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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확인의 음악" Fin Fior&기나이직 인터뷰

250729 @페인트커피앤바 을지로점 브런치

by 고멘트

몇 달 전 신도시 10주년 기념 공연에서 그의 공연을 처음 보게 되었고, 얼마 뒤에 그의 새 앨범 [Flock]이 발매되었다. 공연에서 들려준 힘 있으면서도 잔잔했던 트럼펫 연주와 달리, 초반부터 폭발적인 일렉트로닉 클럽 사운드가 등장하는 게 매우 놀라웠고, 아직 그의 음악에 대해서 알아가야 할 게 많다고 느꼈다. 무엇보다 [Flock]에서 솟구쳐오르는 해방감에 한동안 매료되어 있었기에 그에게 선뜻 인터뷰를 청했다. 감사하게도, 그는 이 앨범의 공동 프로듀서인 기나이직(Guinneissik)도 초대해주어 앨범에 대해 더 풍부하고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인터뷰에서 무엇보다 인상깊었던 점은 다양하게 접해왔던 음악적 갈래 속에서도 결국은 핀 피오르 자신이 가고자 하는 음악적 방향이 매우 확고하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프로그레시브 락을 추구하다가 일렉트로니카 음악을 접하고, 이를 결합한 새로운 음악적 자아가 탄생하기까지, 그는 그 과정에서 들었던 여러 의문과 모순을 외면하는 대신 이를 ‘재확인’이라는 깨달음으로 전환시켰다. ‘재확인’의 산물인 이번 앨범 [Flock]에 대한 이 대화가, 독자분들께도 자신에게 중요한 무언가의 재확인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34155223.jpg Fin Fior 정규 2집 [Flock] 앨범 커버




Q. 안녕하세요,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 핀 피오르 : 안녕하세요. 핀 피오르 (Fin Fior)라고 합니다. 일렉트로니카를 섞은 락을 하고 있습니다.


- 기나이직 : 저는 지금 기나이직 (Guinneissik)이라는 이름으로 일렉트로닉 음악을 만들고 있어요. 이 이름으로 활동한 지는 6년이 됐고, 최근에는 속도와 음악의 극한을 실험하는 하드코어한 전자음악 사운드를 만들며 공연도 하고 있습니다.


Q. 두 분 다 활동명이 독특하신데, 그 이름의 뜻과 이름을 정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핀 피오르 : 저는 원래 ‘핀과 제이크의 어드벤처 타임’이라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예명을 정할 때 ‘핀’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하나만 하면 이상하니까 ‘갈릴레이 갈릴레오’처럼 ‘핀 피오르’로 하면 라임이나 이니셜도 맞고 깔끔하지 않을까 해서 그냥 그렇게 했습니다. ‘피오르’는 꽃 같기도 하고, 불 같기도 한 게 어감이 좋고 예뻐서 그렇게 지었어요. 별 뜻은 없습니다. (웃음)


- 기나이직 : 저는 어렸을 때 ‘기내식’이 외국어인 줄 알았어요. ‘기네스 맥주’, ‘기네스북’ 이런 말들 때문에 독일에서 온 말인 줄 알았거든요. 그러다 제가 한창 일렉트로닉 음악과 댄스 음악에 빠져 있던 시절 친구들이랑 믹스 셋 같은 거를 만들게 되면서 저도 이름을 지어야 했는데, 생각나는 게 없어 ‘기내식’에서 변형시켜서 ‘기나이직’으로 하겠다고 했죠. 나중에 한자어인 걸 알고 충격을 좀 받았어요. 사실 그 이름을 계속 쓸 생각은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그냥 계속 쓰게 됐네요.


Q. 정규 2집 [Flock]을 발매하신 지 3개월 정도 지났는데, 그 후로 어떻게 지내셨는지 근황이 궁금해요.


- 핀 피오르 : 저는 올해 대학교를 졸업해서 현재 백수 상태입니다. 앨범 발매하고 나서는 다음 앨범과 싱글 발매를 위해서 계속 데모를 쌓아놓고 있어요. 쉴 만큼 쉬고 나서 다시 곡을 쓰고 있는 느낌입니다.


- 기나이직 : 저도 앨범 작업을 했고요. 앨범이랑 별개로도 최근에 공연을 열심히 뛰고 있어요. 가장 최근에는 디지털 하드코어를 기반으로 노이즈, 일렉트로클래시, 일렉트로 팝, 인더스트리얼 사운드 등을 섞는 아티스트들이 모여 ‘교환일기’라는 컴필레이션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에 채널 1969에서 발매 기념 공연을 했죠.


