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향으로 돌아온 이유
“안녕하세요. 예산의 아들입니다. 충청도에서 왔어유!” 신입생 OT 때 돌아가며 자기소개하던기억을 떠올리며 인사를 올립니다. 오늘은 제가 예산에 다시 돌아오게 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얼마 전 SNS에서 화제를 모은 유명한 밈이 있었습니다. 바로 ‘서울 사람이 보는 한국 지도.jpg’ 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이미지입니다. 수도권 중심으로 발전해온 우리의 현실을 풍자한 그림이었죠. 예산에서 왔다고 하면 늘 예천과 헷갈리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심지어 경기도 밑에 충청북도가 있고, 그 밑에 충청남도가 있다고 생각하는 청년들도 많다는 사실에 놀랍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방학 때면 예산이 어디에 붙어 있는지도 모르는 ‘서울 촌놈들’을 데리고 시골집에 내려와 고향 자랑을 하곤 했습니다. 그때부터 자칭타칭 ‘예산의 아들’로서 고향 홍보대사 역할을 한 것입니다. 제 입장에서는 순진한 서울 촌놈들을 데리고 와서 모내기에 동원하기도 하고, 하루에 몇 대 운행하지도 않는 농어촌버스에 태워 기차역까지 바래다 주며 “이런 여행은 돈 주고도 못할 값진 경험이야!”라고 능청을 떨던 기억이 납니다.
“너는 참 좋겠다. 언제든 돌아갈 고향이 있어서.” 예산 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가는 친구가 했던 이 말이 오래도록 제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요즘 청년들에게 고향은 점점 낯선 개념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 부모님의 출신지 정도로만 인식하거나, 아예 고향을 잊고 살아가죠.
그런 사람들에게 고향이 가진 정서적 기능을 알려 주고 싶었습니다. 재작년에 뜻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행정안전부의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을 예산에서 운영하게 되면서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작년에는 봉산면의 빈집을 재생해 문화창작공간으로 꾸미고, 마을 이야기를 담은 로컬 체험 연극을 상연하기도 했습니다. 8평 남짓한 광(충청도 말로 창고)을 개조하여 한 칸 영화제를 개최하며 지역 주민과 여행객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서울 사람이 보는 지도에서 지방은 어쩌면 특색 없고 재미없는 곳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를 비롯한 지역 사람들에게 이곳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삶의 터전입니다. 최근 외부에서는 저를 ‘로컬 크리에이터’라고 불러주기 시작했습니다. 다 비슷한 지방이 아니라, 행복하고 다채로운 예산의 삶을 그려 나가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우리는 로컬의 가능성을 믿으니까유!
*지역에서의 삶과 '로컬 창업'에 관한 제 글은 예산군 지역 신문인 '무한정보' 칼럼에도 매달 연재되고 있습니다. 지역 소식이 궁금하신 분들은 '무한정보' 신문도 검색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