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robeats, Amapiano 그리고 Afro House
대형 팝스타들의 컴백과 미국의 대선 영향으로 팝과 컨트리 음악이 Billboard Hot 100을 점령하고 있는 가운데, 익숙하지 않은 아티스트의 이름이 많이 보이는 UK Official Singles Chart에는 눈에 띄는 한 곡이 있다. 바로 최고 순위 11위를 기록한 Adam Port, Stryv, Keinemusik의 ‘Move’이다.
이태원 루프탑 바에서 나올 것 같은 여유로움과 리드미컬한 퍼커션이 돋보이는 이 곡의 장르는 Afro House로 유럽 근방의 지역에서 떠오르고 있는 장르이다. 가장 유명한 전자음악 레이블 Spinnin' Records에서 제작한 Playlist 영상 중 현재 Afro House Mix는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전자음악 차트 Beatport에서는 Adam Port, Stryv, Keinemusik의 ‘Move’를 비롯한 여러 Afro House 음악들이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DJ Snake, Diplo같은 헤드라이너 DJ들도 최근 Afro House 장르의 음악을 발매했다.
K-pop에 사용되거나 클럽과 페스티벌에 가면 들을 수 있었던 Deep House, Electro House에 비하면 Afro House라는 장르는 이름부터 새롭다. 이토록 생소한 장르인 Afro House가 왜 현재 떠오르고, 같은 Afro 리듬을 사용하는 Afrobeats, Amapiano와는 어떠한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또한, 다양한 장르를 들여오는 K-pop과의 융합 가능성은 어떻게 될까?
2000년대에 가장 큰 사건으로 기억될 COVID-19로 인해 사람들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Lo-Fi 음악이 트렌드가 되었으며, PinkPantheress 같은 Bedroom Pop 아티스트들이 새롭게 떠오르게 되었다. 하지만 COVID-19가 잠식되면서 House와 같은 전자음악들은 다시 부흥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Beyoncé, Drake 등 많은 팝스타들이 Dancehall, House 음악에 손을 계속해서 뻗고 있었으며, Chase & Status 같은 거친 Bass Music의 아티스트들도 떠올랐다. 페스티벌들이 활기를 되찾고 문을 닫았던 클럽들이 다시 열게 되면서 전자음악들의 라이징은 어느정도 예견되어 있었다.
국내 리스너들에게는 Afro리듬이 사용된 Afrobeats, Amapiano 같은 장르들이 작년에 급부상한 것 같겠지만, 사실은 오랜 기간 천천히 올라오고 있었다. 2020년부터 Burna Boy, WizKid, Tems 같은 아티스트들이 세계적으로 각광받기 시작했으며, 전 세계를 대상으로 가장 많은 사용자를 보유한 스트리밍 플랫폼인 Spotify에서는 2022년 Africa Music 카테고리를 개설했다. 아직은 우리에겐 생소하고 어색한 음악이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익숙해지는 것을 넘어 즐기고 있는 타이밍일 것이다.
더불어 Afro House는 계절감까지 갖추었다. 여름엔 댄스음악, 겨울엔 발라드처럼 계절감은 음악을 선택함에 있어 중요한 요소이다. Afro House의 연관 장르로는 Tropical House, Tribal House가 검색되는데, Tropical House는 이전 Kygo라는 아티스트를 필두로 페스티벌과 국내외 많은 댄스음악에 영감을 불어넣었던 만큼 여름에 보다 잘 어울리는 장르이고, Tribal House는 아프리카 지역의 특성과 연결되어 미니멀한 작법과 퍼커션의 활용으로 시원하면서도 여유있는 느낌을 가지고 있어 가을에 어울리는 장르이다. 따라서 위 두 장르와 음악적, 사운드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Afro House는 무더운 여름부터 시원한 가을까지 가장 어울리는 음악일지도 모른다.
Afro House는 크게 3가지의 특징을 이야기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여유로움이 느껴지듯이 일반적인 House의 BPM인 115~130보다 낮은 80~122의 BPM을 가지고 있다. 두 번째는 Afro House라는 이름에 맞게 킥은 House의 기본형식인 정박에 있지만, 스네어, 퍼커션은 아프리카 지역의 고유리듬을 사용하고 있다. 마지막 세 번째로는 아프리카 부족을 연상케 하는 보컬과 아카펠라이다.
위 Afro House의 특징과 K-pop의 특징을 비교해 보면 Afro House는 K-pop과의 궁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화려함으로 무장한 K-pop과 여유로운 느낌이 중요한 Afro House은 서로 정반대를 바라보고 있다. 여유로운 느낌이 갖춰지기 위해선 음악을 진행하면서 많은 바리에이션이 불필요하지만 Verse와 Chorus, D-Bridge까지 많은 바리에이션이 필요로 하는 K-POP에서는 리스크가 큰 결정일 것이다. 또한, 좀 더 캐치한 포인트가 중요한 K-pop의 멜로디 라인과 음악을 꾸며주는 듯한 Afro House의 멜로디 라인도 중요한 해석 포인트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K-pop에서 Afro House가 사용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RIIZE의 ‘Impossible’, LE SSERAFIM의 ‘CRAZY’와 같은 클럽 사운드의 음악이 좋은 성적을 보였으며, NCT 127의 ‘Fact Check’, 세븐틴의 ‘Spell’, LE SSERAFIM의 ‘Smart’같이 Afro리듬을 차용한 곡들이 꾸준하게 발매되고 있다.
아직까진 낯설겠지만, 이제는 Afro House와 같은 생소한 음악 장르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해졌다. 우리가 동경했던 팝스타들과 K-pop 아티스트들이 자연스럽게 협업하고, 다양한 언어 버전과 리믹스 앨범을 출시하는 것처럼, 제작자와 리스너 모두가 열린 마음으로 응원해야한다. 그래야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앨범이 만들어지고, 새로운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음악 산업에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을 것이다.
by. 페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