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들어온 그림책 작가를 찾아서
한낮의 도서관.
아무도 없는 시원한 어린이 도서관 마루 바닥에 앉아 하트 모양 테이블에 앉아 산책하듯 그림책들을 펼쳐본다. 생활에 대한 이런저런 고민들이 많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낮에 그림책을 잔뜩 볼 수 있는 생활이라니. 꿈만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오늘도 그림책을 펼친다.
오늘 펼친 책들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다시마 세이조 작가.
처음엔 아이가 그렸나? 싶을 정도로 씩씩하고 거친 느낌이었는데, 어느 순간 마음에 훅 들어와 무장해제시키는 매력이 엄청나다고 생각했다. 다시마... 자연의 맛...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해가면서 그의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잡았다!>, 다시마 세이조, 미래아이, 2020
<비가 주룩주룩>, 다시마 세이조, 미래아이, 2019
<염소 시즈카의 숙연한 하루>, 다시마 세이조, 책빛, 2022
<바람이 쌩쌩>, 다시마 세이조, 미래아이, 2020
<마귀와 뚜기>, 다시마 세이조, 여유당, 2012
<내가 올챙이야?>, 다시마 세이조, 계수나무, 2019
그리고 오늘 가장 좋았던 대망의 원픽.
<해적>, 다시마 세이조, 한림, 2015.
엉성한 아이의 그림 같은 해적의 하루를 따라가다 보면, 무시무시한 바다의 무법자보다는 바다를 사랑하는 한 남자가 보인다. 자신의 오른쪽 다리를 가져가버린 상어와 '왼쪽 다리도 줄래?'라며 농담을 주고받고, 어린 파도와 인사하고, 문어와 볼을 비비는. 그는 너무 자연스레 바닷속 인어와 사랑에 빠진다.
인어는 자꾸 사라진다. 달빛 모양 비늘만 흘려놓고 자꾸 사라진다. 알고 보니 커다란 배가 바다를 오염시켰고, 끝끝내 인어는 생의 끝에 다다른다. 그녀를 잃은 해적은 대체 어디로 갔을까?
+ 페이지 나눔이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아트디렉터가 함께 작업했더라. 더 재미있었던 건, 아트 디렉터가 영문으로 'Graphic architect'라고 표기되어 있다는 것. 멋지다.
+ 78세의 작가 다시마 세이조는 지금도 꿈같은 이야기를 써나가고 있다.
시골의 작은 폐교를 구입해 온 학교를 그림책처럼 빚어두었다. 학교에는 매일같이 85세가 넘은 동네 할머니들이 모여 시끌벅적하고, 한켠에는 동네에서 재배한 식재료로 만든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나의 꿈과 많이 닿아있는 기획.
https://m.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1809171901001#c2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