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11 @카페 브루크
싱어송라이터 김반월키는 2023년 May Lily (현 Mary Lily)라는 이름으로 앨범 [Your Embrace Were Warm]을 발매하며 데뷔한 아티스트이다. 24년 1월에는 김반월키로 앨범 [빈자리]를 발매하여, 한국의 음악 평론가와 매니아들에게 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필자 역시도 [빈자리]를 감명 깊게 들었기에 각종 결산과 음악 칼럼을 통해 본 앨범을 소개해온 바 있는데, 그의 음악 세계, 그리고 앨범의 여러 요소들을 더 알고 싶어졌다는 생각이 들어 직접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본 인터뷰를 통해 김반월키라는 아티스트와 [빈자리] 가 조금 더 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본 인터뷰는 아티스트의 요청으로 별도의 사진은 촬영하지 않았습니다.
Q.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A. 1년 전에 앨범 하나 낸 뮤지션 김반월키입니다.
Q. 요즘 근황이 어떻게 되는지
A. 평범하게 살고 있다. Mary Lily 명의로 노이즈 락 앨범 하나 만들고 있는데, 트랙 절반 정도는 최근 공연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Q. [빈자리]의 기획 의도가 궁금하다.
A. 큰 의도에서 출발한 건 아니고, “의식의 흐름대로 만들어보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처음 ‘미라쥬’ 멜로디를 만들다 보니 그 후로 줄줄이 소시지처럼 45분치가 만들어지더라.
Q. 평소에 팀 버클리(Tim Buckley), 짐 오루크(Jim O’Rourke), 수프얀 스티븐스 (Sufjan Stevens) 등 많은 아티스트를 좋아하는 것으로 아는데, 그중에서도 공중도둑이 가장 먼저 떠오를 수밖에 없는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
A. 기타를 공중도둑 음악을 뜯어보면서 시작했기 때문에, 그 흔적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 같다.
Q. 음악적으로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아티스트가 공중도둑일까?
A. 처음 작곡을 시작했던 20 ~ 21살 때는 EP나 월리처라고 하는 건반 악기를 중심으로 작곡을 했었는데, 공중도둑을 접하고 나서는 건반 악기보다는 통기타로 작곡을 하는 것이 조금 더 내 멜로디 표현에 설득력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서 기타를 시작하게 됐다. 공중도둑의 음악을 듣지 않았다면 아마 계속 피아노나 EP 같은 걸로 음악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그런 면에서 그의 음악이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 같다.
Q. 본 앨범만의 질감을 구현하기 위해 녹음, 믹싱 과정에서 특별하게 신경 쓴 부분이 있을까
A. 잘 모르겠다. 그냥 내 목소리를 냈고, 있던 기타로 만들고 거기에 약간의 악기를 입힌 게 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질감적인 부분은 딱히 생각을 하진 않았다. 앞서 말했듯이 의식의 흐름대로 만들었기 때문에, 있던 재료들이나 익숙한 재료들을 가지고 만든 것 같다. 다른 부분을 집중하는 데도 정신이 다 가다 보니 그런 것도 있고.
Q.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 중 하나가 ‘기억에 의존한 초상화’의 리듬 체인지이다. Verse에서는 6박으로 시작해 Chorus 파트에서는 4박으로 바뀌는 것이 인상 깊었는데, 이런 부분도 의도하고 만든 것인지, 아니면 의식의 흐름대로 나온 것인지 궁금하다.
A.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왔다. 그 곡 말고도 그 앨범에 있는 곡들 다 그렇다.
Q. “이 부분에서는 이걸 넣어야 해” “이 부분은 어떤 곡이나 어떤 아티스트를 오마쥬 해보자”라고 계산했기보다는, 만드는 과정에서 마음이 이끄는 대로 흘러갔다는 뜻일까?
A. 그렇다. 무의식적으로 원하는 방향을 찾아간 것 같다.
Q. 멜로디적으로도 인상 깊었던 부분들이 있었는데, ‘미라쥬’나 ‘단상 : 불나방’의 앞부분의 멜로디는 기존 포크보다는 조금 더 다른 장르에 가까운 멜로디라고 느껴졌다. 이러한 부분들도 자연스럽게 나온 것일까?
A. 일반적인 포크 같지 않다는 뜻일까. 애초에 [빈자리]는 통용되는 ‘포크다움’ 같은 것들을 생각하고 만든 앨범이 전혀 아니다. 이 앨범은 그냥 나만의 잔잔한 음악이었기 때문에, 그런 멜로디는 내 의식에서 발췌된 것이 아닌가 싶다.
