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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5년 10월 1주)

브라운 아이드 소울, 시온, 효린, Doja Cat 외

by 고멘트

"안정적 선택, 단순해도 맛은 보장"


1. 브라운 아이드 소울 – [Soul Tricy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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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리 : 3인 체제로의 재편과 함께 10년 만에 발매하는 정규 앨범이다. R&B의 정통 소울 사운드를 깊이 있게 담아내며, 세 명의 보컬 하모니와 절제된 편곡으로 그룹의 강점을 명확히 드러낸다. 타이틀곡 ‘우리들의 순간’은 90년대 컨템포러리 R&B 곡으로, 단단히 눌러 담은 드럼과 따뜻한 감성의 건반 사운드 아래 보컬이 촘촘히 쌓인다. 첫 음부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사운드 질감과 정갈한 발라드 편곡이 돋보이며, 밀도 있는 감정선으로 대중들이 기대했던 음악을 재현해 낸다. 70년대 필리 소울에 발라드 감성을 더한 ‘흐르는 밤의 도시’에서는 섬세한 피아노와 드럼 사운드 위에 팔세토를 통해 선보이는 리드 보컬의 호소력과 백보컬의 화성을 교차하며 완성도 높은 보컬 플레이를 보여준다.


다만 앨범 전체를 놓고 보면 아쉬운 지점도 있다. 발라드에 최적화된 보컬 스타일이 큰 변주 없이 이어져 비슷한 드럼 질감이 반복되고, ‘그대의 밤, 나의 아침’이나 ‘매일 너를’ 등에 등장하는 후렴구의 3부 화음 패턴 구성도 거의 동일해 트랙 간 차별성이 약하다. 보컬 역량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프로덕션도 아쉽다. 예를 들어, 서던 소울의 정서를 담은 ‘러브 스캣’에서 드럼의 톤과 베이스 질감에 변화가 없어 다이내믹함이 떨어지고, 스캣 창법을 통해 선보이는 멜로디와 리듬도 완급조절 거의 없이 단조롭게 전개된다. 하모니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사운드 레이어는 최소화되고, 악기 편성이 거의 고정되는 구조 자체는 피할 수 없다. 그렇기에 목소리의 질감과 보컬들의 섬세한 강약을 살리는 작업이 중요한데, 이번 앨범에서는 믹싱이 다소 플랫하게 처리되어 리드미컬한 느낌이 제대로 살아나지 못한 것 같다.


대부분 미드템포 기반의 곡들에, 앨범 전반에 깔려있는 서정적인 무드, 인트로와 연주곡을 배치하는 구성까지, 새로운 요소들은 찾기 어렵다. 통일성과 유기성이라는 특징으로 묶을 수도 있지만, 일관된 구조가 뻔하게 다가올 수 있는 여지도 분명하다. 그렇지만 20년 넘게 정통 R&B로 자리 잡은 그룹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방향성에 자연스럽게 수긍하게 된다. 큰 변화를 꾀하기보다는,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음악으로 승부를 보는 선택이다.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음악을 통해 듣고 싶은 한국 발라드 감성과 호소력 있는 보컬을 정확히 내세우며 자신들의 존재감을 다시 강력하게 각인시켰다. 무엇보다 댄서블하고 맥시멈한 구성이 주류를 이루는 현재의 음악 시장에서, 긴 러닝타임과 음악의 깊이에 집중하는 선택은 강한 대비를 이룬다. 완벽하진 않지만, 기다림 속에 담긴 기대감을 충분히 만족시킨 복귀작이다.





"하이퍼팝 선언문"


2. 시온 - [eigensi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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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애플 : 해외 씬에서는 하이퍼팝이 주류가 된 지도 오래, 새롭게 참전한 아티스트가 있다. 시온은 '무난한' R&B 음악을 다뤄온 아티스트다. [Love]에서는 드럼과 베이스가 중심이 되는 구성에 세련된 보컬을 녹여내는 구성을 택했고 소프트한 팝도 담아내곤 했다. 2집 [Live] 역시 그루비한 알앤비 팝을 담았다. [Sociavoidance]에서는 인트로 트랙과 ‘avoid!’를 통해 글리치 사운드를 도입하기 시작하긴 했지만, 역시 알앤비 앨범이다. 이 앨범들로 시온이 본인만의 무기를 가졌다고 말하기엔 미지수였다. R&B 씬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사운드 공식에 머무르며 차별점을 드러내지 못했기 때문. 그렇게 등장한 [eigensinn]은 하이퍼팝과 디지코어를 담아내며 본인의 커리어적 판도를 뒤집으려 한다.


