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논어에 스며들다.

1. 논어에 스며든 교사

by 최성조

2. ChatGPT가 쓰는 학생생활기록부

함께 교사의 꿈을 꿨고, 지금도 멋진 선생님으로 학교에 남아 있는 후배를 만났다. 학교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후배가 갑자기 나에게 물었다.

“형, 전문직으로 전직하니깐 좋아요? 늘 야근하고 방학도 없잖아요. 특별한 잘못이 없으면 교감으로 승진할 수 있어서 전직한 거예요? 형은 수업하는 것 좋아했잖아요?”

그래 수업하는 것을 좋아했다. 아니 수업을 잘했다. 하지만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도망치듯 학교를 떠났던 나였다. 난 아직도 학교로 돌아가서 즐길 자신이 없다. 그래서 교감으로 승진하기 위해 전문직으로 전직한 것도 아니다. 그럼 장학사가 되고 무엇이 좋을까? 후배의 말대로 늘 야근에 방학도 없고, 교사와 학부모의 민원에 시달리는 그런 장학사다. 내가 학생일 때 장학사가 학교에 온다고 하면 대청소를 할 뿐만 아니라 선생님께서 갑작스레 수업 연습까지도 시키던 시절이 있었는데.

내가 왜 전문직으로 전직을 결심했는지에 대해 말하려면 후배 교사와 소주를 앞에 두고 밤새 이야기를 나눠야 할지도 모른다. 아니 밤새 변명을 해야 할지도 몰라 가볍게 대답을 했다.

“시험 문제 안 내고, 생기부(학생생활기록부) 안 쓰고, 수업도 안 하고 좋아”

의아한 표정을 짓던 후배가

“형, 형이 문제를 안 내서 좋다고요? 형은 문제 자판기 같았어요.”

그렇다. 나는 전국연합학력평가 출제도 10년 정도 했고, 학교 시험도 항상 동교과 선생님들 중에서 먼저 출제하는 편이었다. 출제가 어렵지는 않았다.

“그리고 수업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하긴 생기부 그게 힘들긴 해요.”

사실 나는 학생생활기록부를 쓰는 것도 크게 어려워하지 않았다. 신규 발령 1년을 제외하면 고등학교에서만 근무했고,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많았던 특수목적고등학교에서 오래 근무를 했기에 나름 학생부를 쓰는 노하우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학생부를 쓰는 일이 만만치 않은 일이긴 하다. 후배 교사도 종업식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학생부를 마감해야 하는데 종합의견을 쓰기가 만만치 않다는 고충을 토로한다. 그 말을 듣고는 며칠 전 본 뉴스 기사가 떠올라 후배에게 물었다.

“요즘 ChatGPT로 생기부 쓴다며?”

“시간 단축” VS “부작용 우려”... 학생부 작성 ‘AI 활용’ 논란


뉴스 기사에 따르면 최근 대부분 교사들이 생활기록부를 작성하는 데 ChatGPT를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시작이 적게 들고 내용도 더 풍부해진다는 건데, 한편에서는 교사가 아니라 AI가 학생을 평가하는 것이냐는 지적이 나온다고 한다. ChatGPT에 학생의 성격, 학업, 태도 활동을 요약해 넣었더니 500자 분량의 평가가 금세 작성되어 교사들은 시간 절약과 업무 보조 역할이 큰 장점이라고 한다. 교사는 아예 없는 내용을 지어내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활동을 기반으로 교사가 학생에 대해 생각했던 관념 속에 있는 것을 단지 표현하는 것뿐이라고 한다.

이에 반해 생활기록부가 대학 입시 자료로 쓰이는 경우가 많은데, 학생의 특장점이 구체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 즉 학생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판단하는 것이 선생님이어야지 AI가 아니어야 한다고 반대하는 입장도 있다고 한다. 대학 입학사정관 역시 AI에만 의존해 기록했는지 잡아낼 방법이 사실상 없어 공정한 평가가 더 어려워졌다는 말로 ChatGPT로 생활기록부를 작성하는 것에 대해 반대의 입장을 드러냈다.

서울교육청의 조사에 따르면 2년 전에는 교원 10명 중 절반 가량이 학생 평가에 챗GPT를 활용했는데, 올해는 거의 대부분일 것이라는 것이 교사의 설명이라고 덧붙였다.