Q. [Flock]에 기나이직 님이 프로듀서로 참여를 하셨는데, 함께 작업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 기나이직 : 이 친구가 저한테 고백을 해 왔습니다. 정확히 2023년 12월 26일이었어요. “다음 앨범을 준비하고 있는데, 댄스와 클럽 뮤직의 인상을 표현하는 락 앨범이어서 자문이 많이 필요하다” 이런 내용으로 톡을 보냈더라고요. 그전부터 어필을 해오긴 했지만 톡으로는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저도 그때 나름 열정적이었고 관심이 있어서 “좋다, 같이 하자” 해서 이렇게 된 거죠. 앨범 작업은 이듬해 4월부터 시작했어요. 마침 제가 수술을 받고 나서 휴식기를 가질 시기라 타이밍도 좋았어요. 제가 그 톡을 스크린 샷까지 찍어놨어요. 너무 감명 깊어가지고. (웃음)


- 핀 피오르 : 제가 거의 프러포즈 식으로 부탁 드렸죠.


Q. 그러면 핀 피오르 님은 기나이직 님의 어떤 장점 때문에 러브콜을 보내셨나요?


- 핀 피오르 : (웃음) 기나이직 형이랑은 브로큰티쓰 (BrokenTeeth)의 온스테이지 세션을 같이 하면서 처음 만났어요. 그 후 기나이직 형의 음악이 궁금해 [Postwar]이란 앨범을 들어봤는데, 노래가 너무 좋은 거예요. 제가 원래는 프로그레시브 락 (이하 프록)을 엄청 좋아해서 복잡하면서도 진행이나 구조 같은 게 잘 짜여진 음악을 좋아하는데, 이 형이 딱 그런 틀로 전자음악을 하고 있었어요. 특히 트랜스 같은 클럽 음악에 탄탄한 기반과 음악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해서 2집을 준비할 때 부탁하게 되었습니다.




Q. 앨범을 작업하는 과정에서 각각 어떤 부분을 분담하셨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 핀 피오르 : 작곡은 다 제가 했고, 편곡의 60% 정도도 일단 제가 해놨었어요. 그 후에 킥 패턴이라든가 베이스 패턴이 말이 안 된다, 댄서블하지 않다, 이 부분은 좀 다시 생각했으면 좋겠다 했던 것들을 기나이직 형한테 맡겨놨었어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이만큼 하고 나머지는 기나이직이 했습니다” 라고 딱 정할 수는 없는 게, 그렇게 쳐내는 와중에 “아예 갈아엎는 게 낫겠는데” 해서 통째로 갈아엎은 곡들이나, “이건 그냥 이대로 내도 되겠는데” 해서 조금만 손댄 곡들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곡마다 다릅니다.


- 기나이직 : 크레딧을 보면 작곡에는 제 이름이 안 올라와 있어요. 작곡은 전부 다 이 친구가 했거든요. 기본 골자를 다 깔아놓고 저한테 보낸 후에, 곡에서 쳐낼 만큼 쳐내고, 디테일을 손보면서 그 결과물에 대해 같이 회의하는 식으로 진행을 했고요. 일주일에 한두 번씩 만나서 작업했는데, ‘Get Used to It’이나 ‘I Realized’처럼 정말 세 달 정도 붙잡아 가지고 작업한 곡도 있었어요. 반면에 ‘XGF’ 같은 곡은 듣자마자 내가 건드릴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두세 번 정도 만지고 그냥 끝낸 곡도 있고요. 그런 식으로 좀 편차가 있었던 것 같아요. 일종의 대중음악 산업에서의 프로듀서 느낌으로 접근한 것 같아요. 그리고 믹싱, 마스터링까지.


Q. 저희가 아는 해외 프로듀서 같은 역할이네요. 작곡은 밴드들이 하고, 거기에 조금 방향을 잡아주는.


- 기나이직 : 소음발광 같은 경우도 2집이랑 3집이 각각 프로듀서가 다르잖아요. 2집은 세이수미의 김병규 님이었고, 3집은 쾅프로그램의 최태현 님한테 맡겼어요. 그런 느낌으로 제가 역할을 맡은 것 같아요.


Q. 사실 외국에서는 프로듀서가 되게 흔한 구성이잖아요. 요즘에야 한국 힙합에서는 Executive Producer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장르 음악 씬에서도 그런 게 정말 필요하고 많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었어요.


- 핀 피오르 : 특히 ‘Art Fair’에서 도움을 가장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이 곡은 처음에 리듬 섹션 파트밖에 없었는데, 레퍼런스로 앨범을 추천받기도 하고, 보컬도 엄청 갈아치우고 하며 만들어진 게 지금 버전이거든요.


