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fi가 없어야 Wifi를 찾을 수 있다

스마트폰 중독 탈출 70일째

by 마나

매년 오는 장마전선이지만 올해는 움직임이 예전보다 더 둔해 보인다. 6월부터 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7월 중순인 지금도 계속이다. 요즘은 비가 오는 날뿐만 아니라 시간도 잘 예측할 수 없다. 예기치 못한 일이 덩달아 오기도 한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을 그저 받아들여야 한다. 날씨에 맞춰 조금씩 삶을 바꾼다. 변화는 좋고 나쁨의 영역이 아니고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의 문제다. 앞으로도 계속 올 듯한 비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빗소리를 들으며 생각한다. 장마전선 속 삶은 습도와의 싸움이다. 집을 끈적끈적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청소를 하며 몸과 마음도 끈적함에서 벗어나고자 애를 써본다.


엉덩이가 무거운 장마전선 탓인지 얼마 전부터 공용 와이파이 전선에 문제가 생겼다. 현관문 앞은 집안에서 유일하게 공용 와이파이가 잡히던 곳이었는데 그곳에서도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았다. 스마트폰 데이터를 끊은 지 70일째, 하루도 똑같은 날이 없었지만 공용 와이파이마저 끊긴 집안은 정말 외딴섬이었다. 내 속은 두 갈래였다. 이왕 이리된 거 오히려 더 잘 됐다는 마음과 답답해서 현관문을 좀 더 더듬어보기 위해 팔을 흔들어보는 마음. 누가 이길 것인지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어차피 두 마음은 모두 내 안에 머물 것이고 없어지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장마전선을 보듯 무심하게 내 양 갈래 마음을 보았다. 지금 나의 모습이 보였다.


주말이 되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밥을 든든히 먹고 출근하듯 근처 카페로 간다. 오늘은 주중 내내 답답했던 마음을 와이파이 샤워로 촉촉하게 만들고 덤으로 카페라떼로 목을 축였다. 인터넷은 주로 SNS에 글을 올리기 위해 사용한다. 결국 이것도 혼자 하는 일이지만 연결될 수 있는 곳에서 혼자 있는 것과 연결되지 못하는 곳에서 혼자 있는 것은 다르다. 일상에서 벗어나 바람 쐬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데이터를 끊었던 초반의 나를 생각했다. 그 당시 퇴근 후 집은 낯선 오프라인 공간이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망설이며 어정쩡하게 있다가 뭐라도 하자 싶어 밖에 나가 바람을 맞으며 산책을 했었다. 그때의 기분을 지금은 온라인을 하며 느낀다. 오프라인이 내 삶에 좀 더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증거인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학기 말은 늘 피곤하다. 1학기를 일주일 남겨둔 지금, 학생은 학생대로 교사는 교사대로 해야 할 일 앞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잘 마무리를 짓는다는 건 시작할 때만큼의 에너지가 든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바쁜 주중을 보낸 후 주말이다. 최선을 다해 여유롭고 싶다. 카페 안에 앉아 반가운 인터넷과 어느 정도 대화를 한 후 컴퓨터에서 눈을 떼어 카페를 쭉 둘러보았다. 주문하는 사람, 음료를 만드는 사람이 카운터에 있고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거나 나처럼 혼자 앉아 컴퓨터와 씨름하는 사람들이 테이블 앞에 앉아 있다. 혹시 소개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허리를 펴고 긴장한 얼굴로 서로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겠지만 여기에는 다들 편안해 보이는 옷차림과 표정이어서 그런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장마전선이 기승하는 중에도 간간이 햇빛이 나는 시간들이 있지 않은가. 나의 바쁜 생활 속에도 이런 느긋한 시간이 생긴다. 햇볕도 나올 때 바로 즐겨야 하듯 오랜만에 생긴 여유도 지금 바로 즐겨야 함을 나는 안다.


시간이 정오를 넘어서고 있다. 점심을 먹고 난 사람들이 카페로 모여드는가 보다. 오전의 조용했던 카페가 지금은 제법 웅성거린다. 나는 조용한 분위기를 더 좋아하지만 지금은 시끌거리는 소리도 꽤 재미있는 구경거리다. 사람의 생기가 느껴져서다. 조용함도 소리가 있어야 그 존재를 느낄 수 있다. 나의 조용한 주말에 사람들의 소리를 섞어본다. 그리고 그 속에 있는 생기를 느껴본다. 내 옆 테이블에서 갓난아기가 아빠 품에 안겨 재롱을 부리고 있다. 아이의 생기가 전해져 나의 조용한 주말이 더 잘 느껴진다. 신비로운 아이의 몸짓이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에 잘 담기면 좋겠다. 글에 여백이 많을수록 아이의 몸짓이 더 드러날 거라 믿는다. 사람들의 소리를 들으며 나의 조용함을 인식한다. 생명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고요함이 고맙다.


와이파이가 있는 카페가 좋지만 외딴섬 같은 나의 집이 더 좋다. 사람들의 시끌거리는 소리가 재미있지만 소리 없는 나의 집이 더 좋다. 집은 내가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이다. 여백을 조금씩 더 만들어가고 싶은 곳, 좀 더 조용하게 만들고 싶은 곳이다. 그곳에서 마음의 여유를 챙긴다. 집 밖에서 무엇이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내 안에 공간을 충분히 만들기 위함이다. 끈적거리지 않는 집이 있어 카페도 뽀송거린다.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바람 쐬는 시간이다. 와이파이가 없는 덕분에 와이파이가 있는 곳을 찾았다. 소리가 없는 집 덕분에 소리를 소음으로 듣지 않고 재미있어한다. 나의 삶은 여백에서 시작한다. 그 출발이 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