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쩐지 하루종일, 머릿속에 '글쓰기'가 맴돈다.
기자들끼리의 만남에서 이번에 새롭게 입사했던 타사 기자가 한 말이 아직도 남는다.
하루에 얼마나 쓰고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음... 하루에 얼마나, 많은 양의 활자를 배출하는가는 우리 일을 열심히 하는가? 의 척도가 될 수 있는가.
그당시 말을 얼버무리며 대답을 회피했다.
실제로 내가 쓰는 글의 양은 정확히 측정이 불가능하고,
부끄럽게도 혼자 모든 일을 맡아내다보니 몇몇 코너는 보도자료의 ctrl+C/ctrl+V가 되어야 하고.
(물론 열정과 의욕이 부족하다는 변명입니다.)
아무튼, 그래서 그냥저냥 시간을 보내는데도 자꾸 그 말이 목 안에 걸린 가시처럼 따끔거리게 남아있는 게다. 어휴, 참. 참 나, 참 나.
보통 1면 하면 1250자를 쓰는데, 이정도의 분량은 한 명과의 30분 정도 인터뷰면 한 숨에 후루룩 내뱉듯이 써내릴 수 있다. 보통 정확한 주제를 가진 경우가 많고, 사람의 이야기는 다룰 내용도 많고 재미도 있다.
축제 기사같은 경우는 정보도 다뤄야 하니 이 역시 복붙, 플러스 체험형으로 나가게 되고 1800자 정도에 양전면을 썼었고.
요즘은 1200자 정도에 쓰던 음식 기사를 전면으로 키워서 1500자로 쓰고 있는데, 이게 참으로 웃긴 것이 겨우 300자인데 초반엔 엄청 가빴다. 뭘 써도 자꾸 똑, 하고 1250 정도에 끝나는 거다. 이유는 당연하다. 몸이 손가락이 그 정도밖에 못 쓰는거다.
프리다이빙은 한 숨에 다이빙 시간을 조금씩 늘려간다고 한다. 폐활량 싸움이다. 근데, 바로 내가 쓰는 글쓰기가 이 방법과 유사하다. 한 숨에 ctrl+Q, I (한글의 글자수세기 창 열기 단축키) 를 하지 않고도 쓸 수 있어야 하는데 야금야금 늘리지 않는 이상 몸도 뇌도 게으름을 피우고 싶어한다.
물론 많은 양의 텍스트가 양질을 의미하진 않는다. 하지만 오래 헤엄칠 수록 더 깊이 갈 수 있고 다양하게 볼 수 있듯이, 많이 써야 그 안에서 이렇게도 놀고 저렇게도 놀텐데. 나는 아주 형편없는 다이버였다. 무려! 6년이나!
속초의 아주 사연있는 장소를 갔다와서 실컷 1500자의 기사를 교정까지 마치고 나니,
다른 기자가 쓴 감칠맛 나고 재미진 기사가 눈에 들어온다.
같은 장소, 같은 인물의 인터뷰.
다른 사진, 다른 재미의 기사.
말 그대로 현타가 와서... 자각과 반성의 시간을 보내며 숨을 고른다. 참고로 그 분이 쓴 기사는 6,000자 정도였다. 깨작깨작 글을 써왔던 나로서는 좀 더 발전의 방법, 시간을 강구해야할 타이밍이다. 스스로 부족함을 알았으니, 좀 더 노력해야 한다. 고인물에는 악취가 나고 다른 이들도 알기 마련이니까! 나무야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