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제 후반 45분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정수 위원님 전반전을 평가해 주실까요?”
“네, 전통의 라이벌답게 정말 팽팽한 경기력을 보여줬습니다. 스코어도 1대 1이구요. 슛팅 숫자는 인천이 2개 더 많지만 유효슈팅 숫자는 4개 씩으로 같습니다. 그리고 볼 점유율 역시 50대 50으로 똑같았어요. 그만큼 팽팽한 경기였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겨우내 축구를 기다렸던 팬들 입장에서는 개막전부터 멋진 경기를 보고 계신데요, 특히 오늘 데뷔전을 치르는 라이벌 최민혁 선수와 이종수 선수, 최민혁 선수가 페널티킥을 얻어 팀이 앞서가는 기회를 만들었구요. 이에 질세라 이종수 선수가 코너킥 상황에서 헤더로 동점골을 만들었습니다. 정말 장군 멍군이네요.”
“네, 최민혁 선수가 얻은 페널티킥을 루카스 선수가 아닌 자신이 찼더라면 데뷔골을 먼저 기록할 수 있었을텐데요. 루카스 선수에게 양보를 했어요.”
“자, 후반 경기가 시작됩니다. 인천과 수원 선수 라인업에는 변화가 없어요. 전반과 동일하게 나왔죠.”
후반전이 시작되고 나는 미친 듯이 뛰어다녔다. 내가 가진 모든 기술과 체력을 사용해서 상대 수비수를 제치고 돌파하고 넘어졌다. 넘어졌다가 또 일어나 상대 선수의 공을 빼앗아 왔다. 나에게는 15분이라는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45분이 주어진 다른 선수들보다 3배나 빠르게 시간이 흘러갔다. 그러니 나는 남들보다 3배나 더 빨리 더 많이 뛰어야 했다.
하프라인 아래에서 공을 잡은 주장이 갑자기 나를 본다. 20미터 이상 떨어져 있는데 주장의 눈빛이 엄청 또렷하게 보인다. 나에게 수비수 뒷공간으로 뛰어 들어가라는 눈빛이다.
‘또 오프사이드에 걸리면 어쩌지? 그래 주장의 발을 보자. 주장의 발을 보며 박자에 맞춰 수비수 뒤로 달려 들어가는 거야. 주장의 왼발 도움닫기 하나, 오른 발을 뒤로 빼는 순간 둘, 공에 발이 닿는 순간 셋, 지금!’
나는 수비수 뒤로 달려 들어갔다. 공은 정확하게 내 앞으로 날아왔다.
‘오케이, 완벽한 택배 크로스!’
나는 가슴으로 가볍게 공을 트래핑하고 오른발 앞에 떨어뜨려 놓았다. 그리고는 그라운드에 떨어졌다 튀어오른 공을 강하게 때렸다.
‘아, 조금 발등의 옆 부분에 맞았다. 중앙에 맞았어야 했는데, 공이 뜨면서 휘어 나가겠구나!’ 하는 순간
운동장이 떠나갈 듯 우렁찬 함성이 들렸다.
“골! 골입니다. 후반 6분 최민혁 선수가 주장 박준재 선수의 크로스를 받아 멋진 중거리 슛을 성공시킵니다. 오프사이드 트랩을 완전히 뚫어 냈어요.”
“아, 멋진 데뷔골이네요, 아웃프론트에 정확하게 맞아 공이 바깥쪽으로 휘어 나가는 바람에 골키퍼의 손에 닿지 못하는 골대 구석으로 빨려들어갔어요! 정말 멋진 골입니다!”
“네, 이 골로 인천 다시 2대 1로 앞서 갑니다.”
다시 킥 오프다. 아직 나에게는 9분의 시간이 남아 있다. 오프가 아니다. 9분 동안 아직 더 보여 줄 것이 많다.
“네, 한 골을 실점한 이후 수원의 공격이 엄청 거세졌습니다.”
“그렇습니다. 수원 만회골을 넣어야 하거든요.”
“이럴 때일수록 수원은 역습을 조심해야 해요.”
