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빅터 프랭클, 청아출판사, 2025)
책 방송을 즐겨 듣는 나에게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낯선 책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좋다고 추천하는 책이어서 언젠가 읽어야지 생각하면서도 조금 망설여졌었다. 이유는 유대인 수용소 경험을 쓴 이 책을 읽고 나면 너무 마음이 힘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최근 즐겨 듣는 <암과 책의 오디세이>에서 이 책을 추천해 주었다. 오랜만에 다시 다가온 이 책, 온라인 서점에서 검색해 보니 마침 한국에서 발간한지 20주년이 되어 기념 에디션을 판매하고 있었다. 한정판이라면 또 소장해 줘야겠지, 생각하며 책을 구입하였다.
이 책은 3부로 나누어져 있다. 첫 번째는 강제 수용소에서의 체험, 두 번째는 로고테라피란 무엇인가, 마지막으로는 강연 내용을 정리한 「비극 속에서의 낙관」의 글을 수록하였다. 길지 않은 책이라 금방 다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의 머리말에 “어떤 상황에서도, 심지어는 가장 비참한 상황에서도 삶이 잠재적인 의미를 지닌다는 사실을 구체적인 예로 전달하는 것뿐”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에는 뚜렷한 주제 의식을 담고 있었다. 처음 이 책을 읽기가 두려웠었던 것처럼 이 책이 고통스럽지 않았다. 강제 수용소에서의 경험을 마치 제3자가 삶을 관조하는 것처럼 담백하고 담담한 문체로 그려내기 때문이었다.
유대인 강제 수용소와 같이 가장 비참한 상황에서도 사람은 무엇인가 선택하고 나아갈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을 품고 이 책을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이 책에서 일관되게 이야기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상황은 선택할 수 없지만 삶을 대하는 태도는 선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일 예로 수용소에서 삶을 포기한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지 않고, 배설물도 그 자리에서 해결한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며칠 뒤에 죽는다고 했다. 미래에 대한 희망과 의미는 어쩌면 추상적인 이야기 같지만, 무엇보다 삶을 지속해주는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 저자가 죽음과 고난의 순간에도 수용소에 들어오기 전 빼앗긴 원고를 다시 쓰고 아내를 만나겠다는 희망으로 수용소의 삶을 견딜 수 있었던 것처럼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은 중요하다.
저자는 수용소 경험을 바탕으로 ‘로고세러피’ 학파를 창시하고 강연과 치료를 하며 남은 삶을 보냈다. 로고스(logos)는 ‘의미’를 뜻하는 그리스어이다. 로고테라피는 미래, 즉 환자가 미래에 성취해야 할 의미에 초점을 맞추어 정신 질환을 일으키는 ‘악순환의 고리’와 ‘피드백 기제’를 약화시킨다고 한다. 로고테라피에 따르면, 우리는 삶의 의미를 세 가지 방식으로 찾을 수 있다고 하는데 첫째 무엇인가를 창조하거나 어떤 일을 함으로써, 둘째 어떤 일을 경험하거나 어떤 사람을 만남으로써, 셋째 피할 수 없는 어떤 시련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이기로 결정함으로써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삶은 유한하고, 삶 앞에 놓은 상황은 변하고, 나의 임의대로 선택하기는 어렵다.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상황을 대하는 나의 태도이다. 요즈음 여러 복잡한 생각들로 몸과 마음이 어지러웠다. 지금 선택할 수 있는 나의 태도와 마음가짐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였다. 최근 읽었던 어떤 자기계발서 보다도 유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