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그랜드투어 시즌 1 7편

사카린처럼 달콤한 시리우스를 지나, 태양의 흑점을 한 입 베어 물다

by 곰돌아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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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그랜드투어를 기획하며 가장 먼저 지도 위에 점을 찍고 0순위로 예약을 마친 곳.

바로 별마로 천문대였다.

처음엔 동생에게 "별 보러 가지 않을래?"라며 낭만을 제안했지만

이미 해 질 녘 골든타임은 매진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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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는 포기 대신 역발상을 택했다.

어둠 속의 별 대신 생동감 넘치는 태양을 보러 가기로 한 것!

그렇게 우리는 영월의 가장 높은 곳에서 낮의 주인공을 마주하기 위한 뜨거운 예약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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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안다구박물관에서의 정적인 휴식을 마친 뒤 드디어 봉래산의 가파른 굽잇길을 마주했다.

이내 반려차의 봉인을 풀고 넉넉한 출력을 쏟아부으며 오르막을 정복해 나갔다.

특히 기어를 수동 모드로 전환한 뒤 엔진이 내지르는 포효는 말로 다 못 할 쾌감을 선사했다.

아이와 함께 오느라 '세월아 네월아' 전전긍긍하는 앞차들과 달리

오직 '으른들'뿐인 우리는 거침이 없었다.

본격적인 태양 관측 전부터 이미 마음은 흥분의 도가니탕이 되어 봉래산 정상을 향해 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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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차와의 화끈한 호흡 끝에 도달한 봉래산 정상.

넋을 놓게 만드는 절경에 취해 하마터면 예약 시간조차 놓칠 뻔한 아찔한 세이프였다.

천체투영실 돔 스크린 아래, 일타 강사처럼 명쾌한 설명이 흐르자

고교 시절 ‘지구과학’ 시간에 파묻어두었던 지식들이 반갑게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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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곁에 앉은 아이들처럼 눈을 반짝이며 별의 세계에 빠져들 무렵 하이라이트가 찾아왔다.

4층 관측실의 천장이 거대한 기계음을 내며 열리고 그 너머로 눈부시게 맑은 영월의 하늘이 쏟아져 들어오자

우리를 포함한 모두의 입에서 마법처럼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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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마주하는 천체는 밤과는 또 다른 미학이 있었다.

시리우스의 청량한 빛과 낮달의 몽환적인 실루엣을 지나

태양의 붉은 면모를 마주하자 감탄이 절로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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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점은 마치 잘 구워진 쿠키 위의 초코칩처럼 박혀 있었다.

주변의 어린아이들보다 더 열렬한 눈빛을 보내며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동생 선 관람, 형 후 관람'의 사이클을 완벽하게 이어나갔다.

덩치 차이 때문에 멀리서 보면 부자(父子) 관계로 오해받기 딱 좋은 비주얼이었겠지만

그 순간만큼은 우주를 공유하는 가장 완벽한 파트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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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과잉의 아이들이 없는 천문대는 의외로 우아하고 고요했다.

우리는 서두를 것 없이 망원경 속 천체들과 눈을 맞췄고

밖으로 나와서는 영월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절경을 배경 삼아 느긋한 대화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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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아니면 어때"라는 우리의 호기로운 역발상은 적중했다.

시리우스의 달콤함과 태양의 뜨거움을 모두 맛본 한 시간 반.

낮에 만난 별마로는 밤의 낭만 그 이상의 실속과 즐거움을 우리 형제에게 선사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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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대 관측 프로그램을 마치고 3층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시원한 음료 한 잔을 곁들이며 나누는 대화는 그 자체로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다.

아이들의 소란함이 걷힌 차분한 공간에서 우리는 망원경 너머로 본 우주의 경이로움과

발아래 펼쳐진 영월의 비경을 안주 삼아 오손도손 이야기를 이어갔다.

낮에 만난 별마로는 밤의 낭만 그 이상의 진한 여운을 우리에게 남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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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의 '신(神)의 한 수'는 별마로의 역발상만이 아니었다.

태양의 흑점과 홍염에 몰입하던 중 등장한 패러글라이더들은 그야말로 완벽한 카메오였다.

태양의 심장 곁을 스쳐 지나가는 듯한 그들의 비행은 보고 있어도 믿기지 않을 만큼 황홀했다.


망원경 속 우주의 신비와 망원경 밖 인간의 도전이 교차하는 지점.

3층 카페에서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나눈 대화의 절반은

바로 이 기적 같은 '이카루스적 순간'에 대한 찬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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