‘eigensinn’과 타이틀 ‘celeste’, 그 두 트랙을 들으면 전체가 듣고 싶을 것이다. ‘eigensinn’은 앨범 전체의 사운드스케이프를 그리는 그야말로 ‘인트로’ 트랙이다. 마리오 카트 속 결승선 직전을 연상시키는 글리치 사운드를 중심으로 짧고 굵게 펼쳐진다. ‘celeste’는 다소 가볍게 시작하지만, 곧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는 맥시멀함을 따라가는 맛이 있는 트랙이다. Jane Remover의 ‘Dancing with your eyes closed’와 ‘misplace’에서 장르적 영향을 느낄 수 있다. 전자에서는 사운드적인 향기를, 후자에서는 ‘emo’한 가사가 그렇다. 2hollis의 ‘posterboy’ 역시 [eigensinn]의 레퍼런스로 짐작한다. ‘celeste’에서 느껴지는 찢어지는 보컬과 고조되는 에너지 자체를 닮아 있다. 이렇듯 두 트랙만으로도 앨범의 전자적 질감과 과잉의 사운드를 명확히 느낄 수 있다.


정리하자면, [eigensinn]은 전작의 흐름을 벗어나 하이퍼팝과 디지코어의 주류로 편입을 노리는 새로 태어난 작품이다. 그렇다면 그 결정의 이유는 무엇인가? 시온은 최근 인터뷰에서 데뷔 초의 앨범을 두고 '방향성을 찾지 못했던 시기의 작품'이라 언급하기도 했는데, 이후 하이퍼팝을 감상하며 '내가 하고픈 건 이것'이라는 깨달음이 있었다고. 앞서 언급한 '본인만의 무기'를 찾기 시작한 셈. 특색 없이 무난하게 듣기 좋았던 R&B에서 온 신경을 건드리는 디지코어로의 포지셔닝 전환은 그의 음악적 커리어 중 한 손에 꼽을 결정이 되지 않을까 감히 추측한다. 이제서야 [eigensinn]로 그 여정에 깃발을 하나 꽂아 내렸다. 다가올 연말 하이퍼팝 뮤지션들과의 협업도 예고된 만큼, 앞으로도 하이퍼팝과 디지코어 장르에 머무르며 커리어를 수직적으로 깊이 확장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eigensinn]은 앞으로 시온이 행할 자의식(eigensinn)적인 실험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경고는 날카로웠지만, 음악은 날카롭지 못했다"


3. 효린 - ‘SHOT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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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휘 : 솔로 활동으로도 어언 7년, 효린은 자신을 둘러싼 각종 가십과 이미지에 'Shotty'(미 속어로 "주도권을 주장한다"의 뉘앙스를 지니고 있음)라는 단 한마디로 응수한다. 짧은 제목에는 "나는 충분히 매력적이니, 내 편이 아니라면 떠나라"는 단호한 메시지와 자신감이 응축돼 있다. 이는 곡 전체에 걸쳐 일관된 태도로 확장된다. "Cause I, I’m (not a story)"에서 스스로를 소비 대상이 아닌 주체로 선언하고, "You can lie, You can run, it’s a catfish"에서는 왜곡된 이야기를 단칼에 가한다. 무대 연출 또한 입에서 턱시도를 꺼내는 파격적인 퍼포먼스부터 블랙 슈트와 딥한 컬러감의 비주얼은 '단호함'과 '절제'라는 키워드로 연결된다.


메시지와 퍼포먼스, 비주얼은 정교하게 맞물려 곡의 인상을 단단히 만들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음악이 그만큼의 힘을 받지 못한 부분이 이번 앨범의 상당히 아쉬운 점이다. 몽환적인 신스와 더티한 질감의 베이스 리프가 반복되는 전반적인 사운드는 메시지에 지닌 단호함에 비해 텐션이 떨어진다. 또한 곡이 1절부터 아웃트로까지 큰 변주 없이 전개되면서 전체적인 흐름이 단조롭게 느껴지고, 스트리밍 환경에서는 단순한 이지리스닝으로 소비될 가능성이 높다. 효린의 가창력은 단지 이지리스닝으로 소비되기엔 아까운 자산이다.


무엇보다 효린의 코레오를 보면, 릴스나 쇼츠 등 짧은 영상 플랫폼에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퍼포먼스 중심의 전략에 무게가 실려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전작 ‘Wait’에서는 트월킹을 활용해 파격적인 무대를 선보였지만, 정작 그녀의 가장 큰 무기인 보컬은 평면적으로 흘러간다. ‘No thanks’에서도 랩핑이 등장하며 새로운 전개를 기대하게 만들지만, 이를 제외하면 보컬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고, 댄스 브레이크를 삽입한 점에서도 퍼포먼스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어쩌면 지금의 그녀는 자신의 무기를 절반만 드러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퍼포먼스와 보컬, 비주얼 그 어느 하나 놓칠 수 없는 아티스트인 만큼, 이 모든 역량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앨범이 탄생하길 바란다.