Q. 앨범 소개글에 미국에서 보신 드랙쇼가 이번 앨범에 영감을 줬다고 쓰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영감을 받게 되셨나요?


- 핀 피오르 : 학교 다닐 때 언어 교환 프로그램으로 미국에 간 적이 있는데, 아마 마지막 날이었을 거예요. 거기서 사귄 친구가 “이런 클럽이 있다. 가봐라” 라고 추천해줬는데 그때 마침 Beyonce의 [RENAISSANCE] 앨범에 엄청 꽂혀 있었거든요. 그래서 “미국의 클럽도 한번 가봐야지” 하면서 딱 가봤더니, 거기가 드랙쇼도 같이 하는 클럽이었던 거예요.


아직도 기억나는 게, 바비 인형 복장을 하신 분이 와서 엄청 자신 있게 포즈를 취하고 계시고, 거기 있는 사람들이 전부 엄청 응원해 주고 있었어요. 공연 끝나고도 또 춤사위가 벌어져서 저도 흥에 겨워 막 춤을 췄는데 “잘한다”하면서 응원해 주시고. 그런 경험에서 공동체성, 혹은 변신과 같은 이미지들이 뇌에 딱 박혔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내가 원하던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공간에 대한 음악을 만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집에 돌아오자마자 쓴 곡이 ‘Art Fair’랑 ‘As You Wished’였고요. 사실 그전부터 곡을 만들고 있긴 했는데, 그 곡들이 쓰이고 나서 앨범으로 같이 묶이게 되었던 것 같아요.


- 기나이직 : 서사가 진짜 완성이 된다. 저는 ‘As You Wished’부터 ‘Art Fair’, 그리고 ‘Get Used to It’ 그 3연타가 앨범에서 정말 핵심이 되는 노래라고 생각하거든요.




Q. 이번 앨범은 전작보다 일렉트로닉 요소와 레이지, 디지코어와 같은 힙합적 사운드, 댄서블한 리듬의 비중이 높아진 게 느껴집니다. 이런 장르들을 섞으며 표현하고 싶으셨던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혼합을 도전해보고 싶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핀 피오르 :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배경이 클럽인 음악이기 때문에 당연히 넣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리고 애플 뮤직이 10주년이라고 제가 많이 들은 음악들을 플레이리스트로 만들어줬는데, 거기에 프록을 제외하면 락 음악이 거의 없는 거예요. 심지어 클래식이 좀 더 위에 있었을 정도거든요. 또 요즘 신촌 베이비돌에서 친구들이 공연을 많이 해서 자주 가게 되는데, 거기서 느끼는 흥분도보다 기나이직 형 같은 사람들의 공연을 보면서 느끼는 흥분도가 더 높은 거예요. 그래서 “뭐지? 난 분명 기타 치면서 음악 하는 사람인데?”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거든요. 알고 보니까 이쪽에 좀 더 친숙했던 게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섞었다기 보다는 제가 끌리는 음악을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Q. 그러면 과거와 비교했을 때 “취향이 바뀌었다”라고 보는 게 맞을까요? 아니면 “모르던 취향을 찾았다”라고 보는 게 맞을까요?


- 핀 피오르 : 교황청에서 즐겨 쓰는 표현이 있는데, “이것은 성경 구절의 ‘재해석’이 아니라 ‘재확인’이다” 라는 표현이 있거든요. 옛날에 좋아했던 트랙들도 지금 보면 전자음악적인 요소가 있는 곡들이 확실히 많았던 것 같아요.


Q. ‘재확인’이 맞는 것 같네요.


- 기나이직 : 깨닫게 된 것 같네. 나의 자취들을 보다가, “난 사실 전부터 이 끌림이 있었구나” 라는 걸 재확인하게 된.


Q. 뭔가 더 ‘나다운’ 음악을 하게 되신 게 아닐까요?


- 핀 피오르 : 그렇죠. 그래서 저번에 Underworld의 ‘Born Slippy’라는 트랙을 기나이직 형이 들려줬을 때, 바로 “왜 이걸 지금껏 안 듣고 있었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니까 항상 환경이랑 개인 취향이랑 따로 가는 느낌이 있었던 거죠. 이제 형이랑 알게 되면서 맞추게 된 거고.


- 기나이직 : 근데 너 예전에 Land Shut으로 활동할 때도 이미 신스 같은 것들 많이 쓰려고 하지 않았어? Dream Theater 좋아하는 이유도 신스 솔로 같은 것들을 좋아해서 그랬을 거고.


- 핀 피오르 : 생각해보면 Dream Theater의 음악에 드럼이 컴프레서가 굉장히 잘 되어 있어서, 어떤 사람들한테는 일렉트로니카 드럼 같다고 욕 먹고 그랬거든요. 그런 걸 생각하면 이미 싹수가 노랬다는 거 아닐까?