Q. 멜로디 같은 것들도 같이 흐르는 대로 만들어진 것일까?
A. 멜로디, 코드, 기타의 멜로디까지, 다 한 번에 따라온다.
Q. 그렇다면 앨범 유기성적인 측면에서도, 앨범의 중반부에 팝스럽고 듣기 편한 트랙들이 배치된 것도 큰 계산 없이 "이렇게 하면 흐름상 자연스러울 것 같은데"라는 의식에서 나온 것일까?
A. 그렇다. 5번 트랙 ‘겨울에 접어들 무렵’도 앨범의 연결 다리 역할을 위해 넣었던 곡이다. 그런 식으로 40분짜리를 하나로 흐르듯이 만들기 위해 노력을 했다.
Q. 그 ‘겨울에 접어들 무렵’ 트랙 같은 경우, 기타 레이어링이 인상 깊었다.
A. 해당 트랙의 2기타 1보컬 구성이 후회가 되는 게, 보컬이 중간에서 붕 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1기타 1보컬이나 2기타 2보컬로 갔었어야 했는데.. 나중에 리마스터링할 일이 생기면 믹싱 단계에서 수정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중요한 곡은 아니지만 말이다.
Q. 타이틀곡인 ‘단상 : 불나방’도 역시 주법이 중간에 바뀐다. 마치 파트가 바뀌듯이. 이런 것도 의도한 게 아니라 흘러가듯이 만들었을까?
A. 그 부분은 의도했던 부분이다. 전반 3분을 만들어 녹음을 해두었고, 진전이 안된 채로 있다가 2개월 뒤에 이어 붙일 후반 3분이 갑자기 떠올라서 따로 녹음했다. 그래서 다른 트랙들에 비해 작업 방식이 좀 이질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Q. 이 트랙을 타이틀로 선정한 이유는?
A. 그냥 가장 듣기 좋았다. 그래서 뮤직비디오 (이하 MV)도 만들었던 것이다.
Q. MV 얘기가 나와서 그러는데, MV에 아티스트 기쿠하시가 출연했다. 어떻게 협업하게 된 것인지 궁금하다.
A. MV를 찍어주기로 했던 아는 동생이 있는데, 기쿠하시는 그 동생의 지인이다. 기쿠하시와는 아직 일면식도 없다. (웃음) 그래도 출연해 주셔서 감사하다.
Q. 서로 음악적인 커넥션이 있어 같이 하게 된 줄 알았다.
A. 아니다. 우연의 우연이 아닌가 싶다.
Q. MV 기획이나 이런 것은 직접 한 것일까?
A. 아는 동생한테 제 음악을 들려주고, 너대로 표현해 보라고 말하며 전적으로 맡겼다. 동생을 전적으로 믿었다.
Q. 따로 어떤 부분을 담아 달라거나 하는 것도 없었을까?
A. 그 동생이 영상 감각이 있기에, 듣고 느낀 거를 영상으로 표현해 보면 어떻겠냐는 말만 했을 뿐이다.
Q. 결과물은 마음에 들었나.
A. 기쿠하시님이 담긴 영상만으로도 좋았다. 마음에 들어서 폭풍 칭찬을 해주었다
Q. 불나방이라는 제목은 어떤 의미에서 나왔는지.
A. 원래 곡의 전반부 가제가 불나방이었다. 처음 가사가 “존재하지 않는 묘지, 붉은 너는 환각인지” 같은 가사였는데, 그 부분을 싹 갈아엎고, 내가 옛날에 생각했던 단상을 가사로 붙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불나방’이란 가제만 그대로 부제로 남겨뒀다. ‘단상 : ㅇㅇ’ 와 같은 식으로 곡을 시리즈로 더 만들 계획이다.
Q. 불나방이라는 제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참 어려웠는데, 이런 비하인드가 있었다니
A. 지금 가사와 전혀 관련이 없다. 나만 알아듣게끔 단어들을 사용해 독백하듯이 만든 앨범이었는데, 사람들이 많이 들어줘서 조금 부담이 되기도 한다.
Q. ‘겨울에 접어들 무렵’의 가사에도 ‘현재’에 작은따옴표로 강조돼 있던데, 이러한 것도 역시 혼자만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의 하나라고 보면 될까?
