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3.10(월) 맑음
우리 원몬이가 어린이집을 옮긴 지 벌써 2주 차다. 작년까지 다니던 어린이집에는 익숙한 친구들과 선생님이 있어서 아침마다 별다른 걱정 없이 등원했지.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더 크고 넓은 공간, 처음 만나는 선생님과 친구들. 적응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걱정이 많았다.
그러나 등원 첫 날, 네 모습은 달랐어. 엄마와 함께 짧은 시간 머물러서일까? 걱정과 달리 표정이 밝았다. "오늘 어린이집 재밌었어. 새로운 선생님 안 무서웠어."라고 말해주는 너를 보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둘째 날이 되자 적응이 빠른 친구들은 엄마와 공간 분리가 시작되었다. 할머니, 할아버지 손을 많이 탔거나 형제가 있는 친구들은 비교적 엄마와 떨어지는 게 어렵지 않다고 하더구나. 그런데 우리 원몬이는 혼자였고, 같은 반 친구들 모두 형제나 자매가 있었다. 잘못된 것도, 나쁜 것도 아닌데 마음이 괜히 움찔했다.
셋째 날과 넷째 날, 우리도 잠깐 떨어져 있기에 도전해 보았다. 네가 많이 울면서 엄마를 찾긴 했지만, 그래도 20~30분 정도는 교실에서 선생님과 잘 있었던 것 같아. 바뀐 환경에서 엄마와 떨어지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정말 대견했다. 집에 와서도 어린이집에서 배운 아기새 노래를 종종 부르자고 하더라. 토요일 아침엔 "새로운 어린이집 갈까?"라고 묻기도 했지.
오늘 아침,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아저씨에게 먼저 "어린이집 가는 거예요."라고 이야기하더라. 그 모습을 보고 이번 주만 지나면 걱정 없겠다고 생각했다. 신발장에 운동화도 스스로 넣고, 교실에 가면 양말도 벗고, 간식을 다 먹으면 선생님께 그릇도 가져다줄 줄 아는 너니까. 그런데 생각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5명씩 나눠서 시차 등원을 하던 첫 주가 지나고, 2주 차가 되자 10명 모두가 같은 시간에 등원했다. 넌 그게 혼란스러웠던 모양이야.
북적북적한 교실, 여기저기 엄마를 찾는 울음소리에 불안해졌지. 엄마가 잠깐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는 말에 "아니야, 아니야. 싫어." 놀잇감을 내팽개치고 달라붙었다. 새끼 코알라처럼 꼭 매달려서는 "엄마, 시끄러워. 귀 막아줘."라고 하는데,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어. 네가 낯설어 두려움을 느끼듯, 나도 잠시 막막해졌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누구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지.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 네가 느끼는 이상함이 익숙함이 돼 가는 과정에서 나 역시 부모로서 성숙해져 갈 거야.
그래서 하원하는 길에 물었다.
"오늘 어린이집 어땠어?"
"오늘 어린이집 이상했어."
"그랬구나. 내일은 덜 이상할 거야. 오늘 봤던 친구들이니까."
"그냥 이상해."
내일도 쉽지 않은 하루가 예상되는 답변이었다. 하지만 감사하기로 했어. '안 간다'라고 떼쓰진 않으니까. 널 돌보다 보면, 내 시간은 점점 줄어든다. 예전에는 참 아쉽게 느껴졌지만, 지금은 다르다. 육아에 헌신이 필요한 때가 있다는 걸 받아들였어. 가끔 힘든 순간이 와도 난 여전히 하고 싶은 게 많다. 그 마음만 여전하다면 결국 이루어질 거야. 열심히 한다는 말속엔 ‘빨리’라는 뜻이 없으니까, 마음에 여유를 두기로 했다.
그래도 네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더 헛헛하다. 아빠는 아직 대만에 있고, 주말 동안 함께했던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여수로 내려가셨으니까. 네가 낮잠 자는 동안, 할머니가 해놓고 가신 반찬에 밥 한술 뜨며 마음을 추스른다. 할아버지가 사주신 네 봄옷을 세탁해 널어두며 다짐해 본다.
"내일 예쁘게 입혀 씩씩하게 보내야지. 점심까지 잘 먹고 오자!"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나아질 거야. 너도 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