Q. 다음은 믹싱과 관련된 질문입니다. 믹싱이 전체적으로 이미지가 좁고 악기 간의 경계가 희미해 “디지털 풍화된 사진”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요. 이런 느낌을 의도적으로 주신 게 맞는지, 그리고 의도가 있었다면 어떤 이유에서인지 궁금합니다.


- 기나이직 : “디지털 풍화된 사진 같다”는 말이 멋있네요. 사실 의도한 거 하나도 없죠. 그냥 믹스를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 같아요. 근데 그런 건 있어요. 사실 저도 그렇고 핀 피오르도 그렇고 욕심이 좀 많아서, 들려주고 싶은 디테일들이 되게 많았거든요. 그래서 예를 들어 어떤 컵을 채운다고 가정했을 때 이걸 큼직큼직하게 잘라서 공간을 적당히 채워놓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있는 내용물을 우그러뜨려서라도 그 공간을 빡빡하게 다 차 있게 만들고 싶은 경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그 안에 들어 있는 내용물의 원래 형태가 우그러져 있으니까 풍화된 것 같은 이미지를 준 것 같네요.


Q. 장르 상관없이 맥시멀한 걸 많이 좋아하시는 편인가요?


- 기나이직 : 되게 좋아해요. 사실 미니멀하고 비어 있는 것들에 대한 동경도 있고, 그런 사운드를 잘 트는 DJ들에 대한 선호도 분명히 있지만, 어쨌든 제 안에 있는 건 맥시멀리즘, 꽉 차 있는 사운드인 것 같아요. 아마 이 친구도 마찬가지일 것 같네요.


Q. 슈게이즈의 희미한 보컬적 질감을 유지하면서도 댄서블함을 녹여낸 것도 특이하다고 느꼈습니다. 댄서블한 일렉트로닉 음악이라고 하면 보통 보컬이 아예 없거나 아예 앞으로 튀어나와 있다고 느끼는 편이라, 어찌 보면 슈게이즈와 댄서블함의 결합이 이질적이면서도 신기하게 느껴졌었거든요. 이러한 사운드 디자인은 어떻게 시작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 핀 피오르 : 사실 그냥 제가 노래에 자신이 없어서 그래요. 만약 보컬이 뒤로 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셨다면 그런 영향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 기나이직 : 물론 나는 너의 보컬을 좋아하지만, 사실 이번 앨범에서 굳이 보컬을 그렇게 확 튀어나오게 해야 되나 싶었던 것들이 있었어.


- 핀 피오르 : 탑라인 말고도 보여줄 게 많이 있었고.


- 기나이직 : 저는 약간 노이즈 팝 같은, Sweet Trip 같은 스타일을 많이 생각했었어요. 거기도 보컬이 크게 나와 있지 않잖아요. 그러면서도 되게 팝스럽고, 쟁글쟁글하고, 신나는 느낌.


Q. 지금까지 많이 말씀해주시긴 하셨지만, 앨범 작업 과정에서 레퍼런스로 참고하셨던 아티스트나 앨범이 있는지 궁금해요.


- 핀 피오르 : 일단 형이 소개해 주셔서 Underworld 음악을 많이 들었었고, 한참 Playboi Carti도 엄청 좋아해서 많이 들었었어요. Beyonce도 방금 언급했었고, 가장 큰 건 그 3개인 것 같아요. 그리고 1번, 5번 트랙에는 당연히 My Bloody Valentine 음악도 기본적으로 영향이 있다고 봐야죠.




Q. ‘Alice / Sound of Sorrow’와 ‘Get Used to it’은 디테일이 다르긴 하지만 처음에 같은 샘플로 시작을 하는데요. 어떤 의도가 숨어있는지 궁금합니다.


- 핀 피오르 : 이 앨범이 세 파트로 나눠지는데, 말씀해주신 그 두 곡이 각 파트의 마지막 곡들이거든요. 그런 점에서 서사적으로도 같은 위치에 있다 보니까 공통점을 넣으면 재밌겠다 싶어서 넣은 거예요. 그리고 그 샘플 자체는 아시안 글로우 3집 첫곡에서 나왔던 멜로디를 따라 친 것입니다.


- 기나이직 : 근데 재미있는 건 한 번 더 나와요. ‘Red Rain’에 피치 올려가지고 한 번 더 나오거든요. 그러니까 사실 따지자면 세 파트의 마지막 곡마다 그 멜로디가 나오는 것이겠네요.


Q. ‘333333’은 The Beatles의 ‘Tomorrow Never Knows’가 연상되는, 사이키델릭한 백마스킹 사운드가 인상 깊었습니다. 이 곡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궁금해요.


