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엔터에서 일을 해 봤어요
1. 고멘트의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365일 내내 콘텐츠가 올라오는 고멘트 브런치 채널이지만, 연초를 맞아 이번 주는 잠깐 쉬어가려고 합니다.
2. 22년 초 시작한 고멘트는 이제 태어난 지 3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원래는 엔터테인먼트의 A&R 및 기획제작 쪽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포트폴리오를 위해 태어난 모임이었고, 3명에서 시작해서 지금은 4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서 취업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중입니다. 매주 국내외 신보를 체크하는 주간리뷰부터 다양한 칼럼이 끊김 없이 올라올 수 있는 이유는 이처럼 많은 사람들의 노고 덕분입니다. 이 글을 쓰는 필자는 초창기 멤버로서 글에 손대지 않고 현업과 친목에 더 집중하는 삶을 살고 있기에, 이제는 대학교 연합동아리 체급이 되어버린 지금의 시스템에 놀라곤 합니다. 주야장천 글을 쓰는 필진들뿐만 아니라 이것들을 잘 돌아갈 수 있게 케어해주는 운영진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3. 서론이 길었네요. 제목과 부제목으로 가볍게 어그로를 끌었지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사실 '교육'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표면적으로는 무언가를 만들면서 취뽀라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고멘트의 활동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들어오려는 사람들을 향한 경고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단순히 좋아하는 마음으로 음악과 산업을 대할 수는 없으며, 누구보다 치열하게 일해야 하지만 보상은 적은 그런 모습들이요. 취업을 해도 소속된 회사의 IP를 키우기 위해 부단히 경쟁하며 발을 굴려야 하죠. <오징어 게임>의 성기훈처럼, 고멘트는 엔터 산업의 차가움을 최대한 인지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쏟습니다. 보통 겪어보지 못했던 빡센 피드백과 많은 과제량을 주는 식으로요. 그렇다면 엔터 산업이라는 '게임'에 참여한 고멘트 멤버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4. 신기하게도 이러한 피 튀는 과정이 고단함을 견딜 수 있는 체력과 용기를 주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전체 멤버들 중에서 3분의 2가 현직에 종사하고 있으며, 새로 들어온 친구들의 탈퇴율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고멘트에서 전하는 "힘들고 고통스러울 거야"라는 말 뒤에는 "그랬던 우리도 지금까지 남아 있었으니 자신을 믿어"라는 전제가 숨어 있죠. 빠듯하게 취업에 성공했고, 불가항력적인 퇴사와 이직을 반복한 선배들은 이제 웃으며 그때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습니다. 후배들은 쉽게 들을 수 없는 선배들의 속사정을 통해 긴장과 용기를 선사받고, 선배들은 거꾸로 후배들의 순수한 열정에 교화되면서 서로서로 배우고 있는 셈이죠. 이러한 시간들이 반복되면서 고멘트만의 패밀리쉽이 형성된 것 같습니다.
5. 나아가 다양한 친구들과 부침을 겪었던 지난 시간들은 엔터의 '교육'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를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늘 "음악과 크리에이티브를 전수하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질문과 조우합니다. 사람과 감성으로 돌아가는 엔터 산업은 결국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사람의 성격과 콘텐츠 경험에 좌우되니까요. 그리고 각자 개인화된 취향과 강점이 존재하기에, 엔터 스태프로서 성장에 이르는 왕도는 경험 외에는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본인의 전문분야가 트렌드가 아닌 시대를 살아야만 하는 경우도 있죠.
6. 그렇기에 고멘트의 활동은 일방적인 강의 형태가 아닌, 모두가 수평적인 스터디라는 포맷을 통해 많은 대화를 나누는 자리의 연속이었던 것 같습니다. 모두가 불편하지 않은 편한 자리에서 최대한 자유롭게, 숨김없이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것. 그리고 비판과 개선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 결국은 엔터의 교육이란 '지식의 전달'이 아닌 '환경의 조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고멘트는 이러한 문화를 유지하며 현업자를 배출해나가는 동시에, 브런치에서도 더 나은 콘텐츠를 고민할 수 있는 팀이 되고자 합니다. 기업보다는 작은 교습소에 가까운 우리의 모습이지만, 좋은 사람이 많아진다면 더 많은 가능성이 펼쳐질거라고 믿습니다.
아무쪼록 즐거운 연초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