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수첩을 샀다

백희성, <쓰는 사람>, 교보문고, 2026.

by 작은서가

그 사람의 기록이 궁금하다는 이야기는 그 사람이 이룬 사회적, 직업적 성취 때문일 것이다. <쓰는 사람>의 저자 백희성은 건축가이자 작가, 아시아인 최초로 프랑스의 젊은 건축가상 등을 수상했으며 심지어 아마추어 화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대단한 성취를 하나가 아닌 여러 개를 이루어낸 저자는 말한다. 평범한 자신을 비범으로 바꾼 것은 기록이라고. 그럼 이 건축가의 기록 비법은 무엇일까?


보통 기록과 관련된 에세이는 록의 방법론을 중심으로 도구로서의 기록에 대해 보여준다. 이 책의 특이한 점은 저자가 쓴 기록이 '결과'가 되기까지의 과정 자체를 보여준다. 과정 자체를 보여주는 것은 어렵다. 최초 생각의 된 기록의 씨앗을 찾아내고 그 생각이 어떻게 발전했고, 결과를 만들어냈는지까지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기록의 실천과 실현을 만들어낸 과정을 직접 만날 수 있다. 책에 수록된 기록은 복잡하지 않다. 날짜와 자신의 감정상태, 그리고 의문, 이렇게 간단한 구성으로 되어 있다.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자신의 기록을 다시 꺼내 본다고 하는데, 드로잉과 깔끔한 글씨로 여백을 담은 기록은 다시 꺼내 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마음의 결심과 고민을 기록으로 붙잡고, 그것을 실천으로 발전시켜 나아간다. 이는 기록으로 남아 저자가 가려는 길을 잃지 않게 만들어 주었다. 이 책을 읽으며 진정한 저자의 힘은 해내고야 마는 실천력이란 생각이 들었다. 기록은 이를 위한 도구였다.


책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저자가 '필기'와 '기록'의 차이에 대해 말한 부분이다. 열심히 기록을 해도 변하지 않는다는 제자의 기록을 보니 누군가의 이야기를 열심히 적어둔 것일 뿐, 자신이 느낀 것에 대한 기록은 없었던 것이다. 저자는 기록을 할 때 여섯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말한다. 1단계는 자신의 생각을 적고, 2단계는 묻고, 3단계는 다른 사람처럼 묻는다. 4단계는 결정해 보고 5단계는 잊고 6단계는 나중에 다시 읽는다.


3단계까지는 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기록이 결과가 되기까지 4단계부터 6단계까지 꾸준히 실천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남겨진 기록이 아니라, 과정의 기록. 이 책을 읽고 생각의 씨앗이 기록으로 심어져 성장하도록 돌보는 과정을 엿본 것 같다.


평소 그리드 노트를 좋아하지만, 이 책을 읽고 매일 들고 다닐 수 있는 귀여운 수첩을 샀다. 책을 읽고 나니 기록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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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하고 불완전해 보이는 생각을 현실화하는 과정에서는 무수히 많은 문제를 직면하게 된다. 창의력의 절반이 아이디어의 시작에 있다면 나머지 절반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나온다.(22)


우리가 꿈에 대해 말하지 못했던 건 어쩌면 직업과 혼돈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동사형 꿈을 가진다면,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어떤 직업이 생기거나 사라지고,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이겨 내며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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