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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멘트 Oct 09. 2024

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4년 10월 1주)

NCT WISH, 연준, 에로틱웜즈익스히비션, Lady Gaga 외


"혈중 NEO 농도 부족"


1. NCT WISH - [Steady]

 : NCT WISH는 '청량&네오'라는 아이덴티티를 내걸고 데뷔한 NCT의 마지막 유닛이다. 지금까지 발매된 싱글 ‘WISH’, ‘Songbird’ 모두 에너지 넘치는 챈트와 밝고 아련한 멜로디가 강조된 청량한 음악으로, 거친 느낌의 신스 사운드와 전자 베이스로 옅은 '네오' 느낌을 주었다. 여기서 '네오'란 '새로운'이라는 뜻을 지녔지만 팬들에겐 주로 '엔시티스럽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엔시티스럽다는 말은 듣는 사람에 따라 달리 해석되겠지만 독특하다, 새롭다 등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NCT WISH 역시 엔시티라는 이름에 걸맞게 네오한 (그런데 이지리스닝인) 음악을 지향하고 있지만 이번 ‘Steady’는 독특하지도, 새롭지도 않았던 것 같다.


중독성 강한 훅과 청량한 멜로디로 이루어져 무난하게 듣기 좋은 이지리스닝 곡이지만, 어쩐지 다소 전형적이고 밋밋한 모양새다. 이전 싱글들에선 인트로부터 등장하는 몽환적이고 묘한 사운드와 약간의 마이너한 멜로디로 신비로운 느낌도 들었는데 이번엔 익숙한 멜로디와 과하게 반복되는 후렴구 탓에 그저 무난한 느낌. 투스텝 개러지와 저지 클럽이 믹스된 비트 역시 작년과 올해 케이팝 내에서 이미 과용된 장르이며 가벼운 비트와 전형적인 멜로디에 가려져 '네오'함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선공개된 트랙 ‘Dunk Shot’과 ‘On & On’, ‘Skate’ 등 수록곡에서 이들만의 청량하면서도 네오한 색깔이 잘 느껴졌다. 


투어스, 라이즈 등 이미 청량하고 대중적인 음악으로 입지를 다진 그룹들이 있고 NCT 내에서도 NCT DREAM의 청량한 색깔이 확고하게 자리 잡혀 있으니 이들만의 색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이들에겐 '청량&네오'라는 차별점이 있으니 본인들이 정의한 대로 청량과 네오, 대중성과 독특함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으면 될 것 같다. ‘WISH’ 같은 곡이 독특하면서도 부드럽게 정제되어 있고 청량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 그러한 균형을 잘 잡은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NCT WISH는 탄탄한 기획, 독보적으로 트렌디한 감성에 기존 NCT 팬덤 낙수 효과까지 더해져 최근 가장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는 팀인데, ‘Steady’는 독보적이고 매력적인 컨셉에 어울리지 않는 지나치게 안전한 음악이다. 좋은 컨셉이라는 무기에 음악력까지 뒷받침해 준다면 더 큰 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NCT에겐 역시 '네오'함이 필수불가결하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앨범이다.





"독특하지만, 한 방이 부족해"


2. 연준 ‘GGUM’

키키 :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멤버 중 첫 솔로 주자로 나선 연준이 믹스테이프 싱글을 발매했다. 그룹 활동 중 개인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인 만큼 연준은 보컬, 춤 모두 안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멤버로 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연준은 직접 작사, 작곡에 참여하여 프로듀싱 능력까지 선보였는데, 과연 이번 솔로 활동을 통해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을 만큼 강한 인상을 줄 수 있을까?


연준은 뛰어난 춤 실력을 바탕으로 스플릿과 같은 고난도의 안무도 소화하고, 특히 쫀득한 춤선이 돋보인다. 하지만 음악이 뛰어난 안무 소화력을 충분히 뒷받침해 줄 정도로 높은 퀄리티였는지는 다소 의문이 남는다. 음악은 도입부에서 변조된 보컬을 피치를 높여 신선하게 시작한다. 일렉트로닉 사운드, 힙합 비트, 808 베이스와 함께 멜로디와 랩, 다양한 보컬 톤이 어우러져 다채로움을 보여주지만 한 방이 부족한 느낌이랄까? 후렴구에서 "껌질겅"이라는 단어를 반복하는 가사는 발음의 모호성으로 대중들의 이목을 끌 가능성은 있지만, 멜로디가 캐치하지 않다. 멜로디 없이 건반 비트만 나오는 부분에서는 춤을 확실하게 보여주던가 한 방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솔로 곡을 듣고 나서 어떤 컨셉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느낌을 지워버릴 수가 없다. 힙한 느낌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사용한 힙합 비트는 다소 무난한 비트였고, 곡의 흐름도 무난하게 흘러갔다. '껌'이라는 소재를 활용해서 무대 위에서의 자신감을 표현하고 싶다고 했지만, 이는 충분히 그룹 활동에서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컨셉이 아닌가 싶다. 첫 솔로 앨범인 만큼 그룹 활동으로 보여줄 수는 없는 차별화된 한 방이 있는 무언가를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초면에 어려워도, 일단 한번 잡숴보소"


