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논어에 스며들다.

3-4. 교감 자격연수를 통해, 리더십을 생각하다.

by 최성조

2022년 9월 1일, 나는 교사에서 연수 기획자가 되는 전환점을 맞았다. 인천교육연수원 교육연구사로 첫발을 내디뎠고, 그 순간부터 ‘연수’는 내 삶의 또 다른 교실이 되었다.

나의 첫 연수는 인문역량강화 직무연수로, 연수에 참여한 많은 선생님들과 파주 지지향에서 1박을 하며 김민섭 작가의 강의를 비롯하여 인문역량을 함양하기 위한 연수를 기획했고 참여한 선생님들의 만족도 또한 높았다.

그렇게 연수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재미에 푹 빠져 살다가 2023년 여름, 중등 교감 자격연수를 운영하게 되었다. 교감 자격연수는 현재 연수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연수 중에서 유일하게 평가를 통해 성적을 산출하는 연수이고, 그 성적에 따라 교감 발령 순위가 정해지기 때문에 다른 연수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또한 다른 직무연수와 달리 100시간을 운영해야 하는 연수이기 때문에 거의 한 달간 연수에 매달려야 하고 논술 평가와 객관형 평가 두 번의 지필 평가와 한 번의 분임 토의 발표 평가, 그리고 1박 2일 체험활동까지 교육과정에 포함되어 있어 꽤 많은 준비를 해야 했다.

나는 연수원에서 2년간 근무하면서 그 힘들다는 교감 자격연수를 2023년 여름과 2024년 여름 두 번 운영하였다. 특히나 2023년에는 95명, 2024년에는 111명이라는 연수원 역대 최대의 연수생을 대상으로 연수를 운영해야 했다.

교감 자격연수 대상자는 일반 승진이라고 하는, 20년 이상 교사를 하다 승진 점수를 쌓아 연수 대상자가 되신 분과 전문직원으로 3년 이상 근무하신 분들로 크게 나뉜다. 전문직 경력순으로 교감 발령이 나는 전문직원과 달리 일반승진 대상자는 교감 자격연수의 성적이 교감 임용 순위 결정에 비교적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연수 참여뿐만 아니라 평가에 대해 특히 예민하다.

나는 연수를 준비하면서 평가가 중요하긴 하지만 새롭게 교감 선생님이 되어 학교를 경영해 나가실 분들에게 꼭 필요한 연수 과정을 마련하고, 다양한 경로로 우수한 강사님을 위촉하여 연수를 내실 있게 준비하고자 했다. 교사로 생활하실 때는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교육법이나 인사 규정 등과 인천교육의 현안과 문제점 등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교과목도 준비했지만 무엇보다 리더십을 함양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배정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좋은 리더란 무엇일까? 과연 우리 교감 선생님들은 어떤 리더가 되실까? 이런 생각에 리더십에 대한 강의도 듣고, 책도 많이 찾아보았다. 리더십 강의를 듣다 보면 꼭 보스와 리더의 차이가 언급되는데, 미국의 34대 대통령인 아인젠하워 대통령은 ‘보스는 조직원을 밀어붙여 움직이게 하는 사람이고, 리더는 스스로 따라오도록 이끄는 사람’이라 하였다. 리더와 보스의 차이를 나타내주는 유명한 이 그림은 아마도 아이젠하워의 말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 아닌가 한다.

리더십의 종류만 해도 매우 다양해서 리더 개인의 매력과 설득력으로 구성원의 동기를 부여하는 카리스마 리더십과 팀의 가치와 목표를 재정립하며 혁신을 주도하는 변혁적 리더십, 리더가 팀원의 이익을 우선시하며 지원과 성장을 강조하는 서번트 리더십 등 다양한 리더십이 존재한다.

교감 자격연수를 준비하는 시간은 나에게도 과연 나는 어떤 리더가 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 나는 누군가가 어떤 리더가 되고 싶냐고 물으면 나는 태생부터 리더와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늘 대답한다. 이 대답은 겸손의 대답이 아니라 정말 나는 스스로를 돌아봤을 때 리더보다는 참모 스타일에 가까운 사람이다.

아주 오래전에 리차드 기어가 주연한 ‘사관과 신사’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리차드 기어가 너무나 멋있게 나와 꽤 인기가 있었던 영화였는데, 나는 어린 시절 그 영화를 볼 때 루이스 고셋 주니어가 배역을 맡았던 폴리 교관이 참 마음에 들었다. 그때가 아마 내가 교사의 길을 걷기로 마음 먹었던 때가 아닌가 한다.