- 핀 피오르 : 확실히 The Beatles의 영향을 받은 게 맞아요. 또, 샘플도 사이키델릭에서 자주 쓰는 샘플이기도 해요. 이 트랙에는 또 다른 비하인드가 있는데, 1번 트랙을 작업하면서 남았던 재미있는 비트가 있었는데, “이걸 다시 쓰면 재미있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 쓰기도 했어요. 파란노을이 듣고 “나랑은 안 어울리는 비트” 라고 했던 비트였는데 왠지 모르게 심술이 나서 제가 꼭 써보고 싶었거든요. 공교롭게도 마침 기나이직 형이 그런 비트를 잘 쓰는 사람이라 도움을 많이 받았죠.


- 기나이직 : 제가 동남아시아, 라틴, 아프리카 쪽 클럽 음악들을 너무 좋아하거든요. 그 비트 자체가 일종의 아프로비츠같은 느낌이 있고요. 좋아하니까 열심히 했죠.


Q. 11개의 트랙 중에서 ‘As You Wished’를 타이틀곡으로 정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 핀 피오르 : 싱글은 가장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곡이 사람들이 듣기에는 가장 접근성이 좋다고 생각해서 골랐어요. 정말 좋은 계기로 뮤직비디오도 곧 찍게 됩니다.


Fin Fior - As You Wished


Q. 한글 없이 온통 영어로 쓰인 가사도 전작 [겁이나]와의 큰 차이점으로 느껴집니다. 어떤 의도로 그렇게 쓰신 건지 여쭤봐도 될까요?


- 핀 피오르 : 사실 [겁이나]가 이상했던 거죠. 원래 저는 가사를 다 영어로 썼었는데, 1집 작업할 때는 파란노을을 보고 역시 한국적인 걸 내세우는 게 맞나 싶어서 한글로 썼던 거예요. 이 앨범은 미국에서 본 드랙쇼가 계기가 되기도 했고, 탑라인을 짜면서 흥얼거렸던 음운이 영어로 나오다 보니까 그냥 영어로 하는 게 낫겠다 싶었어요.


Q. 앨범에 서사가 있다고 하셨는데, 제목에도 특별한 의미나 서사가 있었을까요?


- 핀 피오르 : 사실 제목 대부분에는 큰 의미가 없고요. 굳이 따지자면 ‘I’로 시작하는 제목의 트랙이 세 개 있거든요. ‘I Surrender’, ‘I Realized’, ‘I Feel Ugly’가 이 앨범에서 상징성이 크다고 생각해요. 또 방금 말씀드렸던, 앨범이 세 파트로 나눠진다는 것을 아시면 감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기나이직 : 제가 느끼기에는 이 앨범의 언어적인 서사를 보고 싶으시다면 가사를 보시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저는 핀 피오르가 아까 말했던 그 세 곡 정도가 제목과 가사 사이에 맥락과 서사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작업하면서 가사를 제대로 안 챙겨봤었는데, 나중에 가사 쓴 거 보고 충격 받았어요. 어떤 곡들은 되게 막 처절하다 싶은 것들이 있어요. 나중에 한 번 보시면 진짜 좋을 것 같아요.


Q. 앨범 커버도 매우 화려하게 느껴집니다. [겁이나]의 앨범 커버랑도 색이 크게 대비되기도 하죠. 혹시 앨범 커버에도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 핀 피오르 : 처음에는 무조건 빨간 걸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첫 트랙, 첫 소리부터 ‘빨간색’이 떠올랐거든요. 트위터를 통해 이미지를 막 찾던 도중에 ‘June Strings’ 님의 그림을 보게 됐어요. 집에 실을 설치해서 모빌처럼 해놓은 그림이었는데, 이게 주술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자해 같은 느낌도 들고, 또 “요정 같은 걸 잡는 덫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엄청 복합적인 감정을 들게 하는 거예요. 그래서 바로 이분에게 연락 드리게 됐어요. 옆에 검은 사이드에 빨간 색이 비어져 나온 것은 Prince의 [Purple Rain] 앨범 커버를 레퍼런스 했습니다.


KakaoTalk_20250811_235700968.jpg 앨범 커버에 영감을 준 'June Strings'의 작품 / 출처 : June Strings X


Q. [Flock]을 들으면서 ‘해방’이라는 단어가 많이 떠오르게 되더라고요. 두 분께서 평소에 좀 해방되고 싶거나 자유롭고 싶었던 순간이 있을까요?


- 핀 피오르 : 인상 깊은 캐릭터가 있었어요. 디바인이라고, ‘핑크 플라밍고’라는 영화에서 등장하는 캐릭터인데, 캐릭터가 퀴어적이기도 하고, 위반적이기도 해요, 그 영화 내용이 혐오스러운 사람으로 선출되기 위한 사투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영화를 보지 않아가지고 잘 모르지만. 그런 방식으로 자유롭게 자기를 표현하는 것들에 대한 열망이 있다 보니 해방이 자연스럽게 녹아 든 게 아닌가 싶어요. 해방을 의도하고 쓴 건 아니에요. 동경하는 것들에서 해방감을 느끼다 보니 그런 건가 싶네요.


