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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멘트 Sep 17. 2024

Fred는 언제나 진심이었어

그가 프로듀서에서 아티스트로 진화한 방법


Ed Sheeran 옆에 걔


 만약 Ed Sheeran의 음악을 좋아한다면 Fred Gibson이라는 이름이 익숙할지도 모른다. 지난 2019년 [No.6 Collaborations Project]에 프로듀서로 참여하여 ‘I Don’t Care’, ‘Beautiful People’, ‘Take Me Back to London’ 같은 UK Official Single Chart TOP 1 곡을 탄생시킨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BTS의 ‘Make It Right’을 함께 작업하기도 했다.) Ambient Music의 창시자로 불리는 프로듀서 Brian Eno의 지도 아래 20대 초반부터 프로듀서로서 경력을 쌓기 시작한 그는, 이 외에도 Ellie Goulding의 ‘Sixteen’, Westlife의 ‘Better Man’ 등 다수의 UK Official Single Chart TOP 40 곡을 배출하면서 2019년을 휩쓸었다. Brit Awards 2020 Producer of the Year는 당연하게도 그의 품에 안겼다.

 

 그리고 2024년 현재, 그는 Fred again..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자신만의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아티스트의 뒤편에 있는 프로듀서에서 대중 앞에 나서는 아티스트로 포지셔닝에 변화를 주면서 인지도와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일부 커뮤니티나 평론지에서는 그의 음악이 과대평가되었다는 의견도 존재하지만, 그는 영국 최대 뮤직 페스티벌 중 하나인 Reading Festival 2024에서 헤드라이너로 출연하여 인상적인 라이브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정규 4집 [ten days]의 리드 싱글 ‘adore u’로 UK Official Single Chart TOP 4에 올라 커리어 하이를 갱신하면서 분명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프로듀서에서 아티스트로 진화할 수 있었을까?




Actual Life를 위로하는 앨범


 Fred again..은 지금까지 만들어보지 않은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에 도전하고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직접 녹음한 보이스 메모, 소셜 미디어의 클립, 다른 아티스트의 음악 등 다양한 소스에서 샘플을 수집하고 트랙으로 가공하여 데뷔 앨범 [Actual Life 1 (April 14 – December 17 2020)]을 발매했다. 트랙의 처음과 끝은 각각 프로젝트 시작일과 종료일인 ‘April 14th 2020’, ‘December 17th 2020’이며, 나머지는 ‘Me (heavy)’, ‘Kyle (i found you)’, ‘Julia (deep diving)’ 등 영감을 제공한 샘플 주인의 이름을 곡명으로, 본래 곡명은 괄호 안에 표기하는 독특한 방식이었다.

 

 이를 통해 그는 당시 COVID-19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만들어 위로를 나누는 '협업 일기' 같은 앨범을 구현하고자 했다. [Actual Life 2 (February 2 – October 15 2021)]와 [Actual Life 3 (January 1 – September 9 2022)]로 이어지면서 앨범마다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졌지만, 모두 DIY 특유의 러프한 질감과 Ambient Music의 향기를 내뿜는 평온한 사운드가 아련한 감성을 한층 자극하면서 하나의 트릴로지를 완성했다. 그리고 이후 1집 수록곡 ‘Marea (we've lost dancing)’가 OST로 삽입된 영화 'Triangles of Sadness'가 Festival de Cannes의 최고상인 Golden Palm을 수상하면서 그의 프로젝트도 더불어 이름을 알렸다. 다시 말해, 차별화된 아이디어와 일관된 음악으로 접점을 확보하면서 대중에게 아티스트로서 음악적 정체성을 각인시켰다.




팬들은 이 일을 기억할 것입니다


 프로듀서와 아티스트의 차이는 음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음악만큼 중요한 요소가 바로 팬덤이다. 뮤직 비즈니스에서 아티스트는 팬들과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스스로의 상품성을 높여야 하는 포지션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Fred again..은 진정으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법을 알고 있는 준비된 인재였다. 일례로 지난 Boiler Room London 2022에서 실수로 음악을 꺼서 당황한 관객을 감싸며 안심시키고 오히려 분위기를 더욱 끌어올리는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다. 심지어 그의 라이브 영상이 DJ MAG Best of British Awards 2022에서 Best Live Act를 수상하자 해당 팬에게 직접 상을 받을 수 있도록 무대를 내주는 짜릿한 경험을 선물하기도 했다.

관련 장면 23:39

 

 이처럼 팬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태도는 앨범 프로모션에서도 드러났다. [Actual Life 3 (January 1 – September 9 2022)] 발매 직전, 그는 London Rideout이라는 이름으로 팬들과 자전거를 타고 함께 모여 리스닝 파티를 진행하는 참여형 이벤트를 기획했다. 이후에는 당시 팬들이 각자 촬영한 영상을 수집하여 ‘Clara (the night is dark)’의 뮤직 비디오로 제작하기도 했다. 해당 프로모션이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영상 말미에 등장하는 익숙한 인물 때문이다. 바로 위에서 말했던 팬이다. 이들이 재회하여 자전거를 타고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Fred again..이 얼마나 단단한 팬덤을 형성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관련 장면 4:22




진심은 반드시 통한다


 Fred again..의 아티스트 브랜딩 키워드는 결국 '진심'이었다. 그는 힘든 현실 속에서 대중들의 마음에 진심으로 공감하는 음악을 만들었고, 우연으로 시작된 인연을 진심으로 대하면서 자신만의 팬덤을 구축했다. 얼핏 보면 대단한 비결은 없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프로듀서들이 아티스트로 포지션 변경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강력한 게스트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돌이켜보면, Fred again..이 남들보다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꾸준하게 행동했는지를 새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그는 자신의 영향력을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을 새롭게 모색하는 듯하다. 이번 [ten days]에서는 Anderson. Paak을 피처링으로 섭외하여 이례적으로 게스트 파워를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과연 그는 앞으로 어떤 아티스트로 성장할까? 하나 분명한 것은 아티스트 브랜딩의 모범 사례를 남겼다는 점이다.




by. Ja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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