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2군에 내려가 있는 동섭이한테서 전화가 왔다. 같이 데뷔전을 치르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는데 동섭이가 먼저 전화를 한 것이다.
“동섭아 봤냐? 봤어?”
“민혁아! 축하한데이. 진짜 멋졌다 아이가. 와 니 진짜 대단하데이. 어떻드노? 데뷔골 넣은 소감이 어떻드노?”
“야, 동섭이 니가 왼쪽에서 나랑 함께 뛰었더라면 나 해트트릭하고 남았을텐데, 넌 언제 올라오냐?”
“그러게 말이다. 나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리거 같구마.”
“왜? 2군에서 너 없으면 안 된대?”
“그게 아이고, 나 아무래도 포지션을 바꿔야 할 것 같구마.”
“포지션을? 왜?”
“작년까지 1군에 있다가 올해 2군 수석코치로 오신 코치님 있다 아이가?”
“응, 김성호 코치님? 난 그분을 뵌 적이 없어서 잘 모르긴 한데, 그 분이 왜?”
“한참 내 몸 상태를 보더니만 나는 수비를 해야한다 카데? 내 몸 체형이나 스타일이 수비가 딱 맞다 안하나?”
“그래? 너 레프트 윙으로만 뛰었는데, 왠 수비?”
“그래서 레프트백 자리에 요즘 연습한다고 정신없다 아이가?”
“근데 갑자기 수비수 변신이 가능하겠어?”
“우리 학교 다닐때는 안 글나? 좀 잘 차면 공격수고 좀 느리고 그러면 수비보는 거. 그래서 나도 공격수였다 아이가. 근데 수석코치님이 나는 수비수가 더 맞다 안하나, 그리고 수비수를 하면 앞으로 주전에 국대도 갈 수 있다고 잘 준비해 보라카데.”
“그래?”
“응! 나 그 수석코치님 맘에 든다 아이가. 참 자상하시고, 무리해서 운동도 안시키고 몸 상태를 잘 관리해 준다아이가. 나보고 오래오래 뛸려면 기초부터 잘 다지야 된다캐서 요즘 체력훈련부터 달리기 자세, 이런 연습한다 아이가, 하하, 나 다시 중학생 된 기분이데이. 그리고 내가 니한테 배운 안느턴을 한번 썼더만 나보고 그거 하지말라 카데”
“왜?”
“무릎에 무리가 엄청 간다꼬, 그거 하면 무릎 망가진다고 하지 말라 카더라, 니도 자주 하지 마라. 오늘도 몇 번이나 하대, 무릎 괘안나?”
“응, 괜찮아.”
“그래도 수석코치님 말이니깐 니도 왠만하믄 자주 하지 마라.”
“응, 그래”
“하긴, 최민혁하믄 안느턴이 트레이드 마큰데 안할 수가 있겠나? 그래도 항상 몸 조심해래이,”
“응, 그래, 야야, 나 곰팅이 감독님 전화온다 나중에 통화하자.”
“니 데뷔전 했다고 축하전화 왔는갑다. 우리 곰팅이 감독님한테 안부 전해두가.”
“네, 감독님. 방금 동섭이랑 통화하는 중이라 조금 늦게 받았습니다.”
“그래, 민혁이 오늘 안 힘들었나?”
들뜬 목소리를 차분하게 가라앉혔지만, 그래도 목소리 톤이 저절로 높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곰팅이 감독님은 여느때 보다 더 차분한 목소리였다.
“힘들어 죽는 줄 알았어요. 하하. 그래도 감독님 저 잘했죠? 데뷔전에 두 골, 페널티킥 유도 하나, 거기에 맨오브더매치입니다.”
“욕봤다. 발목은 어떻노?”
“좀 붓긴 했는데요 괜찮아요.”
“크게 다친 줄 알고 엄청 걱정했다. 다른 데 아픈데는 없나?”
“네. 사실 온 몸이 다 아파요.”
“물리치료는 받았나?”
“아뇨, 아직”
“경기가 끝나면 바로 물리치료실 가서 마사지 받고 몸 상태 점검받고 해야지.”
칭찬 한마디 해주지 않는 감독님한테 약간은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네, 감독님, 그럴건데요. 근데 저 칭찬은 안해주세요? 저 오늘 엄청 잘 했단 말이에요. 저 인터뷰도 했고요”
“민혁아, 잘 했다. 정말 잘 했다. 근데 너무 잘해서 나는 걱정이다.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닌가 싶다. 아직 어린데.”
“에이, 괜찮아요. 여기 프로도 별 것 아니더라구요. 제가 다 씹어 먹겠습니다. 하하.”
“민혁아, 항상 몸 조심해야 한데이. 니는 한 경기가 다가 아인기라. EPL도 가야하고, 국대도 가야하고, 갈 길이 창창하다. 그렇게 내일이 없는 아이처럼 뛰어 다니면 안 된다.”
“네, 감독님 걱정 마세요. 다음 경기에서도 꼭 골 넣어서 기쁘게 해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