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 있다 무작정 런던에 사는 친구네 집으로 갔다. 사실 그 친구는 나랑 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니었다. 근데 그냥 그 친구를 보러 갔다. 그 친구는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길에 대해 막연하게 좋아해준 사람이었다. 어쩌면 그는 나랑 친하지 않으니깐, 나의 구린 모습을 모르니깐 그렇게 좋아해 준 것일 수도 있다. 그 친구는 나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냥 혼란에 빠져 허우적 대는 내 옆에서 묵묵하게, 무심하게 같이 있어 줬다. 그는 내가 충분히 가치있는 사람이라고 느끼게 만들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