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문화재단이 기획한 ‘문화예술아카이브 인천기록담길’(이하 인천기록담길)이 2025년 8월 문을 열었다. 인천기록담길은 ‘인천문화예술아카이브 시스템 구축사업’ 1단계의 성과로 완성된 디지털 아카이브이다. 이 사업은 총 3단계로 추진되고 있으며, 1단계에서는 아카이브 관리시스템과 시범 서비스 페이지를 구축했고, 2단계에서는 관리시스템의 고도화와 본격적인 서비스 페이지 개발을, 3단계에서는 서비스의 품질과 이용 편의성을 높이는 고도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문화재단, 부산문화재단, 대전문화재단 등 여러 지역문화재단에서도 문화예술아카이브를 구축·운영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기관 내부에서 생산된 문화예술 기록을 중심으로 수집·보존·서비스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문화재단은 기존에도 인천아트아카이브, 한국근대문학관 아카이브, 인천문화유산 디지털아카이브 등 주제별 아카이브를 운영해왔으며, 그 범위가 재단 내부 기록을 넘어 지역의 다양한 문화자원으로 확장되어 있었다. 더불어 광역문화재단으로서 인천 내 기초문화재단의 설립에 따라 광역-기초 간 역할 재정립과 기능 분담을 통한 전략적 문화 거버넌스 체계 구축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었다.
‘인천문화예술아카이브 시스템 구축사업’의 구상은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지역의 문화예술 및 기록학 전문가들과 네 차례의 회의를 거쳐 「인천문화예술아카이브 사업 준비 계획」을 수립하였고, 2022년에는 지역 문화예술 아카이브 사례를 중심으로 한 심포지엄과 재단 내부 아카이브 현황 조사를 통해 내부 진단을 실시했다. 이어 2023년에는 ‘인천문화예술 디지털 아카이브 ISP’를 통해 인천문화재단뿐 아니라 기초문화재단과 문화기관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동 아카이브 시스템으로 방향을 설정하였다. 2024년부터 1단계 구축사업을 본격적으로 착수하여 2025년 인천기록담길이 문을 열게 되었다.
인천기록담길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재단은 관리 대상 기록의 개념을 ‘문화예술자원’으로 설정하였다. 문화예술자원은 △아카이브 자료 △미술은행 미술품 △박물관·문학관 소장자료 등으로 구분하였다. 이는 재단이 운영하는 다양한 문화시설의 자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통합적으로 서비스하기 위한 첫 단계였다. 지역문화재단은 시·도 및 군·구로부터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등 문화시설을 위탁받아 소수의 인원으로 운영한다. 이때 시설별로 별도의 아카이브를 구축·관리하는 것은 비용과 유지관리 측면에서 부담이 크다. 이에 인천문화재단은 다양한 유형의 문화예술자원을 파악하고, 기록관리 프로세스와 정보를 체계화하여 정리·서비스하는 방향으로 사업의 틀을 잡았다.
인천기록담길의 가장 큰 특징은 협력기관별로 개별 관리시스템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기능이 우수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문화예술자원을 꾸준히 등록하고 공유하는 ‘지속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통합관리 체계가 아닌 협력기관별 개별 운영 방식을 채택하여 기관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높였다. 각 기관이 관리하는 기록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 역시 고려되었다. 나아가 문화예술자원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 시스템 운영과 자원 관리에 관한 교육 프로그램과 매뉴얼 제작·배포도 병행할 예정이다.
오늘날 AI 기술이 모든 산업과 문화예술 분야를 뒤흔들고 있지만, 기록관리 업무는 여전히 많은 수작업과 세심한 절차를 요구한다. 클릭 몇 번으로 완성되는 AI 기반의 결과물에 익숙한 시대에, 사람들의 삶과 활동을 기록하고 보존하는 디지털 아카이브는 오히려 느리고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AI를 활용한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관리 단계를 간소화하고, 검색과 활용의 효율성을 높여가는 한편, 기술이 대신할 수 없는 사람의 경험과 이야기를 담는 진정한 아카이브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이 사업은 처음에는 너무 큰 과제처럼 느껴졌지만, ‘아카이브는 100% 완성된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5%의 시작에서 경험과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유기체’라는 믿음으로 출발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기록을 통해 사람과 사람, 시간과 공간이 연결되는 플랫폼으로 성장해 나가도록 꾸준히 고민하고 실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