나는 이 뉴스를 보면서 결국에 사회가 교사에게 기대하는 것은 학생에 대한 개별적이고 정확한 평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내가 생활기록부를 작성하는 것을 크게 어려워하지 않았던 것은 학생을 정확하게 평가하고 있었다기보다는 국어교사로서 내 머릿속에 있던 학생에 대한 평가를 글로 표현하는 것이 다른 교과의 선생님들보다 조금 수월했던 것뿐이었다. 내가 알고 지내는 거의 모든 교사들은 학생들을 정확하게 그리고 개별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단지 그 평가를 글로 풀어내기가 어려워 ChatGPT의 도움을 받는 것뿐이다.

『논어』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계강자가 물었다. “중유(자로)는 정사에 종사하게 할 만합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유는 과단성이 있으니 정사에 종사하는 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는가!”

“사(자공)는 정사에 종사할 만합니까?”하고 물으니,

“사는 사리에 통달했으니 정사에 종사하는 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는가!”하셨다.

“염구는 정사에 종사하게 할 만합니까?” 하고 물으니,

“구는 다재다능하니 정사에 종사하는 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는가!”하셨다.

공자는 평소에 정해진 교육과정과 맞춤형 학습 과정을 통해 엄격한 교육을 실시하였지만 3천 명에 달하는 제자들의 장점을 파악하여 그들의 장점에 맞는 잠재 능력을 계발하였다. 중유의 자는 자로(子路)이다. 공자보다 9세 아래로 제자 중 가장 나이가 많았다. 공자의 꾸지람을 가장 많이 받았는데 그만큼 공자의 관심과 사랑을 많이 받았던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중유는 매우 솔직하고 용기가 있는 인물로 공자는 국방 문제에 적임이라 판단하였다.

사는 단목사로, 자는 자공(子貢)이다. 위나라 사람으로 외교 방면에 뛰어난 수완을 발휘하였다. 제자 가운데 가장 부자였으며 실물경제에 대한 예측 능력도 뛰어났다. 그러니 사리에 통달한 단목사에게는 국정을 책임질 수 있는 자리가 적합하다고 공자는 판단한 것이다.

염구의 자는 자유(子有)로 주로 염유(冉有)로 불렸다. 정치 능력이 뛰어난 인물로 행정과 군사 방면에 재능을 발휘하였다. 공자는 신중하면서도 재능이 많은 염구는 문화 예술 방면의 책임자가 적합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런 공자의 모습을 보며 일반인들은 역시 공자는 대단한 교육자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대부분의 선생님은 자신이 지도하고 있는 학생의 장단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1년 동안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학생들의 성격과 특성, 고민 등 거의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고 기억한다. 그리고 그 내용을 생활기록부에 기록한다. 비록 ChatGPT의 도움을 받는 것은 단지 문장을 다듬는 윤문 정도일 뿐이다. 아니 선생님들은 ChatGPT가 써 준 내용을 그래도 옮겨 적지 않고 또 윤문을 한다. 어느 선생님이 ChatGPT가 써 준 내용을 그대로 베껴 쓴단 말인가.

다만 선생님들께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학생들을 관심을 가지고 지도해 달라는 것이다. 내 생각에는 단순히 ChatGPT를 이용해서 생활기록부를 작성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ChatGPT가 작성했다는 학생부의 내용을 학부모가 봤을 때 자신의 아이를 평가한 내용 같지 않다고 생각하니 ChatGPT로 작성한 내용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닐까.

또한 학부모에게 당부드리고 싶은 것도 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가정에서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꽤 많다. 학부모가 아이들의 모습을 다 알고 있다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학생부 종합의견을 작성하는 것은 담임 선생님의 고유 권한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기부의 종합의견을 이렇게 써달라, 이것은 지워달라고 말하는 것은 교사에 대한 무례이자 월권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생활기록부 종합의견에는 아이들의 장점만 써야 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써야 한다. 성장 과정을 보여 준다는 것은 부족한 부분도 드러나야 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발전한 모습도 드러나야 한다. 비록 부족한 부분을 채우지 못했다고 쓰여 있는 글은 그다음 학생의 담임을 맡은 선생님이 그 부분을 읽고 학생이 어떤 성장을 위해 노력해야 할지, 성장을 위해 어떤 지도를 해야 할지 고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아는 선생님들은 늘 아이들만 바라보는 사람들이다. ChatGPT를 쓰더라도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머릿속에 맴돌기만 하던 아이들에 대한 평가를 명확하게 표현하고 개별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공자가 제자들의 개성을 파악하여 평가했듯 우리 선생님들도 이 부분에서는 공자에 절대 뒤지지 않을 것이다. 제발 선생님들을 믿고 맡겨두자. 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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