"가수 Doja Cat과 사람 Doja Cat 사이 그 어딘가"


4. Doja Cat - [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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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휘 : 전작 [Scarlet]은 삭발한 머리와 붉은 페인팅으로 악마적 이미지를 구현하며 거부감을 주었지만, 동시에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독보적인 행보로 평가받았다. 강렬한 디스토션의 808 베이스와 트랩비트를 적극 사용하고, 랩핑의 비중을 높여 팝 사운드와는 확연히 다른 질감을 보여주었다. 당시 Doja는 자신의 팝 음악(Hot Pink와 Planet Her)을 비난하며 팝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를 보였고, 팝 스타보다 래퍼로서 입지를 넓히고자 하는 의지가 보였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그녀는 자신의 삶 속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안정감을 추구하게 되고, 사랑을 보다 깊이 탐구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성장한 Doja는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세련된 팝으로 포장하여 우리에게 선물한다.


Doja는 Apple music 인터뷰에서 "늘 사랑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녀는 자신만의 80년대 스타일을 배경으로, 음악이라는 매개를 통해 사랑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All Mine’에서는 상대를 차지하려는 직설적인 태도를, ‘Lipstain’에서는 집착적 사랑을 은유한다. 전반부가 광적이고 재치 있는 사랑을 다뤘다면, ‘Acts of Service’와 ‘Make It up’에서는 헌신적인 사랑과 순수한 마음을, 마지막 트랙인 ‘Come Back’에선 관계에서 희망을 잃지만 교훈을 통해 성숙한 시선을 보여준다. 80년대 향기는 첫 트랙 ‘Cards’부터 짙게 드러난다. 화려한 색소폰 솔로를 시작으로, Doja와 함께 춤추듯 흐르는 베이스 리프가 곡의 중심을 단단히 잡는다. 중간마다 등장하는 Tr-808의 카우벨 소리는 작은 볼륨임에도 레트로 무드를 한껏 끌어올린다. ‘Stranger’는 팝 발라드로, 잔잔한 기타 리프와 그녀의 달콤한 목소리 조화는 왜 한동안 팝 음악을 부정했던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이다. 이 중심에 있는 팝의 거장 잭 안토노프(Jack Antonoff)는 팝 펑크, 디스코 등 여러 세부 팝 장르를 적극 사용했고, 브라스, 펑키한 베이스 그루브, 아날로그 신스 등 Prince와 Michael Jackson을 연상케 하는 요소들을 정교하게 결합했다. 이를 통해 이 트랙들은 약 50분 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80년대로 끌어들인다.


"이상함이야말로 살아있음을 증명한다"는 Doja의 이번 트랙 ‘Stranger’에서 가장 인상 깊게 남는 가사이다. 이 가사는 '이상함'을 단순히 괴짜스러움을 말하기보다 오히려 존재의 증거로 뜻하기에 특별하다. Doja는 그동안 주류-비주류, 팝-랩, 장난-진지함 사이를 끊임없이 넘나들며 스스로의 위치를 확장해 왔다. 팝에 적대적이던 그녀가 갑작스레 팝으로 가득 찬 앨범을 선보인 것도 그녀 특유의 '이상함'을 통해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낸 것이다. 그녀에게 '이상함'이란 기행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내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지금의 [VIE]를 탄생하게 만든 Doja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하는 문장이다.





"피로 쌓은 시간"


