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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멘트 Oct 27. 2024

순금보단 도금같이 느껴지는 그녀들의 재기

ITZY - [GOLD]

ITZY - [GOLD]


1. ‘ITZY = 당당한 태도’라는 공식


ITZY - IT'z Different

 JYP엔터테인먼트는 원더걸스-미쓰에이-트와이스로 이어지는 성공 가도를 맛보며 걸그룹 제작 부문에서 확실한 성과를 거둬왔다. 특히 앞서 언급한 성공 가도를 달린 그룹들의 공통점으로는, 데뷔 1년 안에 발매된 모든 곡이 국내 시장 안에서 크나큰 성과를 겪었다는 점이다. 그들의 후발주자로 나선 ITZY도 다르지 않았다. 당돌한 태도와 시원한 에너지가 담긴 ‘달라달라’로 화려한 데뷔를 맛본 것은 물론, 나다움을 강조하는 ‘WANNABE’에 이르기까지 초창기 IT'z 3부작은 나름의 성과를 거두며 그 성공 가도에 합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허나 ‘Not Shy’에서 주춤하더니 음악적 변화를 모색한 ‘마.피.아. In the morning’을 기점으로 그 가도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특히 ‘마.피.아. In the morning’은 콘셉트에 충실한 나머지 ITZY의 매력이었던 당당하고 주체적인 태도를 가리는 패착을 범하게 돼 대중들의 부정적 평가까지 뒤따르게 되었다. 이는 뛰어난 역량이 있음에도 당당한 태도가 매력적으로 부여되지 않았을 때 ITZY만의 매력이 사라진다는 대중들의 경고와도 같았다. 이때를 기점으로 ITZY에겐 “당당한 태도 위 어떠한 매력을 음악에 부여해낼 것인가?”라는 숙제가 부여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2. 공식 위 쿨함을 부여하기 위한 3년간의 시도


 이후 ITZY는 여러 음악적 시도와 함께 그 숙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우선 줄곧 곡 제작에 관여하던 박진영이 한 걸음 물러나 총괄 프로듀서 역할을 수행하고, 다양한 외주진의 참여를 늘리는 선택을 하였다.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여러 시도가 이어졌는데, ‘LOCO’에서는 통통 튀는 분위기로 감정의 이끌림을 노래하기도 하고, ‘SNEAKERS’에서는 데뷔 초로 회귀한 듯 발랄한 틴 팝으로 당당한 태도를 강화하는 선택을, ‘CHESHIRE’에서는 매니악한 댄스 팝 안에 당당한 태도를 담아내는 시도를 하였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임팩트를 심어주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분위기만 바뀔 뿐 과거 우리가 기억하는 시원하고 당당한 카리스마를 더는 곡 안에서 확인하기 어려웠다. 결국, 그녀들의 차별화된 매력은 당당한 태도 위 “쿨(Cool)한 느낌“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일곱 번째 미니 앨범의 타이틀 ‘CAKE’에서는 안일한 이지리스닝 전략에 멤버들의 뛰어난 역량까지 제한되며 갈피를 잡지 못하는 듯했고, 건강상의 이유로 리아가 잠시 활동에서 빠지며 그룹 활동에 적신호마저 켜지고 말았다.


ITZY - BORN TO BE (M/V)

하지만 그녀들은 시도를 멈추지 않았고, 올해 초 발매한 [BORN TO BE]에서는 걸크러쉬함은 물론 퍼포먼스의 강점과 강렬한 일렉트로 댄스 팝의 매력을 잘 살렸다는 평을 들으며 차츰차츰 반등의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3. GOLD처럼 빛나는 재기를 꿈꿨건만..


ITZY - GOLD (M/V)

 트레일러를 통해 "Our World is still different(우리의 세상은 여전히 다르다)"라는 프레이즈를 내걸며 차별화된 매력을 예고한 ITZY의 아홉 번째 미니 앨범 [GOLD]는 그야말로 잔뜩 힘이 실려있었다. 뎀 조인츠(Dem Joints)·라이언 전·창빈(스트레이 키즈)·조윤경 등 다양한 작가진의 참여는 물론, 더블 타이틀 전략을 취하며 완전체로 돌아오는 ITZY의 새로운 매력을 보여주고자 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밴드 사운드의 도전이다. 시원한 밴드 사운드가 가미된 힙합 트랙 ‘GOLD’와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팝 록 ‘Imaginary Friend’에서 ITZY는 강렬하고 감성적인 보컬을 보여주며, 틴 팝·댄스 팝에서 주로 선보이던 시원하고 청량한 보컬과는 사뭇 다른 매력을 부여해냈다. 특히 ‘GOLD’의 경우 후킹한 탑라인과 거리가 멀지만 강렬한 임팩트가 잘 담겨 있고, 장르의 크로스오버 속에서도 어색함 없이 수행해내는 멤버들의 역량에 주목하게 된다는 점에서 끄덕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의 쿨(Cool)함이 잘 표현됐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대중성을 포기하면서까지 임팩트를 주기 위한 탑라인 선택 덕에 보컬적 강점이 가려져 허세스러운 멜로디를 놓친 것은 물론, 산만한 구성과 조악한 빌드업 탓에 인트로에서 쌓아온 기대감이 무너지게 됐다. 야심찬 시도는 좋았지만 너무 과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미니멀한 리드 진행이 담긴 하우스 트랙 ‘Bad Girls R Us’와 힙합 기반 트랙 ‘FIVE’, ‘VAY’에서 뒤늦게 당당한 태도를 내세우며 이를 해결하고자 애쓰지만, 3년간 따라다니던 숙제를 말끔히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심지어 팝 댄스 트랙 ‘Supernatural’은 ITZY의 어떠한 매력도 보여주지 못한 채 흘러가고야 말았다. 결국, ITZY만의 차별화된 매력을 보여주겠다는 예고는 기존 대중들이 인지하고 있던 올라운더적 역량을 보여주는 것에만 그치며, 순금처럼 빛나야 할 반등을 도금으로 마무리하게 되었다.




 4. 이제는 공식에 대한 결단이 필요할 때


 강렬한 사운드와 함께 당당한 태도를 직설적으로 담아낸 전작 [BORN TO BE]를 발판 삼아 3년 만에 반등에 성공하나 싶었지만, 애석하게도 완벽한 반등은 어려워 보인다. 이제는 긴 침체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녀들의 결단이 필요하다. 설령 자기 복제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지금처럼 당당한 태도를 더 쿨하게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던가, 혹은 완전히 벗어나 새로운 공식을 써내려 가던가라는 두 가지 선택지 안에서 말이다.


어떠한 선택이 따르든 올라운더로서 뛰어난 퍼포먼스를 선보여온 ITZY의 실력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방향성만 잡힌다면 재기는 시간문제일 것이다. 특히 보컬·랩·퍼포먼스 3박자가 빛을 발하는 걸스 힙합과 댄스 팝 부문에서는 여느 걸그룹과 비교하더라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니 말이다. 물론 그 시간을 결정하는 데에는, 아티스트에게 좋은 음악과 그에 상응하는 매력적인 콘셉트를 얹어주기 위한 JYP 아티스트 2본부의 대담한 기획력이 뒤따라와야 할 것이다.



by. 윈스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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