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중독 탈출 52일째
눈밑에 다크서클이 있지. 다크서클 위에 눈이 있진 않잖아. 툴툴거리며 아침저녁으로 나를 봤다. 거울을 볼 때마다 얼굴에서 떼어지지 않는 어둠이 나를 더 어두운 곳에 들어가게 하곤 했다. 그것을 받아들인 건 포기에 가까운 인정이었다. 그래, 나는 원래 체력이 약하게 태어났어. 조금만 움직여도 피곤해. 피곤함은 평생 안고 가야 할 숙제처럼 무거웠다. 학교는 매일 새로운 일이 생기므로 오늘의 피곤함에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사건들은 늘 있었고, 나는 그것들이 짐스러웠다. 살면서 내가 화를 내는 이유는 딱 하나였다. 피곤해서 화가 났고 화가 나서 피곤했다. 만성피로는 숙주로 나만큼 안성맞춤인 사람은 없다고 판단한 듯했다. 무거운 피로감 안에서 나는 꿈틀거렸고, 효과 없는 움직임에 점점 무력해졌다. 결국 피로감에게 내 자리를 내어줬다. 우울감이 새로 들어왔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피로가 풀리지 않은 채로 새로운 사람들과 서로 맞춰가며 지냈다. 생각지 못한 곳에 갈등이 생기고 열심히 준비한 수업이 잘 진행되지 않았다. 학생과 교사는 서로 애를 썼으나 그 과정에서 나는 없는 에너지를 끄집어내야 했다. 새로 온 동료 교사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것은 기존에 있던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었다. 마음은 작년에 함께 한 학생과 교사로부터 완전히 떠나지도 못하고 새로운 학생과 교사들에게 정을 붙이지도 못한 상태였다. 사람들은 늘 나를 보며 피곤하냐고 물었다. 나는 괜찮다가도 그 말만 들으면 더 피곤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꿈틀거림까지 둔해졌다.
피곤하다는 핑계를 대며 퇴근 후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유튜브만 봤다. 삶은 움직임의 연속이라고 하지 않던가. 내가 움직이지 않으니 대신 움직이는 뭔가를 바라보게 됐다. 누가 움직이든 움직이기만 하면 되는 거니 괜찮겠지 싶었다. 영상을 보며 비록 나는 피곤하지만 내 몸은 쉬고 있는 거라 생각했다. 꽤 오랫동안 퇴근 후 같은 생활을 했다. 학교에서는 주어진 일이 정해져 있으니 근무 시간이 끝나고 나서라도 피로감을 따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세계로 들어갔다. 내 안에 가득 찬 피로감은 우울감과 함께 힘을 더 키워나갔고 나는 꼼짝하지 않는 것으로 그들의 힘에 복종했다.
내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 여느 때와 다름없이 유튜브를 보고 있을 때였다. 평소와 다를 것이 전혀 없었는데 갑자기 내가 묶여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움직이지 않는 내 몸이 불편했다. 시체 같았다.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있는 걸까. 분명 숨을 쉬고 밥을 먹고 있는데 왜 숨 쉬지 않는 것처럼, 밥 먹지 않은 것처럼 늘어져 있는 걸까. 이 삶이 내가 원하던 삶이었을까. 무슨 내용이었는지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영상을 보며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생각의 변화와는 상관없이 몸은 계속 누워 있었고 눈은 계속 영상을 보고 있었다. '뭐라도 해야 하는데'라는 말만 반복했다. 그대로 누워 있는 나를 보았다. 영상도 나도 들어 있지 않는 내 눈은 초점을 잃고 멍했다. 몇 년간 쌓여 있었던 답답함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꽉 막힌 마음은 다음날 출근할 때도 계속됐다. 퇴근 후 집에 가서 영상을 보며 누워 있을 나를 생각하니 참을 수가 없었다. 당장 폰 데이터를 끊었다. 어떻게 만성피로를 폰 데이터와 연결할 수 있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그때 나는 하루종일 멍했었고 피로했다. 단순하게 눈앞의 것을 치워버리고 싶었을 것이다. 더 이상 피곤하면 내가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만성피로를 그대로 순응하고 받아들이기엔 아직 버티고 싶은 힘이 남았었는지도 모른다. 일은 저질렀고 한 달 동안 데이터 요금제를 바꾸지 못한다는 제도가 나를 강제적으로 폰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스마트폰 데이터를 끊은 지 52일째다. 삶은 움직임의 연속이 맞았다. 내 눈앞에 움직이는 것이 없으니 내가 직접 어슬렁거렸다. 예전과 다른 것은 움직임을 보는 것이 아니라 느낀다는 것이었다. 좀 더 나와 가까워진 오늘을 보내며 52일 전의 나를 떠올렸다. 고작 한 달 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 기간인데 아득한 먼 날 같다. 그때 나는 뭐에 쫓겨 그리도 다급했을까. 서서히 변하는 내가 무서웠을 것이다. 움직이지 않는 내가 더 이상 정말로 움직이지 않을 것 같아 두려웠을 것이다. 다행히 그때 느꼈던 공포는 누워 있던 나를 급하게 깨웠다. 그리고 좌우로 움직여보라고 소리쳤다. 내 멍한 눈을 뚫고 한 줄기 빛이 들어왔던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