“네, 역습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순간, 상대의 슈팅을 잡은 인천의 골키퍼가 빠르게 앞으로 공을 찼습니다. 하프라인까지 내려와 있던 최민혁 선수 공을 받아서 뜁니다. 오른쪽에 루카스 왼쪽에 민지원 선수가 따라 올라갑니다. 앞에 수비 세명, 공격 셋, 수비 셋입니다.”
“최민혁 선수 루카스 선수 앞에다가 공을 넣어줘야 해요 빠른 타이밍의 패스가 필요한데요. 계속 드리블해 들어 가네요. 앞에 있는 수비를 개인기로 가볍게 제치고 들어갑니다. 다른 수비수와 거리가 있어요.”
“그렇습니다. 루카스와 민지원 선수가 함께 뛰어들어가니 수비수가 최민혁 선수에게 붙지를 못하네요. 붙으면 바로 패스를 넣어주고 골키퍼와 단독 찬스가 나니까 말이죠.”
“네, 계속 뜁니다. 아 골키퍼가 뛰어 나오는데요, 슛~! 골입니다! 골키퍼가 나오는 것을 보고 최민혁 선수 골키퍼를 살짝 넘기는 로빙슛으로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킵니다.”
“대단합니다. 정말 멋진 기술이네요. 거의 40미터를 질주해 와서 골키퍼가 나오는 것을 보고 로빙슛으로 가볍게 성공시킵니다. 최민혁 선수 데뷔전에서 두 골을 성공시키네요. 정말 대단합니다. 전반 페널티킥 유도에 두 골, 세 골 모두 최민혁 선수의 발에서 나옵니다. 정말 대단한 활약입니다.”
“최민혁 선수 팬들 앞에서 인천의 엠블럼을 두드리는 세러모니를 보입니다. 인천 팬들 난리가 났습니다. 이제 최민혁 선수의 시대가 열렸음을 선언하는 듯 합니다.”
“네, 후반 15분, 최민혁 선수의 추가골로 3대 1로 인천이 앞서갑니다. 아, 수원이 킥오프를 준비하는 사이 인천에서 선수 교체가 있네요. 11번 최민혁 선수를 빼고 9번 이기철 선수를 투입하네요.”
“아, 두 골을 기록한 최민혁 선수를 빼네요. 이 정도의 경기력이면 데뷔전 해트트릭도 가능할 듯 한데 아쉽네요.”
“그렇습니다. 관중석에서도 야유가 나오네요. 최민혁 선수의 해트트릭을 보고싶다는 의미겠죠.”
나의 데뷔전은 끝이 났다. 수원FC의 이종수는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더 이상 골을 넣지 못했다. 후반에 수원의 알렉산더의 만회골 한 골과, 교체로 들어간 이기철 선수의 추가골로 우리가 4대 2로 대승을 거두었다. 나는 이 경기에서 첫 맨 오브 더 매치(Man of the Match)로 선정되었다.
경기가 끝나고 모든 선수들이 인천의 서포터즈석 앞으로 달려가 90분 동안 목이 쉬어라 열띤 응원을 해 준 팬들에게 만세 삼창을 외치고 승리의 사진을 찍었다. 프로에 와서 첫 경기만에 가장 행복한 시간을 맞이 했다.
락커룸으로 돌아오자 기철이 형이 ‘데뷔전 1, 2호골’이라는 글씨와 오늘 날짜가 적혀 있는 경기공을 나에게 건냈다. 기철이 형이 경기가 끝나자 마자 공을 챙겨서 만삭의 임산부가 된 듯 계속 유니폼 안에 넣어 공을 품고 있었다. 다른 선수들은 2006 시즌 개막전 첫 골 기념으로 기철이가 공을 챙겨 가려고 하나보다 생각했다. 나 때문에 개막전 선발로 나서지 못하고 후반에 교체로 들어갔는데, 그리고 교체로 들어가서 추가골을 성공시켰으니까 저 공이 형에게도 시즌 첫 골을 기념하는 공이었을 텐데. 정말 고마웠다.
나는 오늘 입었던 유니폼과 함께 공을 소중히 가방에 넣었다. 내 평생의 가보로 간직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