5. Wednesday – [Blee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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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애플 : [Bleeds]는 전작 [Rat Saw God]에 비해 훨씬 넓어진 감정의 스펙트럼을 보컬과 사운드로 전달하며 밴드의 성장 궤적을 선명히 보인다. 거칠게 쏟아내던 소음과 분노가 사라졌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그 감정의 표면을 더욱 대비적으로 표현한다. 노이즈록, 슈게이즈, 얼터너티브 컨트리의 경계선이 느슨하게 맞물리며 고향을 향한 향수를 그리기도 하고, 살해와 같은 높은 수위의 메시지를 폭발적으로 그리기도 한다. 핵심은 [Bleeds]가 이별과 고향을 중심으로 하여 격차가 큰 감정선을 보여준다는 것. 예로 ‘Elderberry Wine’가 들려주는 컨트리 기반의 따뜻한 질감은 이후 ‘Wasp’의 ‘말벌이 발을 쏘는 듯’한 날 선 보컬과 하드한 락 사운드를 통해 더욱 대비된다. 그 대비는 다음 트랙에선 어떤 감정을 어떤 무드로 풀어낼지 기대하게 만드는 장치 중 하나였다. 또한 감정적 대비 외에도, 전작과의 연결 포인트-가령 전작 속 트랙을 다시 호출하는 방식-는 이스터에그를 찾는 듯한 재미를 준다. 특히나 [Raw Saw God]의 ‘Bull Believer’가 오열한다는 감상을 주었다면, [Bleeds]의 ‘Wasp’는 더욱 절규한다. ‘Bull Believer’를 사랑하던 청자는 한층 더 하드해진 ‘Wasp’에서 발전된 기량으로 절규하는 하츠맨의 성장 궤적을 따라가는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Wednesday가 겪어온 시간의 흐름을, 감정선의 대비와 사운드적 매치로 풀어낸 지점을 찾아가는 것이 앨범을 가장 재밌게 들을 수 있는 지점이다. 또한 평단의 호평을 얻었던 [Rat Saw God] 이후 장르와 사운드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감정의 스펙트럼을 양극으로 확장해 나가며 밴드의 성숙한 기량을 보여준 것에 박수를 보낸다. 그 과정에서 더욱 발전된 앨범을 가지고 돌아왔다는 '시간의 흐름'이 자연스레 드러났다. 청자에게는 그 시간이 단순한 흐름이 아닌 '피 흘린 세월(Bleeds)'이라는 인상을 주는 동시에 치유로도 기능했다. 앨범 후반부의 ‘Carolina Murder Suicide’와 ‘Gary's II’를 통해 피 흘리는 순간과 스스로를 다독이는 순간을 함께 담고 있는데, 하츠맨과 기타리스트 렌더맨의 이별이 그 감정의 깊이를 한층 더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그럼에도 Wednesday는 우울에 치우치기보다 일상적이고 유쾌한 가사로 상처 위에 딱지를 앉히듯, 고통의 흔적을 봉합해 낸다. 이 다음, 이별 이후 고뇌하는 그들의 모습을 그려낸다면 이보다도 절규하고 강렬한 Wednesday를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높아진 완성도, 그러나 흐릿한 개성"


6. Zara Larsson – [Midnight 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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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리 : [Midnight Sun]은 전작 [Venus]에서 보여준 공식을 벗어나지 못했다. [Venus]가 레트로 신스팝과 EDM을 메인 장르로 설정하고, 중간에 잔잔한 발라드 감성으로 환기하는 구성을 취했는데, 이번 앨범도 큰 틀은 동일하다. 대신 유로댄스와 드럼앤베이스, 볼티모어 클럽 같은 사운드의 비중을 늘리며 스펙트럼을 넓혔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변화에 그칠 뿐, 라슨의 캐릭터를 보여주기에는 역부족이다. 리드 싱글로 발매됐던 ‘Pretty Ugly’는 신스와 피아노 사운드를 교차하고, 에너제틱한 보컬로 아티스트의 강렬함을 선보였다. 하지만 기존 00-10년대 여성 솔로 아티스트의 댄스 팝을 연상시킬 뿐, 그녀만의 개성을 담지 못했다. 거칠고 과감한 이미지를 강조했지만, 음악적으로 차별화되는 지점은 부재하다.


멜로디 라인이 전작보다 훨씬 캐치하게 다듬어진 점은 인상적이다. ‘Midnight Sun’에서 후렴구에 저지 클럽 리듬을 배치해 에너지를 끌어올리고, ‘Hot & Sexy’에서는 EDM의 볼륨감 있는 드롭으로 명확하게 중심을 잡는다. 하지만 이러한 개선만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전곡에 걸쳐 고음역대에서 화려하게 터지는 보컬이 일관되게 등장하고, 곡에 따라 톤을 조절하거나 감정선에 변화를 주는 정도가 크지 않아 결과적으로 각 트랙들의 개성이 획일화되는 느낌을 준다. 다양한 장르를 시도했음에도 아티스트의 표현력이 음악의 특색을 희미하게 만든 셈이다. 사운드 변주 속에서도 자신만의 캐릭터가 명확히 세워져야 하나, 이번 앨범은 그 기준점을 설정하지 못한 듯하다. [Midnight Sun]은 정교한 프로덕션에도 불구하고, 라슨의 음색과 정체성이 제대로 표현되지 못한 채 남아 있는 것이 이 앨범의 가장 큰 한계다.





※ '샐리', '태휘', '화인애플'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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