3. 에로틱웜즈익스히비션 - [Famine or Feast] 

루영 : 에로틱, 지렁이, 전시회…? 기묘한 조합의 긴 이름만큼 인상적인 신보를 낸 신예 부산 인디씬 밴드, 에로틱웜즈익스히비션(Erøtic Wørms Exhibitiøn, EWE)을 소개하고자 한다. 오방가르드 공연의 밴드 소개글에 따르면, '사랑, 증오 등 원초적인 감정들의 서사를 노래로 담은 팝 밴드'이다. 사운드적으로는 보수동쿨러, 해서웨이, 세이수미 등 선배 밴드들의 음악적 스타일이 아직 연상되긴 하지만, 작사·작곡을 담당하는 안현우 외 멤버들만의 철학이 담긴 독특한 곡명과 가사로 그들과의 차별성을 확보하고 있다.


독특한 만큼 미묘함이 느껴진 앨범 커버와 곡명, 쉽게 이해가 되진 않았던 가사에서 선뜻 재생 버튼을 누르기 망설여졌지만, 첫인상과 달리 흥얼거리기 쉽고 계속 머릿속에서 맴도는 멜로디가 이 앨범의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이다. 특히 타이틀곡 ‘소듐’은 전반적으로 멜로디가 서정적이면서도 단순하고 따라 부르기 좋아서 가사가 모두 와닿지 않더라도 계속 찾아 듣게 되는 매력이 있었고, 그만큼 작곡 과정에서 공을 많이 들인 게 느껴지는 앨범이다. 게다가 담담하면서도 호소력이 짙은 보컬 아니돈노의 음색과 내공이 느껴지는 기타와 베이스의 연주력은 곡 특유의 서정성을 더하며 듣는 이를 쓸쓸한 가을 감성에 젖게 만든다. 풀네임을 다 말하기도 어렵고, 첫인상이 난해하게 느껴질 것을 알면서도 굳이 주변 사람들에게 재생을 권했던 이유이다. 


다만 곡의 완성도와 별개로, 앨범에 담았던 메시지가 트랙을 통해 명확하게 전달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수필과도 같은 앨범 소개글을 흥미롭게 읽긴 했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에 맞춰 트랙을 선정하고 배치했다기보다는 기존 작업물을 단순히 모아놓았다는 인상이 앨범을 들을수록 더욱 강해져 아쉬움이 남았다. 적어도 ‘소듐’과 더불어 앨범 소개글의 내용과 가장 가깝게 느껴진 ‘pickle me.. .’를 더블 타이틀곡으로 선정했다면 앨범의 주제를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이 덜했을 것 같았다. 음악의 퀄리티는 노래를 계속 듣고 싶어지는 만큼 이미 훌륭하기에, '원초적인 감정을 노래하는 밴드'로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나 메시지를 앨범에 더욱 짜임새 있게 담아낼 수 있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앨범이었다.





"할리퀸 그 자체, 레이디 가가"


4. Lady Gaga - [Harlequin]

키키 : Lady Gaga가 영화 '조커: Folie à Deux'의 할리퀸으로 캐스팅되며 영감을 받아 탄생시킨 이번 앨범은 제목에서 예상되는 파격 대신 세련된 재즈 구성으로 또 한 번 대중을 놀라게 했다. 그녀의 지난 커리어를 되돌아보면, 그녀는 파격적인 의상과 [Bad Romance]와 같은 아방가르드적인 무대 퍼포먼스를 통해 강렬하게 대중에게 그녀를 각인시켰고, 뛰어난 가창력과 연기력으로 자신의 실력을 입증해 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재즈적인 요소가 짙게 베인 앨범으로 예술성을 선보이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실 가가가 재즈를 도전한 건 처음이 아니다. 재즈의 거장 토니 베넷과 듀엣 앨범 [Cheek to Cheek]을 발매하며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 가가는 이어서 Jazz & Piano 콘서트를 통해 꾸준하게 재즈를 시도하며 재즈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고, 라이브 실력 역시 입증되었다. 


