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환 교수의 <내면소통>
조용한 집에 벽돌책 하나를 던져 넣었다. 김주환 교수가 지은 <내면소통>이란 책이었다. 책을 추천받으며 읽기도 습관이라 주기적으로 그것을 깨는 독서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틀에 갇혀 살고 싶지 않다는 내 욕구를 건드리는 말이었다. 서점에서 본 책의 첫인상은 말 그대로 흰 벽돌이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책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다 말 것 같아서 생각이 시작되기 전에 얼른 책을 샀다. 집에 돌아와 책상에 그것을 두고 뚫어지게 쳐다봤다. 안에 무슨 내용이 있는지 알지도 못한 채 책 표지에 적힌 '뇌과학과 명상'이라는 말만 보였다. 저 벽돌과 내가 친해질 수 있을까. 의심만 들뿐 답은 없어 다시 생각고리를 끊었다. 그리고 요즘 한창 책 파는 것에 맛 들인 내가 도중에 포기하고 되팔까 봐 윗부분에 크게 내 별칭과 산 날짜를 적었다. 그렇게 빼도 박도 못하게 흰 벽돌은 내 차지가 되었다.
스마트폰 데이터를 끊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집안의 고요함이 부담스러워 몸 둘 바를 몰라하던 나는 '삶의 변화를 가져오는 마음근력 훈련'이란 부제를 보며 변화라는 단어에 밑줄을 그었다. 그리고 벽돌 앞에서 완독만을 목표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용에 대한 욕심은 부리지 않기로 했다. 독서의 틀을 깨기 위해 두꺼운 책에 대한 두려움을 내려놓고 싶었다. 일단 책을 폈다. 그리고 읽고 싶은 만큼만 읽어나갔다. 편도체, 전전두피질과 같은 뇌에 관련된 전문 용어를 처음 접했을 때에도 이해가 되는 만큼만 받아들였다. 모르는 것은 그냥 넘어갔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이것이 내가 이 책에 대한 부담을 줄여나갈 수 있었던 길이 아니었을까 싶다.
글로 만난 김주환 교수님은 친절하고 꼼꼼한 분이셨다. 앞서 했던 내용을 다른 말로 바꿔 반복해서 들려주셨다. 낯선 내용이라 그냥 넘어갔던 것들도 반복된 설명에 조금씩 이해가 갔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자면 책은 제일 첫 페이지에 적혀있던 '편도체를 안정화시키고 전전두피질을 활성화시키는 삶'이란 문구를 700페이지가 넘게 반복해서 보여주는 듯했다. 교수님의 반복은 전혀 지겹지가 않았다. 되레 조금씩 뇌과학적 관점에 대해 이해가 되기 시작하면서 교수님이 각종 정신질환 및 다양한 정신적 고통을 받는 요즘 사람들에게 얼마나 간절하게 도움을 주고 싶은지를 알 수 있었다. 교수님의 반복은 정성스러움이었고 그것이 나를 벽돌의 세계로 빠져들게 했다.
폰 데이터를 끊고 어색한 오프라인의 세계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방황하던 나는 우연히 알게 된 책 속에서 안정감을 찾아갔다. 완독이 목표였으므로 읽고 난 뒤에는 그날의 날짜를 적었다. 매일 책의 페이지를 살폈다. 남아있는 부분이 읽은 부분보다 적게 되었을 때부터는 읽는 속도가 많이 붙었다. 앞의 내용이 반복되므로 글이 이해가 더 잘 되기 시작한 것도 도움이 됐다. 책의 핵심은 편도체는 우리의 감정(뇌과학에서는 감정은 두려움 하나라고 보았다)을 다스리는 부분이라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고 전전두피질(생각과 관련된 부분인데 뇌과학에서는 행복, 만족감 등 '긍정적 감정'이라 부르는 것은 감정이 아니라 생각 부분이라 보았다.)은 활성화시키는 것이 좋다는 것이었다.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은 나에게는 보너스 영역이었다. 보너스를 받을 때는 본래 월급을 받을 때보다 더 기분 좋은 측면이 있지 않은가. 나는 내용이 이해되는 부분이 생길 때마다 그저 좋았다. 기대하지 않았던 행복감이 느껴졌다. 편도체가 안정화되고 전전두피질이 활성화되는 순간이었으리라 생각한다.
하루는 퇴근을 하는데 머리가 지끈거렸다. 학기말이라 학교 안은 바빴고 그 바쁨은 퇴근 후에도 꼬리를 달고 나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듯했다. 책의 내용을 떠올렸다. 일을 잘 마무리할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이 스트레스로 올라와 나의 편도체를 활성화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편도체는 몸의 영역이었다. 편도체를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마음의 안정이 아니라 몸을 움직여 안정화시켜야 한다고 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산책을 하기로 했다. 아무 생각 없이 갈 길을 정하지도 않고 그저 내 몸에만 집중하며 길을 걸었다. 1시간쯤 지나자 두통이 잦아들었다. 여전히 일부 신경 쓰이는 불편함은 있었으나 운동한 후 다리 근육의 뻐근함이 두통보다 더 크게 느껴졌다. 기분 좋은 뻐근함이었다.
김주환 교수는 '알아차림'의 중요성을 말씀하셨다. 어디서 무엇을 하든 내 몸과 마음의 상태를 알아채고 살펴야 한다고 했다. 일상이 바빠 나를 챙길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책을 통해 명상의 기본자세를 알고 난 뒤에는 따로 시간을 내어 챙기는 것이 아니라 작은 생활 습관을 고치는 것만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책에는 의자에 앉아 명상을 할 때는 발바닥을 땅에 편안하게 두고 땅의 기운을 느끼며 엉덩이부터 목까지 일직선을 유지하고 머리를 경추 1번 위에 편안하게 둔다는 생각으로 앉으라고 했다. 어깨에 힘을 빼고 두 손은 가볍게 허벅지 위에 두면 되었다. 명상의 기본자세였는데 나는 이것을 일상 속에서 적용해 보았다. 명상이 뭔지는 모르지만 기본자세를 따라 함으로써 내 몸이 조금이라도 바르게 편안할 수 있었으면 해서였다. 두 발바닥을 땅에 두니 땅의 기운이 발바닥을 통해 전해졌다. 뿌리를 땅에 박은 나무의 느낌이었다.
나는 그렇게 책을 완독 했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듯 기분이 상쾌했다. 오늘도 나는 퇴근 후 산책을 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비가 왔지만 큰 우산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도 꽤 마음에 들었다. 산책을 하며 괜히 올라오는 습관적인 두려움의 고리를 끊고 몸에 집중했다. 내 다리는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평소보다 좀 더 힘을 주고 걷는 듯했다. 돌아오는 길에 서점에 들렀다.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벽돌책들이 눈에 띄었다. 몇 권을 들어 넘겨보니 700페이지가 넘는 책은 많지 않았다. 그럼 못 읽을 책도 없겠다 싶었다. 근거가 많지 않은 내 자신감이 웃겼다. <내면소통>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조금은 알아챌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책은 끝났지만 삶은 이제 시작이다. 배운 것을 잘 사용해보고 싶다. 이만하면 꽤 괜찮은 <내면소통> 독자가 아닐까 싶다. 나는 완독 했고 그것으로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