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축구팬 여러분, 오늘도 K리그 2007시즌 7라운드 인천시티FC와 수원FC의 경기를 중계해 드리겠습니다. 오늘 해설에 이정수 위원님 모셨습니다. 이정수 위원님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오늘은 전통의 라이벌 인천시티FC와 수원FC의 경기입니다. 현재 인천시티FC는 2승 2무 3패로 중위권에 쳐져 있고, 수원FC는 5승 1무 1패로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수원FC는 작년 신인상을 수상한 이종현 선수의 활약이 정말 대단한데요. 이종현 선수가 6경기에서 5골을 기록하고 있고 현재 4경기 연속골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브라질 특급 용병 레오딩요와 투톱으로 출전하고 있습니다. 이에 맞서는 인천시티FC의 흥미로운 점은 드디어 1년 만에 최민혁 선수가 선발 출전을 한다는 점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최민혁 선수 작년에 큰 부상을 당해 1년간 치료와 재활훈련을 했었는데요, 지난 경기에서 교체 출전을 했고, 오늘 드디어 선발 출전을 하고 있습니다.”
“네, 특히나 수원FC와의 경기인데요, 작년 최민혁 선수가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렀던 팀이죠, 작년 데뷔전에서 2골, 페널티킥 하나를 유도했고, 모두 10경기에서 7골, 3도움을 기록했었는데,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기록이 멈췄어요. 대신에 고교 라이벌이었던 이종수 선수가 결국 신인왕을 차지했단 말이에요. 아마도 최민혁 선수가 부상만 당하지 않았더라면 신인왕을 차지할 수 있었을 텐데요. 최민혁 선수 입장에서는 너무나 아쉬운 부상이었구요. 오늘 수원FC를 맞아서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역시 최민혁 선수와 이종수 선수의 맞대결이 기대되는 경기입니다.”
“네, 말씀드리는 순간 킥 오프가 시작됩니다.”
“최민혁 선수 루카스에게 공을 넘기고 앞쪽으로 이동합니다. 아, 최민혁 선수 갑자기 뒤로 넘어졌는데요. 왜 갑자기 넘어졌죠? 달려오는 이종수 선수와 충돌이 있었나요?”
“충돌이 일어난 것 같지 않은데요? 이종수 선수가 최민혁 선수에게 달려오자 갑자기 뒤로 넘어졌는데요, 잔디에 걸렸나요, 그라운드에 미끌어졌나요? 어쨌든 순간 중심을 잃고 그라운드에 넘어졌다가 일어나는 최민혁 선수입니다.”
“야, 정 코치”
“네, 감독님”
“민혁이 쟤 왜 넘어진거야?”
“글쎄요. 갑자기 미끌어졌나? 왜 넘어졌을까요?”
“이상하네.”
“수원FC와 인천시티FC 경기 전반 27분이 흘렀는데요, 아직 중원에서 다툼이 치열해서요 두 팀다 결정적인 찬스를 잡고 있지 못합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박준재 선수가 최민혁 선수에게 빠르게 패스합니다. 최민혁 선수 공을 잡고 돌파를 시도하려는 순간 아, 뭐죠, 최민혁 선수에게 바짝 붙어 있던 수비수가 공을 쉽게 빼냅니다. 최민혁 선수 갑자기 가만히 서 있다 공을 빼앗겼어요. 아직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았나요? 최민혁 선수의 개인기 정도면 수비수 한 두명은 거뜬히 따돌리고 들어갔을텐데요.”
“인천시티FC의 김민호 선수의 반칙으로 수원FC가 좋은 자리에서 프리킥을 얻어냅니다. 수원FC의 이종수 선수가 킥을 준비하네요. 직접 슛을 때릴 수도 있는 자리이구요. 장신 선수를 이용할 수도 있는 자리인데요. 어떤 세트피스를 보여 줄지요.”
“네, 아마 이종수 선수가 준비하는 것으로 보아 직접 때리지 않을까 싶은데요.”
“네, 이종수 선수 직접 때립니다. 골, 골이에요.”
“네, 오른발에 제대로 걸렸네요. 수비수의 머리를 살짝 넘어가서 골키퍼의 오른쪽 구석에 제대로 박혔어요. 이종수 선수 네 경기 연속골에 성공합니다. 대단합니다.”