A. ‘현재’도 그렇고, ‘매듭이 울려 퍼지고’, 혹은 ‘단상 : 불나방’ 트랙의 ‘혁신가’와 같은 단어들이 다 나만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이다.
Q. 가사로 넘어가 보자. 본 앨범의 반응 중에는 ‘혁신가’, ‘멘탈’같은 단어가 특이하다는 의견도 볼 수 있었다.
A. ‘멘탈’ 같은 경우 만들 당시에도 너무 튄다고 생각했었다. 이질적이고. 아까 말했듯이 작업 과정에서 다방면으로 신경 쓸 부분이 많다 보니까 가사와 같은 자잘한 부분은 크게 신경 쓰지 않은 채로 발매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유튜브로만 최초 공개하기도 했었고. 그 정도로 전문적이지 않은 앨범이었다 보니 그런 아마추어적인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Q. 본인의 하고 싶은 말을 한 앨범이기에 튀는 가사도 개성의 한 부분 아닐까 싶었다.
A. 근데 달갑지 않아 하는 반응이 보인다. 결국 음악은 다른 사람들한테 들려줘야 하는 것이지 않는가. 다음부터는 그런 부분을 조금 더 신경 써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Q. 반면 좋았던 가사들도 많았다. 개인적으로 ‘단상 : 불나방’에서 “추억이란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 조밀해지는 것이리라”라는 문장이 참으로 좋았는데, 이런 문장도 평소에 생각하고 있었던 문장들을 담은 것인지
A. 가사는 다 일기장이나 메모장에서 가져온 건데, 메모장의 끝자락에 적어놓은 거라서 그 노래의 마지막 가사로 실은 것 같다. 그것도 큰 의도는 없었다.
Q. 그렇다면 특별히 가사를 신경 쓴 곡이 있을까?
A. “남들이 들을 만하게 써야겠다”라고 신경 써서 작사한 곡이 ‘별난 사람들’이다.
Q. 확실히 ‘별난 사람들’은 '고양이 눈인사'를 비롯해 전반적인 워딩들이 조금 다른 느낌을 주기도 한다.
A. 나도 튀는 음악이라고 생각했다. 가사의 내용도 [빈자리]하고 좀 멀었지만, 만들어 놓은 우쿨렐레 라인이 좀 아까워서 넣은 곡이다. 대중적으로는 반응이 제일 좋더라. 나는 앨범의 8곡 중 제일 싫어하는 곡인데..
Q. 그 이유가 뭘까?
A. 너무 튀는 곡인 것도 그렇고, 코드가 단순하다는 것도 이유이다.
Q. 본 앨범을 ‘포크 앨범’이라고 생각한다면, 가사가 일반적인 포크음악에 비해 들리지 않는 편이기도 한데, 역시 의도적인 것일까?
A. 좀 웅얼거리듯이 노래한 것? 내가 생각하기에, 그런 보컬이 사운드에 더 잘 맞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랬다. 듣기 좋게. 가사가 선명한 게 포크다운 것이라 해도, 애초에 나는 포크다움을 의도한 게 아니기 때문에 이 앨범을 포크 앨범으로써 평가하자면 그런 부분에서 성취도는 당연히 낮을 수밖에 없는 거라고 생각한다.
Q. 그럼 지금 사람들이 포크 음악이라고 하는 거에 대한 부담이 있는지?
A. 부담은 없다. 다만 정확히는 기타로 내 멜로디를 표현한 내 음악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기존에 존재하던 포크에 억지로 내 음악을 들이민다면 괴리감이 크다고 생각한다.
Q. 앨범 외적인 얘기도 궁금하다. 현재 김반월키와 Mary Lily 두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작업 일정을 어떻게 나누었는지도 궁금하다. 음악적으로는, “Mary Lily로는 노이즈 락을 하고 있으니까, 김반월키로는 다른 장르를 해야겠다” 하고 의도적으로 분리한 측면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A., Mary Lily를 작업할 때는 Mary Lily에만, 김반월키를 작업할 때는 김반월키에만 집중했다. 장르적으로도 노이즈와 포크라는 장르를 의도해 나눈 것은 아니고, '빡센 곡과 잔잔한 곡'의 차이 정도를 생각했다.
