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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두나 Apr 19. 2019

#01. 나는 스물아홉에 결혼했다.

세간에는 9, 19, 29살 등 뒤에 9가 들어가는 나이를'아홉수'라고 부르며 일이 잘 풀리지 않을 것을 염려하여, 결혼이나 이사와 같은 일을 꺼린다. 하지만 나는 29살에 결혼했다. 비버씨(남편)과의 장거리 연애 3년 만에 이뤄낸 쾌거였다.


나의 생각보다 이른(?) 결혼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우리 엄마는 내게 계속 말했다.


“아홉수에 결혼하는 거 아니라던데 “


나는 엄마에게 종교인이 무슨 그런 말을 하냐고 타박했고 결국에는 네 뜻대로 하라는 말을 들었지만, 엄마는 결혼 준비 내내 저 얘기를 반복했다. 스물아홉에 결혼하는 사람이 어디 흔하냐며 시댁 어른들께선 뭐라 안 하시냐 등등.


사실 시댁에서는 내 나이가 크게 중요한 조건이 아니었다. "우리 아들이 결혼을 한대!"라는 것만으로 나의 겉모습, 직업, 아홉수 따위는 조건에서 잊힌 지 오래였다. 시어머니는 자기 아들보다 다섯 살이 어리고, 심지어 지역도 달라서 멀리 사는 나에 대한 걱정은 나중으로 밀렸고 우선 ‘며느리’가 생긴다는 것에 무척 행복해하셨다.


뭐, 나로서는 오히려 다행인 일이었다.



어쩌면 아홉수라는 것은 결국 사람이 만들어낸 쓸데없는 노파심 아닐까.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는 것은 그간 살아온 10년의 생활이 바뀐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다르게는 ‘어른’에 가까워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 과정이 순탄한 사람도, 순탄치 않은 사람도 당연히 있을 터. 19세의 고등학생이 20세의 성인이 된다는 것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당연히 순응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삶의 흐름을 ‘아홉수’라는 이름을 붙여 거부하고 밀어내려 하는 것은 아닐까? 


스물아홉의 나는 결혼을 결심했고, 무탈하게 결혼했다. 

스물아홉의 내게 아홉수 ‘두나’는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예비신부 ‘두나’만 있었을 뿐.


결국, 모든 일은 사람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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