“한골 차로 뒤지고 있는 인천시티FC 계속해서 공격을 퍼붓고 있는데요. 임팩트 있는 공격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요. 최민혁 선수 예전같은 돌파를 하지 못하고 있구요. 계속해서 수원의 수비에 꽁꽁 묶여 있습니다. 발이 좀 무거워 보여요. 스피드가 나지 않고, 무엇보다 자꾸 몸싸움을 피하는 경향이 있네요. 아직 부상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걸까요?”
“정 코치”
“네?”
“민혁이 빼자! 기철이 준비 시켜”
“아직 전반도 끝나지도 않았는데요?”
“민혁이 이상하지 않아? 돌파를 전혀 못하고 있잖아. 수비가 바짝 붙어서 못한다고 쳐도 너무 쉽게 빼앗기고 있어, 전혀 공을 컨트롤 하려는 의지가 안보여. 쟤 무슨 문제 있어. 일단 빼.”
“네.”
2007시즌 나의 두 번째 경기이자 첫 번째 선발 출전 경기는 전반 40분 만에 교체 아웃 되었다. 이 경기에서 이종수는 내가 보는 앞에서 네경기 연속골이자 시즌 첫 해트트릭을 기록했고, 이날 경기를 관람했던 국가대표팀 감독으로부터 호평을 받아 국가대표팀 승선이 유력하다는 신문 기사가 연일 보도되었다.
교체 직전 나에게도 결정적인 찬스가 왔다. 수원FC를 향해 돌파해 들어가던 루카스가 페널티 라인에 서 있던 나에게 정확하게 패스를 해 주었다. 나는 공을 골대로 강하게 차기만 하면 득점이 되는 상황이었다. 나에게 굴러온 공을 보고 차려는 순간 공이 눈 앞에서 사라졌다. 찰 수가 없었다. 공이 어디갔나 두리번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공은 나의 앞을 지나갔고 수비가 걷어냈다. 운동장에는 큰 탄식 소리만 들려왔다.
경기가 끝나고 감독님이 정 코치님과 함께 나를 감독실로 불렀다.
“민혁아!”
“네, 감독님”
“솔직히 말해야 해.”
“네”
“너 몸 상태가 어때?”
“몸은 괜찮습니다.”
“무릎은?”
“뛸 때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긴 한데요. 경기가 끝나고 난 뒤에 통증이 있거나 그렇진 않습니다.”
“정 코치, 민혁이 무릎이 어때?”
“무릎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근데, 근데 도대체 뭐가 문제야? 민혁아 너 경기에 나가면 느낌이 어때? 막 골 넣고 싶지 않아?”
“네, 골 넣고 싶어요. 사실 골을 넣고 여자친구에게 프로포즈할 세레모니도 생각해 놨거든요. 근데, 슛을 못 때리겠어요. 아니 슛을 때리려고 했는데요 공이 보이지가 않았어요. 정말 골을 넣고 싶었는데요.”
“민혁아!”
“네, 코치님”
“혹시 다칠까봐 겁나니?”
“네? 네, 조금은요. 그때 무릎에서 나던 소리가 잊혀지지 않아요.”
“그리고 공이 오는 것이 무섭니?”
“무섭다기 보다는 몸이 잘 움직이지 않아요. 상대 선수가 엄청나게 커보이고, 막 나를 향해 다가오는 것이,,,”
“너, 경기 시작하자마자 넘어진 거 기억나?”
“네”
“왜 넘어진 거야?”
“……”
“괜찮아, 말해 봐. 잔디에 걸렸냐?”
“아뇨.”
“그럼 왜? 왜 뒤로 넘어진 거야? 앞으로 넘어진 것도 아니고? 미끌어 졌냐?”
“그게 아니라,”
“말해 봐. 우리가 알아야 너를 도와 줄 거 아니야.”
“갑자기 종수가 달려 오는데 엄청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러면서 작년에 부상 당할 때 김상식 선수가 달려와 태클 하던 생각이 나서 저도 모르게”
“정 코치. 민혁이 입스 아냐?”
“네, 감독님. 아무래도.”
“감독님. 입스가, 입스가 뭐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