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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맛집을 넘어 음악맛집으로

PLAVE [Caligo Pt.1]

by 고멘트


시대는 변했다. 사실 이 문장을 말하는 것 자체가 늦은 현재, “누구야?”에서 이른바 “우리 오빠들”이 된 플레이브는 이미 주류 보이 그룹 중 하나이다.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단독콘서트 매진, MBC 음악방송 1위, 그리고 멜론 주간 인기상 1위(2025.02.17) 등 플레이브는 버츄얼의 세계를 점차 더 많은 대중에게 전파하고, 비현실과 현실의 두 경계 사이에서 자리를 넓히고 있다. 이는 한마디로 기존 세상의 룰을 깨기 위한 질주이며, 올해 첫 앨범 [Caligo Pt.1]엔 힘을 실어 ‘Dash’한 플레이브의 각오가 느껴진다.




1. 불쾌한 골짜기에 인간성, 음악성을 더하다


불쾌한 골짜기, 이 단어는 버츄얼 아이돌의 인기가 올라가더라도 사라질 수 없는 수식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렇다. 로봇과 인간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사해지면 거부감이 올라간다는 뜻의 불쾌한 골짜기 이론은 플레이브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마냥 AI 기술만이 아닌 움직임을 감지하는 모션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실체’가 존재한다는 중요한 차이는 지금의 플레이브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이는 애니메이션의 캐릭터와 플레이브가 다른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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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비하인드 컷 / 라이브 오류


특히 무엇보다 영상 채널이 중요한 지금, 소통이 필수 버팀목인 플레이브는 ‘그들도 사람’이라는 진심을 전했고, 그럴 수 있었던 이유엔 유머가 중심에 있다. 단순히 대화가 아닌, 버츄얼 아이돌만이 보여줄 수 있는 기술적 오류, 그리고 무엇보다 방송임에도 불구하고 가식이 없는 말과 행동은, 비주얼의 한계를 넘어 인간으로서 유대감을 느끼게 한 것이다. 오히려 완벽하지 않았기에,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몸이 갑자기 날아간다거나, 손이 이상해지는 등 이른바 오류 맛집의 타이틀을 가진 플레이브는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음악방송에서조차 오류를 하나의 유입 장치로 활용할 만큼 증명된 맛집이다.


MBC '쇼! 음악중심' PLAVE (플레이브) - Dash


하지만 케이팝 산업에서 이러한 버츄얼 아이돌이 보일 수 있는 오류의 장점만으로 활동 유지엔 한계가 있을 것이고, 더 많은 사람에게 보여줄 다른 무기가 필요하다. 2024년은 130만 조회수가 넘는 오류 모음집 영상과 같이 실제로 올라간 인지도처럼 플레이브를 알린 해였다면 2025년은 그 기대를 충족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을 것이며, [Caligo Pt.1]은 부담을 딛고 인간성에 음악성을 더해 결국 음반 판매량 100만 장 돌파의 기록을 냈다.


IMG_8212.JPG 출처: 한터 뉴스


2. 우리는 버츄얼 아이돌, 하지만 음악은 자신 있어


[Caligo Pt.1]은 데뷔곡인 ‘기다릴게’, 2024년 8월에 발매된 ‘Pump Up The Volume!’과같이 무엇보다 밴드 사운드를 잘 활용해 온 플레이브의 음악 스타일을 한 번 더 확고히 하면서도 세련됨을 더했는데, 타이틀 ‘Dash’엔 기존과는 다른 어두운 매력을 담았다. 특히 슬픈 기타 리프가 메인이 된 도입부를 지나, 아련한 코드로 진행한 프리코러스까지 이미 한 번의 변주가 있었음에도 코러스에서 다시 한번 변화를 주는 구성은, KPOP, POP, JROCK 중 하나를 고를 수 없는 크로스오버적인 음악을 느끼게 했다.


물론 록을 메인 장르로 하는 만큼 모든 변주를 그저 하나의 빌드업으로 본다면 아주 특별한 구성은 아니지만, 쉴 새 없이 변화하는 와중 깔끔하게 고조되는 탑라인은 어딘가 모를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타이틀을 이 외에도 ANRI의 시티팝과 The Weeknd의 ‘Out of Time’을 섞어놓은 듯한 1번 트랙 ‘Chroma Drift’와 같이, 이번 앨범은 일본의 주류 음악을 중심으로 하면서도 스타일의 변화를 통해 음악적 역량을 증명하고자 한 의지가 가득했다. 실제로 멤버 노아가 언급한 바로, 이전 앨범은 서막이었다면, [Caligo Pt.1]은 몽글한 감정부터 슬픈, 따뜻한 감정을 담은 자작곡으로 구성한 트랙 리스트를 통해 깊이 있는 플레이브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딩고뮤직 'Killing Voice (킬링보이스)' - PLAVE (플레이브)