Q. 그렇다면 Mary Lily랑 김반월키를 분리한 이유가, 그냥 김반월키로는 잔잔한 음악을 하고 싶고, Mary Lily로는 센 음악을 하고 싶어서인지?
A. 그렇다. 둘의 음악이 완전 노이즈와 비非 노이즈로 극과 극이다 보니까, 이것을 하나로 통일하는 게 쉽지 않았다. 이도 저도 아닌 것 같더라. 그래서 “차라리 둘로 나누고 끝과 끝으로 가보자” 해서 분리하게 됐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둘 다 카피캣 같은 부분이 있어서 고민이 되기도 하지만, 구상하는 대로라면 앞으로는 내 색채를 더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Q. 작업 방식에도 차이가 있을까?
A. 그때그때 다르긴 한데… 매일 꾸준히 작업한 것이 김반월키 [빈자리], 한번 꽂힐 때 몰아서 작업한 것이 곧 나올 Mary Lily 앨범이다. 천천히 매일 작업하면 다작을 할 수 있지만 돌아보면 멜로디나 진행이 부실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나중 가서 그런 부분들을 바꾸기도 쉽지 않다. 한 번 꽂힐 때, 떠올릴 때 작업하는 방식은 나중에 들어도 듣기 좋지만, 그런 경험이 두 달에 한 번 있을까 말까다. 너무 안 뽑힌다. 그런 식으로도 앨범을 만들 수는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2 ~ 3년씩 걸린다. [빈자리] 앨범 같은 경우는 23년 8월에 시작해 24년 1월에 냈으니 반년 조금 덜 걸렸지만, Mary Lily 앨범의 경우 1년은 더 잡아야 할 거 같다. 이런 작업 스타일로 시작했으니 통일성 있게 만들려면 계속 이 방식으로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으면 이 곡 붕 뜨고 이 곡 붕 뜨고 하니 말이다. 그래도 다 만들어 가는데, 이번 앨범은 [빈자리]보다 자신 있다.
Q. [빈자리]에서 꽂힌 순간에 작업한 곡이 있다면, 아까 말한 ‘단상 : 불나방’의 후반부일까?
A. 후반부는 그렇다. 전반부를 비롯한 전체적인 [빈자리]는 마음 가는 대로, 의식의 흐름대로 만들었는데, Mary Lily도 그런 방식으로 몇 곡 만들어 봤었는데 별로더라.
Q. [빈자리]의 마지막 곡 ‘…그러나 과거에 갇혀 살 수만은 없기에 모쪼록 가슴에 묻어두고서 나는 앞을 응시하고…’ 같은 경우는 곡 길이나 구성적인 측면에서 Mary Lily 앨범에 들어갔어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른 인터뷰를 보니 이 곡이 예전부터 마지막 트랙으로 넣으려고 했던 곡이라고 하더라. 이 곡의 작업 비하인드가 궁금하다.
A. 2021년에 만든 곡이다. 그전에도 두 가지 스타일로 해보자고 생각한 적은 있었는데, 그런 스타일 구분과는 별개로 만든 곡이다. 한동안 묵혀뒀다가 "옛날에 만든 곡이지만 한번 써볼까?" 싶어서 앨범에 넣었는데, 앨범을 끝까지 들어준 사람들한테 이런 곡도 들려주고 싶었다. 나중에 부모님 목소리로 된 나레이션을 넣은 건, 앨범 제목이 [빈자리]인 것처럼 나중이 되면 아무것도 없을 테니까 개인적으로 내가 듣고 싶어서 넣었다. 그러니까 [빈자리]는 정말로 내가 들으려고 만든 앨범인 것이다
Q. 인스타그램 AMA에서 다음 앨범은 포크가 아닌 노이즈 락일 것이라는 스포를 해주기도 했는데, (김반월키와 Mary Lily 상관없이) 조금 더 힌트를 줄 수 있는지?
A. 일단 김반월키의 다음 앨범은 [빈자리] 같지는 않을 거다. [빈자리]에서는 과반 이상이 기타와 보컬만으로 진행된 곡들이었지만, 다음 앨범에서는 사운드를 조금 더 채울 생각이다. 김반월키는 아직 그 정도만 구상 중이다. Mary Lily 앨범은 지금 거의 다 만들었는데, 3분짜리 곡들이다 보니 포스트 락과는 아예 거리가 멀고, 노이즈 락에 가까운 음악이다.