Q. 이번 앨범은 일렉트릭 사운드의 비중이 크다 보니까 공연을 하게 되면 퍼포먼스도 중요할 것 같아요. 혹시 기획해 보고 싶은 퍼포먼스가 있을까요?


- 핀 피오르 : 신도시 라이브에서 한 번 했었어요. ‘Art Fair’ 마지막 부분에 패션 모델들이 파워 워킹 하는 것처럼 퍼포먼스를 했었거든요. 일종의 드랙쇼 같은 거죠.


- 기나이직 : 실제로 드랙을 한 건 아니었고요. 공연하다가 중간에 갑자기 기타 벗어 던지고 관객석으로 파워 워킹 하면서 막 걸어가더라고요.


- 핀 피오르 : 그런 드랙쇼 같은 것을 많이 하고 싶은데, 제가 화장도 잘 할 줄 모르거든요. 8월 말에 공연을 하는데 그때도 뭔가 준비한 게 있지 않을까요…? 비밀입니다.


Q. 인터뷰로 공개해도 되는 것인가요?


- 기나이직 : 올라갈 때 쯤이면 홍보하고 있지 않을까요? 8월 29일 금요일에 무대륙에서 공연을 하거든요. 그 공연이 앨범을 내고 나서의 첫 공연이라서 핀 피오르가 뭔가 준비한 게 있나 봅니다.


- 핀 피오르 : 춤 연습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KakaoTalk_20250815_204109565.jpg 곧 다가오는 그의 공연,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출처 : @mudaeruk 인스타그램




Q. 두 분은 어떤 계기로 음악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 기나이직 : 저는 클래식 작곡을 전공했어요. 지금은 1년에 클래식 한 곡 들을까 말까이긴 하지만요. 일렉트로닉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앞서 말했듯 deadmau5나 Aphex Twin 같은 음악을 갑자기 듣게 되고, 친구들끼리 믹스 셋도 만들어 보고, 이상한 이름도 한번 만들다 보니 이렇게 됐네요. 원래 예전부터 게임 음악 같은 사운드를 좋아하기도 했고, 그때가 막 한국의 EDM 황금기가 시작되던 시기이기도 했어요. 현대카드에서 Zedd 내한하던 그 시기.


- 핀 피오르 : 아버지가 Dream Theater나 80년대 메탈 같은 음악을 엄청 좋아하시는데, 여느 기타 키드가 그렇듯이 “내가 만든 리프가 더 좋은 것 같은데” 싶은 때가 있잖아요. 그래서 어느 날 뭔지도 모르고 마스터 키보드를 샀는데 소리가 안 나오는 거예요. 알고 보니 작곡 프로그램도 필요하고, 오디오 인터페이스가 필요하다 해서, 하나 하나 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음악을 하고 있게 됐어요. 고등학교 올라가서는 우울증 치료 목적으로 앨범 하나씩 내다가 그렇게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듣는 음악도 달라지면서 하는 음악도 달라지고.


Q. 핀 피오르 님은 음악적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은 것 같아요. 이렇게 다양한 장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핀 피오르 : Prince죠. 제가 피치포크 같은 평론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평론을 볼 때마다 “이 분야에 뭐를 결합시켰다” 같은 얘기가 엄청 많은 거예요. 그런 얘기들을 어디선가 계속 주워듣고 있다가, 때마침 Prince가 딱 꽂힌 게 아마 [겁이나] 때쯤이었을 거예요. 그전까지는 그냥 “[Purple Rain] 좋지” 정도였는데, 그 즈음에는 프린스는 단순히 가사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장르와 장르 간의 결합에서도 그런 섹시함이 느껴지더라고요. 그 창조적인 애티튜드가 굉장히 새롭고 멋있었어요. 이전에는 “이제 락으로는 더 이상 새로운 걸 할 수 없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Prince 애티튜드를 장착하고 나니까 새로운 가능성이 보이게 되더라고요. 그때부터 여러 음악을 섞게 된 것 같습니다. 나아가 앞서 말했던, 내가 원래 좋아했던 것에 대한 재확인을 좇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게 되는 것 같아요. 락을 정말로 좋아했으면 그러지 않았을 것 같아요.