하지만 플레이브의 노력은 단순한 트랙 감상과 분석만으로 온전히 설명할 수 없으며, 그들의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 자체 제작 앨범으로도 유명한 플레이브는 곡을 수급받기 힘든 상황을 직접 극복해 온 것을 알기에, 서사 또한 음악과 함께 어우러져 울림을 주었다. 이는 각종 유튜브 영상의 댓글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이전의 회의적인 반응과 달리 “플레이브, 노래 좋고 응원해”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었고, 더 이상 버츄얼 아이돌의 세계를 무시할 수 없게 만들었다.


3. 플레이브에게는 진짜 세계


PLAVE(플레이브) 'Dash' M/V

컨셉츄얼한 아이돌이 많은 현재, 플레이브는 단순히 스토리를 전하는 가상의 컨셉이 아닌 그들에겐 진짜인 세계를 보여주며 팬덤을 키우고 있다. 특히 이번 타이틀 ‘Dash’ MV는 ‘플레이브니까’ 할 수 있는 연출이 돋보이는데, 현실에서 볼 수 없는 특성을 강조하며 세계를 확장했다. 빌런과 히어로 스토리의 애니메이션이 떠오르는 MV는 카엘룸, 테라 등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세계관을 이해하지 않더라도 멤버들이 자신의 세계를 지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그래픽 기술이 주는 짜릿함을 극대화했다. 2D 그림체만 유지될 뿐 활용된 장소, 컨셉 모두 어느 일반 아이돌과 크게 다를 것 없었던 이전의 MV와는 달리, 게임 ‘오버워치’가 떠오르기도 하는 색감과 함께 많은 효과를 추가한 이번 MV는 플레이브만의 차별적인 방향성이 잘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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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VE(플레이브) 'Dash' M/V 스틸 컷


유사한 시장인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좋아하는 감정을 떠올렸을 때, 오히려 현실에서 볼 수 없는 특성, 외적인 모습, 성장에 집중하면서 빠져들기 시작하는 점을 생각한다면, 비현실의 세계가 할 수 있는 표현력을 극명하게 보여준 이번 연출은 다음 이야기를 충분히 궁금하게 만들었다. 이렇듯 가상과 현실의 두 세계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 아닌, 인간적인 면모가 담긴 행동은 현실적으로, 비주얼은 비현실적으로 분리해서 보여준 점이 바로 플레이브의 성공 요소 아닐까?


물론 ‘이세계아이돌’과 같이 플레이브는 대중에게 처음으로 인식된 버츄얼 아이돌로, 시기적으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점 또한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플레이브는 팬층의 성장과 앨범 판매량이 더 확실히 비례하는 보이그룹의 특성을 지닌 만큼, 이른바 덕질에 최적화된 현 상황을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AEONIT(이오닛), 그리고 AFOTS와 같이 같은 조건의 버츄얼 아이돌이자 보이그룹임에도 성적이 부진할 수도 있는 경우를 살펴봤을 때, 플레이브가 인정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외모가 정말 뛰어나서도, 특별한 장르의 음악을 보여서도 아니다. 오류를 유머로 받아 칠 수 있는 능력, 보컬, 작곡과 같은 멤버들의 음악적 테크닉, 그리고 시작에 위치한 시기적인 이유와 연출 방향성, 이 4가지 모두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지금의 플레이브를 이끌었고, 팬이 아닌 대중에게까지 알려질 수 있도록 만들었다.




IMG_8229.JPG 콘텐츠 비하인드 컷


플레이브와 마음이 가까워지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던 필자로서, 이번 [Caligo Pt.1]은 그동안 ‘일부러 외면하고 있지는 않았을까?’하는 물음을 준 앨범이었다. 앞으로도 불편한 시선과 팬의 주장은 부딪히겠지만, 결국 플레이브를 포함한 버츄얼 아이돌 시장은 계속 커질 것이라는 사실은 반박할 수 없다. 2023년 3월 데뷔 직전, 멤버 하민이 “대중들을 설득하는 게 저희의 숙제인 것 같습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던 것처럼, 점차 팬을 넘어 설득할 수 있는 대중이 분명 늘어날 것이고, 이미 사회는 플레이브의 성장을 눈여겨 보고 있다. 물론 플레이브 역시 댄스 그룹의 범주 안에 있기에, 스트리밍 음원과 달리 퍼포먼스에서 오는 전율이 부족한 무대는 다소 한계가 느껴지지만, 기술 발전이 활발히 진행 중인 현재로써 음악과 팬층을 더 넓히는 과제, 그리고 응원만이 남아 있다.




by. 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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