Q. Mary Lily 앨범도 피지컬 앨범 발매도 계획에 있을까?
A. [빈자리]보다는 대중적인 음악일 것 같아서 CD 발매도 생각 중이다. [빈자리]는 LP가 잘 어울릴 것 같아서 LP로 냈지만, 이번 Mary Lily는 그렇진 않을 것 같아서 LP로는 내지 않을 수도 있다.
Q. LP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한국도 아니고 일본에서 LP 발매를 했길래 신기했다. 어떻게 발매하게 된 것인지?
A. 정식 발매를 앞두고 3월 초에 일본에서 메시지가 왔다. 살펴보니 뜻이 맞아서 그쪽에서 발매하게 됐다. 내 요구대로 다 맞춰주셔서 감사했다. 그분 덕분에 한국보다 일본에서의 스트리밍 수치가 더 높다.
Q.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궁금하다.
A. 처음 “음악을 해야겠다”라고 생각한 것은 고3 때이다. 그땐 작곡가가 되려고 했고, 그래서 과도 작곡 전공이었다. 물론 거기서 얻은 건 없었지만.. 사실 보컬을 왜 시작하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어쩌다 보니 이렇게까지 왔다. 보컬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도 없고 할 생각도 없었고, 노래방에서 악 지르듯이 부르는 게 전부였었는데 공중도둑 커버한다고 제 목소리를 처음으로 담아서 유튜브에 올린 것이 시작이었다.
Q. 작곡과에서 얻은 게 없다고 했는데, 안 맞은 이유가 있을까.
A. 흔히들 말하는 실용음악들. 구체적으로 말하면 발라드나 가벼운 재즈, 혹은 락. 그런 음악들이 전부였다 보니까 나하고는 아예 결이 안 맞았다.
Q. 예전 유튜브 영상들을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
A. 사운드도 너무 아마추어스러웠고, 보컬도 코맹맹이 소리가 나서 듣기 괴로워서 내렸다.
Q. 평소에는 어떤 장르를 많이 듣는지 궁금하다.
A. 시대적으로 80년대 이후 나온 디지털 사운드는 좋아하지 않아서 신스 팝이나 전자 음악 쪽은 별로 관심이 없다. 생 아날로그로 만든 6070년대의 음악을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프로그레시브 락 (이하 프록)과 싸이키델릭 락을 즐겨 듣는다. 그 장르의 문법이 내 음악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Q. 프록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A. 그냥 듣기가 좋다. 프록이 재즈를 비롯해 여러 장르가 섞인 용광로 같은 음악이지 않나. 그래서 이 사람들은 이렇게 합쳤구나, 이렇게 엮었구나, 이렇게 합성했구나 하며 듣는 재미가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악기적인 부분에서도, 옛날 바로크 시대의 악기들, 플롯, 오르간 같은 걸 쓰는 것도 그렇고, 다른 장르에서는 생뚱 맞을 요소들이 프록에서는 자신들만의 매력으로 쓰인다는 점이 재밌었다.
Q. 스틸리 댄 (Steely Dan)도 좋아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재즈 락 장르에는 큰 관심이 없나?
A. 재즈 락에도 흥미가 있긴 한데 내 표현력만으로는 좀 어렵고 세션의 도움을 받아서 해야 할 것 같다.
Q. 음악을 들을 때 가장 중요하게 듣는 부분이 있다면
A. “얼마나 제멋대로 음악 하냐”. 그런 마인드를 많이 본다. 팀 버클리의 [Starsailor]도 그렇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앨범 하나인 토드 런그렌 (Todd Rundgren)의 [A Wizard, a True Star] 앨범은 진짜 제멋대로 한다. 그런 ‘제멋대로 정신’을 많이 배운다. 물론 너무 그런 것도 그러니까 타협해 나가야 하겠지만..
Q.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하고 싶나, 목표가 있다면?
A. 나만의 음악을 찾으려고 노력을 해보겠지만, 그게 안 된다면 그때그때 스타일을 바꿔보고 싶다. 유행에도 맞춰보면서. 다른 사람들도 인정하는 내 강점이 멜로디인 것 같은데, 멜로디만 잘 만들면 어떤 장르든 맞춰나갈 수 있으니, 멜로디를 중심으로 이 장르 저 장르 시도해 보고 싶다.