사관생도들에게 피도 눈물도 없이 독한 훈련을 시키던 폴리 하사, 그리고는 자신이 시킨 혹독한 훈련을 모두 마치고 임관하는 장교들에게 존경의 경례를 멋지게 하던 폴리 하사. 나는 학생들을 졸업시킬 때마다 나보다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갈 아이들을 바라보며 내가 폴리 하사 같다고 느꼈다.

장학사가 된 지금도 나는 교육 현안에 대해 의사를 결정하는 것보다 다양한 현상을 파악하여 여러 대안을 제시하고, 그 대안에 대한 장단점을 비교 분석하여 팀장님께 보고하는 것이 더 편하고 좋다. 물론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다, 어쩌면 나는 책임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책임감도 리더의 덕목이니 책임을 지는 태도를 갖추지 못했다는 것도 내게 리더의 자질이 없다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교감 자격연수의 모든 강의 준비에 최선을 다했지만 특히 내가 심혈을 기울인 리더십 강의에서 강사님은 교감 선생님이 갖추어야 할 리더십 역량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첫째, 교육 비전 제시와 변화 관리 역량이 필요하다. 학교야말로 미래 사회 변화와 지역 사회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을 해야 하는데 이때 학교가 흔들림 없이 운영되기 위해서는 관리자가 학교 교육의 목표와 방향을 명확하게 갖고 있어야 하고 이러한 교육 비전과 방향을 학생, 학부모, 교사와 공유하고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한 협업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둘째, 소통과 공감의 리더십 역량이 필요하다. 학교 관리자는 교육 공동체의 의견을 경청하고 설득력 있게 소통함으로써 갈등을 조정하고 협력적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또한 교직원과 학생들이 자율성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신뢰를 기반으로 한 공감 리더십을 갖추어야 한다.

셋째, 교육과정과 수업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교감이 수업을 하지 않더라도 교사의 수업 전문성 향상을 지원하고 학교 차원의 교육과정을 편성하여 방향을 이끄는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서, 또한 개별 학생의 성장을 이끌 수 있는 학생 맞춤형 교육 여건을 조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는 수업과 교육과정에 대한 전문성은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한다.

넷째, 조직 관리와 행정 업무 역량도 갖추어야 한다. 인사, 예산, 시설 관리, 안전 등의 행정 업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적절한 역할 배분을 통해 책임 경영을 실천하는 것이 교감의 역할이다. 또한 학교 현황에 대한 객관적 분석을 통해 학교를 평가하고 평가 결과에 따른 학교 맞춤형 정책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위기 대응 능력과 변화 관리 능력이 요구된다. 코로나 팬데믹과 기후 재난 등 예기치 못한 상황과 학교폭력과 같은 위기 상황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함과 위기 대처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여섯째, 윤리적 책무성에 대한 민감성을 갖고, 수시로 자기를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 관리자는 특히 투명한 학교 운영과 공정한 평가, 청렴한 재정 운영 등 공직자로서 청렴한 도덕성을 지녀야 하고, 이를 위해 지속적인 자기 성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역 사회와의 협력하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요즘의 학교는 학교의 울타리를 넘어 학부모와 지역주민, 시민사회 단체 등의 마을이 교육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학교와 상생하는 교육활동을 만들어 내고 있다. 따라서 학교 관리자는 마을교육공동체와의 협력을 통해 교육 자원을 확장하고 학생의 다양한 성장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교감 자격연수를 운영하는 덕에 교감 선생님들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에 대한 강의를 꼼꼼히 메모까지 해가며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메모를 해 놓고 보니 왠지 딱딱하게만 느껴지고, 뭔가가 빠진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강사님은 교감 선생님이 지녀야 할 역량에 대해 열강을 하셨고 연수생들 역시 만족하며 들은 강의였지만 나는 뭔가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그날부터 나는 과연 어떤 교감 선생님이 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러다 『논어』의 공야장(公冶長)편을 읽다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부분을 채울 수 있는 리더십의 모습을 찾았다.