이번 앨범은 전반적으로 재즈와 스윙이 도입되었고, 가가의 농도 짙은 감정선과 섬세하고 드라마틱한 표현이 돋보인다. 트랙의 순서 역시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구성되어 있다. 서정적이면서도 감정 표현을 찐득하게 완급 조절해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특히 가가 특유의 저음이 곡 안에서 극적인 와일드함으로 긴장감을 더해준다. 트랙 중 ‘The Joker’에서는 그녀만의 조커와 할리퀸의 해석이 돋보이고, "The Joker is me"라는 가사를 반복하면서 스크리밍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Folie à Deux’는 클래식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3박자의 왈츠 리듬으로 진행하는 곡으로 영화에서 조커와 할리퀸이 함께 춤추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곡이다. 오케스트라 음향에도 묻히지 않는 그녀의 폭발적인 성량과 흡입력이 돋보인다.


가가의 점점 더 깊어진 연기력과 음악적 표현력, 실험적인 시도라는 삼박자를 통해 과연 팝과 재즈 사이의 간극을 좁힐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팝스타로서의 유명세, 실력, 연기력을 모두 갖춘 가가. 2집 [Born this way]에서 차별받고 고통받는 이들에게 힘을 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은 것을 시작으로 이번 앨범에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당당하게 보여주는 그녀는 그 존재 자체로 할리퀸이 아닐까? 그녀가 예고한 7집 앨범에서는 어떤 새로운 음악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느낌 좋은 팝송 추천"


5. MICHELLE - [Songs About You Specifically]

 : 기존의 스타일인 R&B 스타일 보컬의 부드러운 화음과 그루브를 유지하면서도 여러 가지 변화를 모색한 앨범이다. 전과 같이 잔잔하고 듣기 좋은 멜로디를 선보이는 베드룸 팝 앨범이지만, 더욱 진한 R&B의 향이 느껴진다. 먼저 차분한 저음의 보컬과 그루비한 베이스라인, 미니멀한 신스 사용으로 감각적이고 세련된 분위기가 돋보이는 ‘Akira’,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산뜻한 팝 트랙 ‘I'm Not Trying’과 ‘Noah’, 치명적인 음색과 분위기의 ‘Painkiller' 등 트랙들의 개성이 강해졌다. 부드럽게 레이어링되는 보컬과 풍부해진 사운드로 프로덕션에도 더욱 신경을 쓴 듯하다. 베드룸 팝, 신스 팝을 주로 선보였는데, 뉴잭스윙 느낌의 리듬과 그루브를 더하며 리듬감을 더욱 살렸다. 결과적으로 부드러운 보컬의 텍스쳐, 특유의 그루비함 모두 좋은 쪽으로 극대화되었고 더 세련된 느낌이다. 그루비하면서도 쉽고 가벼운 이지리스닝 팝 앨범으로 다채롭게 구성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법하다.





"Who Is Me?의 답은 HYBS였나"


6. WIM - [NOICE] 

루영 : 태국의 신스팝 듀오 HYBS가 인스타그램으로 해체를 공식적으로 발표했을 때, 느긋하면서도 통통 튀는 그들의 음악을 사랑하는 팬으로서 매우 아쉬워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인지 멤버였던 Karn과 Alyn Wee가 각각 WIM과 James Alyn으로 음악 활동을 재개한다는 소식이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그중에서도 WIM은 'Who Is Me?'의 약자로, Karn이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찾아간다는 의미를 담은 홀로서기 프로젝트이다. 


타이틀곡 Magic을 비롯해, 10월 초에 발매된 그의 첫 정규앨범은 HYBS 활동 시기의 곡들과 비슷한, 느린 템포의 경쾌한 R&B, 신스팝 장르의 곡들로 구성되었다. 이전부터 공개된 싱글곡 ‘Mr. Feelgood’, ‘All The Way Home’, ‘Magic’, ‘Weirdo’를 통해 대략 예상한 방향이긴 했지만, 이번 정규 앨범에서는 Karn이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본인의 전신인 HYBS 스타일에서부터 찾으려는 의도가 확실하게 느껴졌다. 특히 ‘All The Way Home’은 HYBS의 대표곡 ‘Dancing with my Phone’과 초반부의 템포와 메인 리프가 거의 흡사하고, 전반적으로 어쿠스틱 기타와 EP, 신디사이저를 활용해 느긋하고 몽환적인 느낌을 구현하는 방식에서는 HYBS로 활동하던 과거가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물론 HYBS 스타일을 다시 구현하는 것은 본인의 '음악 활동의 시작점'이라는 의미 부여가 충분히 가능하고, 음악적으로도 전 세계에서 호평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솔로 활동의 첫걸음으로는 충분히 납득이 가능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HYBS와 차별화되는 그의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내심 기대하기도 했고, 그가 본인의 전신에 너무 기댄 측면도 있는 것 같아서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앞으로 자신을 탐구하는 그의 여정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솔로 아티스트로 지속적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홀로서기'를 넘어 과거로부터의 진정한 '독립'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둥', '키키'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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