 느끼는 마하우 산 트레킹은 마나도 여행의 영혼을 채워주는 일정이다. '기도의 성지'라 불리는 이곳의 경건한 분위기와 시원한 고원 바람은 라운드 없는 날의 훌륭한 휴식이 된다.
[Travel Tip ]
항공편의 선택: 이스타항공 직항은 마나도 여행의 신의 한 수이다. 경유의 피로가 없다는 것은 라운드 컨디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처녀비행의 감동을 잇는 이 편리함을 적극 활용하시길.
15번 바다 홀 공략: 바다를 넘겨야 한다는 압박감에 어깨가 경직되기 쉽다. 바다 소리를 리듬이라 생각하고 반 클럽 넉넉하게 잡는 여유가 필요하다. 공을 잃어버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 것. 그것은 리쿠팡 바다에 바치는 작은 예우이다.
동선 활용: 라운드 후 바로 수영장으로 뛰어들거나 해수 온천 스파에서 피로를 푸는 'Zero-Step'의 루틴을 만끽하시라. 가족 동반 골퍼라면 아빠가 라운드하는 동안 가족들이 리조트 시설을 이용하기에 최적의 구조이다.
로컬 투어 조언: 토모혼 화산 트레킹과 전통시장 구경은 꼭 해보시라. 특히 마나도 전통의 '야자 설탕'은 기념품으로 최고이다. 또한, 부나켄에서의 스노클링은 골퍼들에게 '눈의 정화'를 선물할 것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