Q. 본인의 음악에서 멜로디를 핵심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A. 입을 모아서 “별로다”라고 하는 건 고칠 생각이지만, 멜로디 하나만큼은 고집해 봐도 되지 않겠나 싶다. 이견 없이 좋다고 해주니.
Q. 음악 외적인 질문으로 넘어가서, 포스트락 갤러리 24년 국내 결산에서 싱글, 앨범 모두 1위를 차지했는데, 간단한 소감을 해준다면?
A. 의문은 좀 남지만, 감사합니다.
Q. 그래도 인지도가 올라갔을 것 같은데, 체감이 되는지?
A. 인스타그램에서 스토리로 내 음악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Q.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번 앨범을 좋아해 주는 것 같다.
A. 하지만 나는 이번 앨범에 전혀 만족하지 않는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줄 줄 알았다면 이렇게 만들지 않았을 텐데” 싶은 아쉬웠던 부분들이 많다. 제작할 당시에는 그게 체감이 전혀 안 됐다.
Q. 아쉬웠다는 부분이라면?
A. 아까 말했듯이 가사적인 부분을 몇 배는 더 신경 써야겠다고 생각했고, 엔지니어링을 전문적으로 받아서 날 것처럼 들리는 사운드를 조금 더 정돈하고 싶다. 하지만 그걸 인상적으로 들은 사람들도 있는 것 같아서 어느 정도 타협을 봐야겠지만 말이다.
Q. 최근엔 서정민갑 평론가도 호평하는 기사를 올려줬더라.
A. 내 음악에 대해 평론해 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한국대중음악상 같은 경우도 “노미네이트도 안되고 넘기겠구나” 싶었다. 사실 포크적인 완성도는 좀 아쉬운 음악이어서.. 그래도 지금은 평론가들이 내 음악을 언급해 주나 보다. 읽어 볼 계획이다.
Q. 이런 호평들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거나 하지는 않은지
A. 호평에 대한 부담은 딱히 없고,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 오히려 내 음악 듣고 좋아하는 사람 생기면 좋은 건데
Q. 상업적으로 성공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을까?
A. 사실 김반월키로는 생각 없고, Mary Lily는 짜 놓은 멜로디들이 괜찮다 보니까 대중적으로 사운드를 쌓아 올리면 먹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
Q. 누군가와 콜라보 한다거나, 레이블에 들어갈 의향은 없는지?
A. 딱히 없다. 레이블 계약도 그렇고.. 누구랑 엮이기보다는 그냥 내 음악을 깔끔하게 다듬어줄 수 있는 엔지니어 한 명 정도랑 평소에 같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
Q. 엔지니어링 관련해서, 피아노 슈게이저와 연이 있는 것 같다. [빈자리]의 마스터링도 해주고, 최근에는 공연도 같이 했고.. 어떻게 시작된 연인지?
A. 2017년에 피아노 슈게이저가 공중도덕의 ‘하얀방’을 피아노로 커버해서 올렸었고, 내가 20년도 8월에 내가 공중도둑의 노래를 커버해서 올렸다. 피아노 슈게이저가 내가 올린 커버를 봤었는지, 21년 2월에 SNS ‘클럽하우스’에서 나를 알아봐 주고 비밀 방을 열어줘서 일대일로 대화를 했었다. 그때 시작된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빈자리]의 마스터링도 정성껏 맡아주고, 첫 공연 기회도 주고.. 은인에 가까운 감사한 분이다.
Q. 인스타그램 AMA에서 간단히 말하긴 했는데, 공연 계획이 궁금하다.
A. Mary Lily는 앨범을 발매하면 “공연 세션을 해주겠다” 하는 분들이 있다. 속으로 혼자 하는 공연만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원하면 밴드 셋도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이 원하는 대로도 해봐도 되지 않겠나. 김반월키는 기타가 정확해야 해서 너무 어렵고, 무엇보다 내가 멀티태스킹이 안된다. 그래서 연습만 한창 걸릴 것 같다. 그럴 시간에 멜로디를 조금이라도 짜내자는 생각이라서 김반월키의 공연은 늦어질 거 같고 못 할 수도 있다.
Q.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을까?
A. 나는 이제 시작이다. 응원해 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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