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린처럼 달콤한 시리우스를 지나, 태양의 흑점을 한 입 베어 물다
영월그랜드투어를 기획하며 가장 먼저 지도 위에 점을 찍고 0순위로 예약을 마친 곳.
바로 별마로 천문대였다.
처음엔 동생에게 "별 보러 가지 않을래?"라며 낭만을 제안했지만
이미 해 질 녘 골든타임은 매진된 상태였다.
하지만 우리는 포기 대신 역발상을 택했다.
어둠 속의 별 대신 생동감 넘치는 태양을 보러 가기로 한 것!
그렇게 우리는 영월의 가장 높은 곳에서 낮의 주인공을 마주하기 위한 뜨거운 예약을 마쳤다.
호안다구박물관에서의 정적인 휴식을 마친 뒤 드디어 봉래산의 가파른 굽잇길을 마주했다.
이내 반려차의 봉인을 풀고 넉넉한 출력을 쏟아부으며 오르막을 정복해 나갔다.
특히 기어를 수동 모드로 전환한 뒤 엔진이 내지르는 포효는 말로 다 못 할 쾌감을 선사했다.
아이와 함께 오느라 '세월아 네월아' 전전긍긍하는 앞차들과 달리
오직 '으른들'뿐인 우리는 거침이 없었다.
본격적인 태양 관측 전부터 이미 마음은 흥분의 도가니탕이 되어 봉래산 정상을 향해 질주했다.
반려차와의 화끈한 호흡 끝에 도달한 봉래산 정상.
넋을 놓게 만드는 절경에 취해 하마터면 예약 시간조차 놓칠 뻔한 아찔한 세이프였다.
천체투영실 돔 스크린 아래, 일타 강사처럼 명쾌한 설명이 흐르자
고교 시절 ‘지구과학’ 시간에 파묻어두었던 지식들이 반갑게 고개를 들었다.
어느덧 곁에 앉은 아이들처럼 눈을 반짝이며 별의 세계에 빠져들 무렵 하이라이트가 찾아왔다.
4층 관측실의 천장이 거대한 기계음을 내며 열리고 그 너머로 눈부시게 맑은 영월의 하늘이 쏟아져 들어오자
우리를 포함한 모두의 입에서 마법처럼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낮에 마주하는 천체는 밤과는 또 다른 미학이 있었다.
시리우스의 청량한 빛과 낮달의 몽환적인 실루엣을 지나
태양의 붉은 면모를 마주하자 감탄이 절로 터져 나왔다.
흑점은 마치 잘 구워진 쿠키 위의 초코칩처럼 박혀 있었다.
주변의 어린아이들보다 더 열렬한 눈빛을 보내며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동생 선 관람, 형 후 관람'의 사이클을 완벽하게 이어나갔다.
덩치 차이 때문에 멀리서 보면 부자(父子) 관계로 오해받기 딱 좋은 비주얼이었겠지만
그 순간만큼은 우주를 공유하는 가장 완벽한 파트너였다.
열정 과잉의 아이들이 없는 천문대는 의외로 우아하고 고요했다.
우리는 서두를 것 없이 망원경 속 천체들과 눈을 맞췄고
밖으로 나와서는 영월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절경을 배경 삼아 느긋한 대화를 이어갔다.
"밤이 아니면 어때"라는 우리의 호기로운 역발상은 적중했다.
시리우스의 달콤함과 태양의 뜨거움을 모두 맛본 한 시간 반.
낮에 만난 별마로는 밤의 낭만 그 이상의 실속과 즐거움을 우리 형제에게 선사해 주었다.
천문대 관측 프로그램을 마치고 3층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시원한 음료 한 잔을 곁들이며 나누는 대화는 그 자체로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다.
아이들의 소란함이 걷힌 차분한 공간에서 우리는 망원경 너머로 본 우주의 경이로움과
발아래 펼쳐진 영월의 비경을 안주 삼아 오손도손 이야기를 이어갔다.
낮에 만난 별마로는 밤의 낭만 그 이상의 진한 여운을 우리에게 남겨주었다.
이번 여행의 '신(神)의 한 수'는 별마로의 역발상만이 아니었다.
태양의 흑점과 홍염에 몰입하던 중 등장한 패러글라이더들은 그야말로 완벽한 카메오였다.
태양의 심장 곁을 스쳐 지나가는 듯한 그들의 비행은 보고 있어도 믿기지 않을 만큼 황홀했다.
망원경 속 우주의 신비와 망원경 밖 인간의 도전이 교차하는 지점.
3층 카페에서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나눈 대화의 절반은
바로 이 기적 같은 '이카루스적 순간'에 대한 찬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