안연과 계로가 공자를 모시고 있었는데, 공자께서 “어찌 각기 너희들의 뜻을 말하지 않는가?” 하셨다. 자로가 말하였다. “수레와 말과 가벼운 갖옷을 친구와 함께 쓰다가 해지더라도 유감이 없겠습니다.” 안연이 말하였다. “자신의 선행을 자랑하지 않고, 공로를 과시함이 없고자 합니다.” 자로가 “선생님의 뜻을 듣기를 원합니다.” 하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늙은이를 편안하게 해 주고, 친구에게는 미덥게 해 주고, 젊은이는 감싸 주고자 한다.”

나는 공자의 말씀 중 ‘늙은이를 편안하게 해 주고, 친구에게는 미덥게 해 주고, 젊은이는 감싸 주고자 한다.’를 (내가 학교 관리자가 되면) ‘선생님을 편안하게 해 주고, 학부모에게는 미덥게 해 주고, 학생들은 감싸 주고자 한다.’로 고쳐 실천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선생님들을 편안하게 해 준다는 말은 선생님의 몸을 편안하게 해 준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내가 겪은 선생님들은 몸을 편안하게 하고 싶어 하는 분은 거의 없었다. 부모처럼 아이들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치고자 하고, 하나라도 더 먹이고자 뛰어다니시는 분들이셨다. 그래서 나는 선생님들이 마음 편하게 가르치고 아이들과 웃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관리자가 되고 싶다.

아이들을 학교에 맡긴 학부모들은 학교를 믿을 수 있게 만드는 관리자가 되고 싶다. 비유가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학교 다닐 때는 체벌이 있었다. 내가 억울하게 선생님께 체벌을 당하고 집에 돌아가 시퍼렇게 멍이 든 허벅지를 내밀면 어머니께서는 “네가 잘못 했으니깐 맞았겠지”하시며 안티푸라민 연고를 발라주셨다. 나는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이제 부모가 되고 보니 말은 그렇게 하셨지만 멍이 든 자식의 허벅지에 연고를 바르는 부모의 심정은 어떻겠나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래도 학교를 믿으니깐, 선생님을 믿으니깐 우리 아이가 뭔가를 잘못했으니 때리셨겠지, 잘되라고 때리신 거겠지 하셨던 어머니의 마음. 그때와 같이 부모가 학교를 믿고 아이를 마음 편히 맡길 수 있는 학교를 만드는 관리자가 되고 싶다.

무엇보다 학생들은 감싸 주는 관리자가 되고 싶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라는 공간에서 안전하게 마음껏 자신의 꿈을 펼쳐 성장해 나갈 수 있는 학교를 만드는 관리자가 되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내가 들은 강의에서 빠졌다고 느꼈던 것, 그리고 연수생들은 왜 그렇게 공감하며 강의를 들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아직까지 교감 선생님이 될 철학과 마음가짐을 가지지 못한 채 강의를 들었기 때문에 공감하지 못했던 것이고, 예비 교감 선생님들께서는 그동안 그 위치에 오기까지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노력을 해 오셨고, 이제 연수라는 고비만 넘기면 훌륭한 교감 선생님이 되실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었기 때문에 나와 달리 연수에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이다.

『논어』 이인(里仁)편에 다음과 같은 글귀가 있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증삼아! 나의 도는 한 가지 이치로 일관되게 꿰뚫는 것이다.” 하시자 증자께서 “예”하고 대답하였다. 공자께서 나가시자, 문인들이 “무슨 말씀인가?” 하고 물으니, 증자께서 대답하셨다. “선생님의 도는 진실한 용서뿐이다.”

리더십 강사님은 ‘공자’였고, 예비 교감 선생님들은 ‘증자’였던 것이다. 나는 “무슨 말씀인가?”라고 묻는 ‘문인’이었던 것이고,

교감 자격연수 강의실과 나의 사무실은 한참을 떨어져 있어 무더운 여름에 사무실과 강의실을 몇 번 왔다 갔다 하면 땀에 옷이 다 젖을 정도로 힘든 연수였다. 하지만 두 번의 교감 자격연수를 준비하며 나는 정말 폴리 하사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너무나 행복했다.

내가 교감 자격연수를 했던 연수생들은 이제는 교감 선생님이 되어 학교 관리자로 훌륭하게 근무하고 계신다. 나는 리더보다 참모가 편하다는 생각이 여전하지만, 이제는 참모형 리더로서, 구성원과 함께 움직이는 리더가 되기를 꿈꾼다. 그리고 그 시작은 교감 자격연수에서 배운 리더십이 아니라 리더가 되겠다는 마음가짐에서 비롯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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