Q. 핀 피오르 님이 활동하고 있는 밴드 우륵과 풍각쟁이들은 국악 기반의 프리 재즈 밴드잖아요. 합류 계기가 어떻게 될까요?


- 핀 피오르 : 제가 파란노을과 함께 공연했을 때 트럼펫을 불었잖아요. 잘 들어보면 굉장히 막 불어요. 트럼펫은 모니터링이 안되면 음정을 찾을 수가 없는데, 그 날 이어폰이 고장 나서 모니터링이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막 불었는데 그날 관객으로 있던 우륵과 풍각쟁이들 멤버 한 명이 “프리 재즈를 잘한다”하며 함께 하자 해줘서 들어가게 됐어요. 물론 국악 쪽을 배우고 싶기도 해서 제가 먼저 다가간 것도 있긴 합니다. 대학교 때도 재즈 하나도 모르지만 배우고 싶어 재즈 동아리에 들어가서 활동하고 그랬었거든요.


- 기나이직 : 그러면 원래 의도가 그런 게 아니었어?


- 핀 피오르 : 원래는 라인도 짜서 하려 했지.


- 기나이직 : 나는 그냥 프리 재즈로 달리려고 준비한 줄 알았어.


- 핀 피오르 : 전혀 아닙니다.


- 기나이직 : 혹시 ‘디지털 던’ 공연 가보신 분 있으세요? 마지막에 파란노을이 연주하다가 키보드를 떨어뜨려서 노이즈가 엄청 세게 났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슈게이즈처럼 소리가 나길래, 저도 그렇고 거기 있던 관객들도 그렇고 다 의도한 줄 알고 감탄만 했었어요. 알고 보니까 그냥 실수였다는 거에요. 파란노을이랑 똑같은 걸 하고 있었네… 락스타야, 그냥.


Q. 그렇게 세션으로는 트럼페터로 활동하고 계시지만, 앨범에서는 트럼펫이 아예 개입할 공간이 느껴지지 않아요. 의도적으로 세션으로서의 핀 피오르와 아티스트로서의 핀 피오르를 분리하려는 시도인 걸까요?


- 핀 피오르 : 작곡에 포함하려면은 그 악기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트럼펫은 아직 그렇게까지 잘 불지는 못하는 거 같아요. 우륵에서도 “트럼펫 말고 기타 치면 안 될까?” 했던 적도 있고, 트럼펫은 아직 친해지기는 먼 악기인 것 같습니다.


- 기나이직 : 사실 이번 앨범에서 트럼펫을 불긴 했어요. ‘Get Used To It’ 같은 트랙 들어보시면 나오긴 합니다. 패드처럼 들어가 있어서 티가 많이 안 날 뿐이죠.


Q. 기존에 해오시던 Land Shut에서 명의와 장르를 바꿔서 활동하고 계시는데, 그 이유도 궁금합니다.


- 핀 피오르 : 그땐 프록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것 같아요. 프록을 좋아하니까, 21세기 형으로 바꿔서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는데, Prince를 듣고 나서 “프록을 굳이 하지 않아도 새로운 음악을 할 수 있네”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렇게 이 명의를 마무리하고 새 이름으로 출발하게 됐습니다.


Q. 음악적 방향성이 바뀌는 순간이어서 이름도 바뀌었군요.


- 핀 피오르 : 네. 애티튜드를 바꾸는 느낌이었어요. 그래도 프록은 항상 남아 있을 것 같아요. 제 손버릇처럼. 제가 아무리 Playboi Carti의 영향을 받아도 그건 남아있어요. 그런 말 있잖아요. 음악 취향은 두뇌 발달 같아서 어느 시점에 딱 정해지고 그 이후에는 바뀌지 않는다는 말. 그런 것처럼 자연스럽게 나올 거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 기나이직 : 혹시 Land shut을 다시 하고 싶어질 생각은 없을까요?


Q. 안 그래도 그 질문을 드리려고 했습니다.


- 핀 피오르 : 그렇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제가 명의 쪼개기를 굉장히 싫어하거든요. 디스는 아니고. (웃음) (기나이직을 가리키며) 여기도 명의 많은데.


- 기나이직 : 나 두 개밖에 없어.


- 핀 피오르 : 오케이. 그럼 두 번만 때릴게.


- 기나이직 : 아시안 글로우도 많잖아요. 아시안 글로우는 몇 대 때릴 거야? 명의 개수만큼?


Q. 이건 살리도록 하겠습니다.


- 핀 피오르 : 디스가 아니라 제 테이스트가 아니라는 것… 아시안 글로우는 제가 디지털 던에서 가장 존경하는 아티스트입니다.


