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by 키키 리리

난 요새 자주 울어. 혼자 걷다가도 울고, 음식물 쓰레기통 비우러 밖에 나갈 때도 울어. 밥을 하다가도 울고, 누가 내 이름만 불러도 울어.


하루의 절반을 물속에 갇혀 지내는 기분이야. 엄마는 알까? 그게 어떤 느낌인지. 축축하고 눅눅해. 때론 숨쉬기가 힘들어. 호흡곤란이 오기 전에 부지런히 약을 챙겨 먹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진짜로 위급한 상황이 올 수도 있거든. 그래도 아이들 앞에서는 울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해. 아이들은 내가 좋은 엄마라고 해. 가끔 화낼 때 빼고는.


나는 엄마가 좋은 엄마였을까 생각해 봐. 사실 답은 잘 모르겠어.




외가에서 하룻밤 묵을 때였어. 화장실이 하나밖에 없었지. 화장실 앞에서 우연히 엄마랑 마주쳤어. 그때 엄마는 나를 다그쳤어. 넌 이때까지 뭐하다가 내가 화장실 쓰려고 할 때 나타나냐고. 난 억울했어. 나도 그 순간 그냥 화장실이 가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결혼 준비할 때도 이런저런 문제가 참 많았어. 맘고생 심하게 했는데 엄마는 위로는커녕 넌 시댁에서 받을 복이 하나도 없다며 퉁명스럽게 내뱉었어. 그저 넌 참 힘들겠구나, 이 말만 해 줘도 덜 서러웠을 거야.


입덧이 너무 심해서 거의 먹지도 못하고 위액만 게워내고 있을 때였어. 엄마는 신혼집에 빨리 가라고 나를 다그쳤어. 난 어지럽고 계속 토하고 있었는데. 결국 가방을 싸서 시외버스를 2시간이나 타고 신혼집으로 갔어.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 배가 너무 고파서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김밥 한 줄을 사 먹고 죄다 토한 기억이 나.


임신 기간 내내 입덧이 너무 심해서 제대로 먹지 못했어. 애 둘 다 겨우 2.5킬로 정도로 태어났지. 애들이 잔병치레할 때마다 네가 입덧이 너무 심해서, 못 먹어서 애들이 약하다고 계속 이야기했어. 근데 내가 입덧이 심한 것도, 애들이 약한 것도 내 탓이 아니잖아. 내가 그렇게 만든 건 아니잖아. 내 탓이 아니야.


엄마가 엄마의 친구들이나 외갓집 식구들 앞에서 내 흉을 볼 때면 도망가고 싶었어. 내가 듣고 있는데 그랬어. 내 생김새나 식성이 이런 건 내 탓이 아니잖아. 그냥 그렇게 되었을 뿐이야. 근데 그걸 왜 끄집어내서 나를 아프게 했어? 난 그때 겨우 8살이었어.


내가 어릴 때 밖에 나가 놀지 않고 책상 밑이나 장롱 안에 들어가서 놀 때마다 이상하다고 말했어. 모래를 만지기 싫어한다면서 결벽증이 있다고 말했어. 그래서 친구를 사귀라고 교회에 나를 밀어 넣었어. 난 가기 싫었는데.. 그런데 가기 싫다고 말 못 해서 수년을 다녔어. 그냥 넌 왜 그렇게 혼자 노는 게 좋니?라고 물어봤으면 어땠을까?


하지만 알아. 과거의 일에 '만약'이란 단서를 붙이게 되면 한 없이 슬퍼진다는 사실을 말이야.


엄마는 내 말을 들을 여유가 없었던 걸까? 내가 묻는 말에 늘 대답해주지 않았잖아.




또다시 생각해 봐. 엄마는 좋은 엄마였을까?


여전히 답은 모르겠어. 지금 내가 알 수 있는 건 엄마도, 아빠도 불완전한 인간이란 사실이야. 모든 부모가 자식에게 사랑만 주지 않아. 사랑 말고도 다른 걸 주지. 엄마는 내게 사랑보다는 다른 걸 더 많이 줬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게 내 인생을 지금까지 지배하고 있지.


이 글을 쓸까 말까 무지 고민했어. 누워서 침 뱉기 같았거든. 근데 말이야, 의사 선생님도, 상담사 선생님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어.


엄마를 미워하지 않아. 엄마도 엄마의 이유가 있을 거야. 난 그게 무엇인지 그저 짐작할 뿐이지만.

그래서 안타깝기도 해. 우리의 삶은 완전할 수 없어서 서로 상처를 주고 상처를 입히지. 엄마는 이런 딸을 둬서 어떤 상처를 받았어? 많이 답답했어?


난 그 누구의 탓도 아니라고 생각해. 엄마나 아빠를 원망하지 않아. 그저 그렇게 되었을 뿐이야. 그러니 누구를 붙잡고 말할 수 있겠어? 누구를 붙잡고 탓할 수 있겠어? 내가 지금 이 지경이라고 말해본 들 뭐가 달라질까?


또다시 눈물이 뚝뚝 떨어져. 완전 울보가 되었나 봐. 우울증 약과 공황장애 약, 신경안정제까지 입 안에 털어 넣으며 살고 있어.


오늘 밤은 여러 번 깨지 않고 푹 잤으면 좋겠어.


그저 그것만 바랄 뿐이야. 엄마도 내가 푹 잘 수 있게 기도해줘.



- 엄마를 사랑하는 딸이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