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연재] 킥오프(Kick-Off) (18)

by 최성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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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고대하던 개막전 경기가 시작되었다. 내가 루카스에게 공을 넘기면서 경기가 2006시즌이, 아니 나의 데뷔 시즌이 시작된 것이다. 시작하자마자 나에게 빠르게 달려오는 것은 종수다. 이 새끼 몇 달사이에 몸이 엄청 좋아졌다. 키도 나보다 큰 녀석이 벌크업을 해서 몸도 엄청 좋아졌다. 괜히 나를 빠르게 지나가면서 어깨로 툭 치고 지나간다. 하마터면 튕겨나갈 뻔 했다. 데뷔전에서 공과 상관없이 상대 선수에게 치여서 날아가 넘어지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벌어질 뻔 했다. 저 새끼 일부러 치고 가는거 봐, 그래 붙어 보자. 이번에는 우승컵을 넘겨주지 않을 거다!

경기 시작 후 15분이 흘렀다. 역시 프로는 다르다. 경기 템포도 빠르고 몸싸움이 엄청 치열하다. 그동안 몇차례 연습 경기를 뛰었는데 연습경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내가 공을 잡을려고 하면 어느새 먼저 내 앞을 가로막아 공을 가로채거나 내 뒤에 바짝 붙어 돌아서지 못하게 막는다. 어쩔 수 없이 자꾸만 공을 뒤쪽에 있는 우리 팀 선수에게 패스를 하게 되어 자꾸만 흐름이 끊기고 있다.

전반 20분, 수비수 강혁 선수가 상대의 돌파를 막아 공을 가로챘다. 나는 상대 수비 뒤로 빠르게 달려 들어갔다.

‘나한테 달라고, 길게 올리라고,’

강혁 선수와 눈이 마주쳤다. ‘빨리, 빨리,’

하지만 강혁 선수는 템포를 늦추고 센터서클에 있는 주장에게 공을 넘긴다.

‘이씨, 일부러 나 안주는 거 아냐? 나한테 넘겼으면 바로 수비 뒤로 들어가 골 찬스를 잡을 수 있었는데, 뭐야 왜 안 줘?’

전반 30분이 흘렀다.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자꾸 마음이 조급해 진다. 상대가 슛을 때린 공이 클로스바 넘어 멀리 날아간 사이 주장이 나에게 다가온다.

“민혁, 뭐 하냐?”

“네?”

“야 임마, 공간을 찾아 들어가야 할 거 아냐? 계속 너한테서 끊기잖아.”

억울했다. 내가 백패스를 해서 몇 번 흐름이 끊긴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공간을 찾아 들어가도 공을 안 넘겨 주는데 나더러 어쩌라는 건지.

“주장, 공을 안주는데 뭘 끊겨요. 공을 올려줘야 공간으로 들어가서 받을 거 아네요.”

“야이 새끼야. 너가 공간을 만들어야 공을 올려줄 거 아냐?”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데도 공을 안 주니 못 가잖아요.”

“그래 알았다. 그럼 내가 잡아서 올려줄테니 공간을 만들어!”

“네”

드디어. 기회가 오는구나. 주장이랑 눈이 마주쳤다. “자 올려요. 나 들어가요!” 주장이 멋지게 올렸다. “그래, 이거지. 거봐요. 올려주기만 하면 내가 잡아서 공간을 만든다니깐요.” 아주 가볍게 가슴으로 공을 트래핑해서 오른쪽 발 앞에 떨어뜨렸다. 골대와의 거리는 25미터, 한번 더 치고 들어가서 수비수 한 명을 재치고 오른발로 슛을 때리는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자 나의 데뷔골이다!

“삑!”

“인천 11번 최민혁 오프사이드!”

“뭐라고요? 오프사이드요?”

이후에도 나는 세 차례나 더 오프사이드를 범했다. 공간으로 들어가야 공을 준다는 주장 말이 이런 거였나. 도무지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을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최후의 선택으로 나의 돌파력을 믿어 보기로 했다. 하프라인까지 내려와 공을 잡았다. 그리고는 치고 들어갔다.

“아, 드디어 나왔어요. 최민혁 선수의 단독 돌파, 안느턴으로 한 선수를 가볍게 재쳤습니다. 자 오른쪽에 루카스가 있어요. 루카스에게 패스하는 척 하고 다시 헛다리 집기, 스텝오버로 들어갑니다. 슛! 아 최민혁 선수 슛팅을 때리려는 순간 수비수의 발에 걸려서 넘어졌어요. 반칙 아닌가요?”