Q. 핀 피오르 님은 올해 1월에 아시안 글로우와 Oir 라는 밴드도 결성하셨었어요. 일회성 프로젝트일까요? 아니면 또 다른 음반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 핀 피오르 : 다들 바빠서 잘 모르겠습니다. 그날 녹음도 “그냥 해볼래?” 정도였어요. 하면 하겠지만, 다들 한 음악 하시는 분들이어서 일정상 뭉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 때 아시안 글로우가 Rock in Opposition이라는 장르를 꼭 하고 싶어 우리를 모았듯이, 누구 한 명이 “이 음악을 꼭 해야 돼”라고 하면 하겠죠.


Q. 서로에게 각자는 어떤 음악인이고, 동료일까요?


- 기나이직 : 저는 이제 1년 동안 지지고 볶고 했잖아요. 그래서 그냥 이 청년이 너무 아름다운 것 같아요. 아름다운 청년. 본인은 자랑 못하는 것 같은데, 저는 핀 피오르가 안에 쌓인 것을 [Flock]에 얼마나 담고 싶었는지가 보이고, [겁이나]는 또 1집에서만 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는 것이 보이는 편이니까, 그런 면에서 아름답다라는 표현을 쓰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죽이 정말 잘 맞아요. 작업하면서 1시간 동안 유튜브 밈 보고서 떠들 수 있다는 게 저는 너무 꿈만 같고, 이런 말괄량이 같은 사람이랑 작업하는 게 너무 좋습니다.


- 핀 피오르 : 이렇게 잘 말하면 어떡해. (웃음) 저는 그냥 선생님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무리 둘러봐도 음악이 너무 최첨단이라서. 저번에 케이크샵에서 라이브 하는 것도 봤는데 제 생각에는 이만큼의 총체성을 가진 사람이 없어요. 퍼포먼스도 정말 뛰어나고, 음악만 떼서 봐도 확실한 알맹이가 있어요. 마케팅으로 봐도 알맹이가 있고요. 각 영역에 소신이 하나씩 있거든요. 더 소름 돋는 건 그걸 다 합쳐서 종합적으로 다 봤을 때도 그만큼의 총체성이 느껴지는 사람은 제 생각에는 한국에는 없습니다. 항상 기나이직 형처럼만 하면은 음악 인생을 오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여기만 따라가야지” 하는 느낌. 든든해요.


- 기나이직 : 저도 어떤 프로듀싱을 해주고 받고 하는 단계가 처음이었잖아요. 댄스나 일렉트로닉 쪽으로는 잘 알긴 하지만, 어쨌든 핀 피오르는 근본적으로 락을 하던 사람이다 보니까, 그런 면에서 제가 잘 살려줄 수 있을지 걱정을 되게 많이 했었는데, 본인이 판단을 해서 살려야 될 때는 끝까지 우직하게 밀고 나가더라고요. 그렇게 줏대 있게 끌고 나가주는 점이 멋있었어요. 저는 좀 갈대 같은 사람이라서요.




Q. 다음 앨범에 대한 계획이 궁금합니다. 시도하고 싶은 장르나 소재가 있을까요?


- 핀 피오르 : [Flock]은 아직 이음매가 보여요. “락이랑 일렉이랑 섞었네” 라거나 “이건 여기서 따왔네” 같은 게 너무 보여가지고. 퓨전도 안 좋은 퓨전이 있고 좋은 퓨전이 있는데, 그냥 냅다 얹은 게 안 좋은 퓨전이잖아요. ‘Art Fair’는 그나마 나은 것 같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직 마음에 안 드는데, 사운드를 덜어냄으로써 그 이음매를 줄이는 시도를 해볼까 해요. 지금 굉장히 만족스러운 트랙이 하나 나와서, 그 트랙으로 디벨롭하면 앨범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Q. 기나이직 님은요?


- 기나이직 : 저는 앨범을 준비하고 있어요. 아마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전부 짬뽕돼있을 거예요. 하드코어나 빠른 사운드, 노이즈와 텍스쳐, 근데 이제 거기에 트랜스나 라틴, 아프리카스러운 사운드들도 들어가 있고요.


Q. 최근에 싱글도 내셨잖아요. 그 싱글의 연장선이라고 봐도 될까요?


- 기나이직 : 그렇죠. 사실 그것도 제가 좋아하는 동아프리카의 장르를 많이 수용한 곡이에요. 거기서 더 멜로딕해질 것 같아요.


Q. 팬분들에게 마지막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 기나이직 : 이 사람 앨범 많이 들어주세요. 제 앨범은 조만간 많이 듣게 되실 테니까요. 그때까지 [Flock] 많이 들어주십시오.


- 핀 피오르 : 기나이직 공연은 꼭 보셔야 합니다. 인문학적 가치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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