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단골 반찬가게는 직장을 다니는 나의 일상을 풍요롭게 해주는 소중한 가게이다. 아파트 상가에 위치한 10평도 안 되는 반찬가게는 50대 후반의 사장님 혼자 운영하신다. 조미료를 많이 넣지 않은, 제철 야채를 듬뿍 사용한 반찬들은 아무리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반찬가게 덕분에 우리 가족은 퇴근 후 편안하고 맛있게 저녁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사장님에게는 취미가 있으시다. 바로 기타 연주이다. 손님이 없을 때마다 틈틈이 기타를연습하신다. 가게 구석에 악보대와 기타가 세워져 있는데, 며칠 전 아이가 기타를 보더니 "기타가 바뀌셨네요?"라고 사장님께 물어보았다. 사장님은 깜짝 놀라시더니 "어떻게 알았어? 클래식 기타에서 통기타로 바꾸었어."라고 하시며 기타 동호회에 가입했고 가을에 발표회도 있다고 하셨다.
발표회 준비 때문에 연습하느라 너무 힘들다는 사장님은 환한 미소를 지으셨다. 2주에 한 번 공식 연습이고, 사장님은 매주 동호회 연습실에 가신단다. 가실 때마다 파전 등 간식을 만들어 가신다고. 사장님의 맛있는 간식을 먹으며 함께 연습을 할 다른 동호회 회원들의 모습을 생각하니 절로 훈훈해진다.
사장님처럼 꾸준히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에게 취미란 단어로 정의하기는 좀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꾸준히 운동을 하는 사람을 생활 체육인이라 한다. 운동처럼 생활 속에서 예술을 누리는 사장님과 같은 분을 생활 예술인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사장님을 보며 나도 생활 예술인을 향해 좀 더 꾸준히 그림을 그려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작년 여름 아이와 함께 배우다 곧 그만두었던 피아노도 생각이 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