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흠뻑쇼 SUMMER SWAG 2018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수년 전, 배우 류승룡이 CF에서 외쳤던 말이다. 만약 그가 '흠뻑쇼'를 다녀온 내게 우리가 어떤 민족인지 묻는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 민족은 '흥의 민족'이라고.
싸이는 관객들을 기쁘게 할 줄 아는 가수다. 같이 놀고 가지고 놀고 잘 놀 줄 안다. 첫 곡 'Right Now'부터 집으로 돌아가는 관객들의 등을 바라보며 부르는 앵콜의 앵콜에 앵콜까지 약 4시간 동안 싸이는 관객들의 흥이 식지 않도록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는다.
'흠뻑쇼'를 스탠딩에서 즐기다 문득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가 생각났다. 극 중 여자 주인공(손예진)이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날 우비만 입고 밖에 나가 비를 잔뜩 맞고 집에 돌아온다. 그리고 남편에게 재밌다며 해맑게 웃는 장면이 있다.
영화를 볼 때 어떤 기분일지 궁금했는데 '흠뻑쇼'에서 알았다. 진짜 즐겁다. 근심 걱정 모두 잊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길 수 있다. 160톤의 물을 뿌리니 물을 피할 공간은 없다. 집에 돌아갈 걱정 잠시 접고, 그냥 즐기면 된다.
앵콜 공연의 시작은 1990년대 댄스 메들리다. 히트곡이 참 많은 가수가 왜 자기 노래를 부르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때부터 공연장은 클럽이 된다. 싸이가 부르는 노래는 그때부터 중요하지 않다. 관객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 때문에,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 때문에, 왠지 모를 체면 때문에 억누르고 있었던 흥을 터트리기 시작한다. 싸이는 무대 위에서 관객들이 오늘만큼은 모든 걸 잊고 흥을 만끽할 수 있도록 이끄는 '흥의 마에스트로'다.
잠시 흥이 멈춘 순간이 있었다. 앵콜 공연 2부가 시작되기 전, 폭염 속에서 고생하며 무대를 쌓아 올린 스태프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상영될 때였다. 누구 하나 약속한 적 없지만 관객들은 함성 없는 담백한 박수를 스태프들에게 보냈다. 우리의 즐거움을 위해 고생한 사람들을 위한 감사의 박수였다.
영상이 끝나고 난 뒤, 싸이도 공연을 위해 땀 흘린 스태프들을 일일이 언급했다. 그리고 "우리에게 직업을 주신 관객 여러분들께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싸이는 자신이 어떻게 지금 자리에 서 있는 줄 아는 연예인이었다. 관객을 즐겁게 해줬으면서 그 공을 관객에게 돌리는 연예인, 어찌 그에게 취하지 않을 수 있을까.
'흠뻑쇼'에서 흥에 흠뻑 취하고, 싸이에 흠뻑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