“네, 반칙처럼 보이는데요. 페널티라인 안쪽이에요. 저 위치에서 반칙이면 페널티킥일텐데요.”

“삑!”

“네, 심판 찍었어요. 페널티킥입니다. 최민혁 선수 프로 데뷔전에서 페널티킥을 얻어냅니다.”

“수원 선수들은 공만 걷어낸 거라고 항의를 하고 있는데요. 최민혁 선수 넘어져서 일어나지를 못합니다. 발목을 심하게 차였어요. 의료진이 들어가네요.”

“다행입니다. 뛸 수 있다는 사인이 들어가네요. 최민혁 선수에게 위험한 태클을 한 수원FC의 김상식 선수는 경고를 받습니다.”

“페널티킥을 누가 찰까요? 최민혁 선수가 얻었으니 최민혁 선수가 찰까요? 최민혁 선수가 차게 되면 데뷔전 데뷔골인데요.”

공을 챙겨서 페널티 스폿으로 걸어가는 루카스에게 주장이 말을 걸었다.

“Lucas. Minhyuk got a penalty, let's let him kick it.(루카스, 민혁이가 얻었으니깐 민혁이더러 차라고 하자.)”

“No, I'm gonna penalty kick. I'm the one who's in charge of the penalty kick(싫어, 내가 찰 거야. 페널티킥 전담은 나야!)”

“Lucas, I Know. But It's a penalty kick from Minhyuk's debut game. Why don't you make a concession?(루카스, 알아, 하지만 민혁이 데뷔전에 얻은 PK잖아. 양보하는 게 어때?)”

주장이 페널티킥을 내가 찰 수 있도록 루카스에게 양보를 하라고 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루카스는 공을 페널티킥 스폿에다 놓으면서 본인이 차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주장이 나에게 와서 페널티킥을 차겠다고 말을 하라고 눈짓을 한다. 하지만 나 역시 페널티킥으로 데뷔골을 기록하고 싶지 않다.

“주장, 괜찮아요. 제 데뷔골을 페널티킥으로 기록하고 싶지 않아요. 전 멋진 필드골을 오늘 터트릴 거에요.”

“No, The Head Coach told me to kick the penalty. (감독님이 페널티킥을 나에게 차라고 했어.)”

“그래, 알았다. 민혁아 괜찮냐?”

“네, 주장!”

“네, 페널티킥은 루카스 선수가 준비를 합니다. 최민혁 선수가 차는 게 아닌가 했는데요. 루카스 선수가 준비를 하네요.”

“자, 루카스 올 시즌 첫 골을 기록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올 시즌 본인의 첫골이자 2006 시즌 K리그 첫 골이 루카스 발에서 나올 수 있을지, 자 갑니다. 슛! 골! 골입니다.”

“네, 최민혁 선수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루카스 선수가 침착하게 성공해 전반 38분. 1대 0으로 앞서 갑니다.”

“네, 이제 전반, 정규시간은 거의 끝이 났구요. 추가 시간인데요. 아직 스코어는 1대 0으로 인천시티FC가 앞서고 있습니다. 수원FC의 코너킥, 아마 전반의 마지막 공격이 되지 않을까 하는데요.”

“자, 김진섭 선수 코너킥을 준비합니다. 길게 올려줍니다. 이종수 헤더, 골! 골입니다. 김진섭 선수가 올린 코너킥을 이종수 선수가 헤더로 인천의 골문을 흔듭니다. 인천시티FC 수비수 두 명이 이종수 선수와 함께 헤더 경합을 했습니다만 이종수 선수, 전혀 힘에서 밀리지 않고 머리를 공에 갖다대서 골을 성공 시킵니다.”

“대단하네요. 이종수 선수 데뷔골이에요. 이로서 1대 1이 됩니다.”

“네, 다시 킥 오프하는 순간 주심이 전반 종료 휘슬을 붑니다.”

종수 녀석 데뷔골이라니! 전반이 끝났다. 다시 시작하려는 순간 끝이 났다. 이거야 말로 킥 오프였다. 코치님이 전반에만 뛰면 된다고 했으니 나의 데뷔전은 이렇게 끝이 난 건가? 데뷔전 공을 챙겨 가고 싶어는데, 그라운드에 구르고 있던 골을 넣은 종수가 공을 챙겨 간다. 나의 데뷔전 공이기도 한데, 공을 챙겨가는 종수를 하염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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