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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식한 놈들의 음악 트집잡기
(25년 10월 3주)

포스트이너서클, BABYMONSTER, 송소희, 언텔, Artemas 외

by 고멘트



"희망이 떠오르는 풍경의 스케치"


1. 포스트이너서클 (Post Inner Circle) – [인공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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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영 : '드림팝'이라고 하면 대체로 몽롱하고 정적인 사운드 속으로 잠식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곡들이 많다. 하지만 포스트이너서클(Post Inner Circle)이 표현하는 드림팝은 이와 반대로 점차 아래에서 위로 상승하는 기류를 갖고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올해 6월에 싱글 ‘천사’로 데뷔한 신예 밴드 포스트이너서클은 EP [인공태양]에서 슈게이즈와 앰비언트로 몽환적이고 따스한 느낌의 사운드를 구현하면서도, 역동적인 락 사운드와 밝고 서정적인 보컬로 드림팝을 보다 동적이고 희망적으로 표현해 낸다.


‘Mountain Dew’, ‘애틋’과 같이 밝고 경쾌한 락 사운드가 가미된 트랙은 맑고 깨끗한 보컬 음색과 어울리면서도, 초반부에서 앨범의 분위기를 기분 좋게 끌어올린다. 그런가 하면 그 사이에 존재하는 ‘내일꿈’은 어쿠스틱 기타 리프와 신디사이저 사운드의 미니멀한 구성에서 공중도둑의 프로젝트 중 하나인 그림자공동체의 영향이 짙게 묻어남과 동시에, 동이 터오는 순간의 고요함과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는 트랙이다. 타이틀곡이자 마지막 트랙 ‘Flashback’에서는 마침내 태양이 밝게 빛나듯, 활기찬 락 사운드와 슈게이즈의 공명을 후반부까지 이어가면서 희망적인 느낌으로 앨범을 마무리한다. 그들이 띄워 올린 인공 태양은 7개의 트랙을 거치는 동안 우울과 불안, 씁쓸한 과거의 기억으로 어두워진 마음을 서서히 밝히며,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대표적인 고전 레퍼런스인 My Bloody Valentine과 더불어 Hatchie와 같은 현대 해외 드림팝 기반 아티스트, Yuragi, Uchu Nekoko 등의 일본 포스트락, 슈게이즈 밴드의 흔적이 스쳐가면서도, 그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고유한 감성과 서사는 뚜렷하게 전달된다. 바깥에 있는 누구든 들어와서 함께 할 수 있는 경계를 지향하는 밴드 이름과 같이, 그들의 음악 또한 듣는 이들에게 '드림팝, 슈게이즈 밴드'라는 선명한 인상을 남기면서도 사운드와 멜로디를 쉽고 편안하게 들을 수 있도록 구성한 흔적이 긍정적으로 느껴지는 앨범이다. 이를 시작으로 본인이 만들고자 하는 음악의 정체성은 뚜렷하게 갖되,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통해 경계를 확장하는 밴드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정답을 너무 잘 아는 팀, 그래서 틀릴 용기가 없는 MONSTER."


2. BABYMONSTER - [WE GO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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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 : BABYMONSTER는 데뷔 이후 탄탄한 퍼포먼스와 안정적인 라이브 실력으로 "기술적으로 완성된 신인"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타이틀곡 ‘We Go Up’은 묵직한 베이스와 2000년대 서던 힙합을 연상시키는 투박한 드럼, 공격적인 록 기타 리프를 더한 YG 특유의 힙합 사운드를 통해 그룹의 장점을 극대화하며,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겠다는 선언처럼 들린다. 아사의 단단한 랩이 곡의 중심을 잡고, 아현과 루카의 보컬은 곡의 균형을 완성한다. 이처럼 곡을 구성하는 개별 사운드는 선명하고 인상적이지만, 각 요소가 유기적으로 섞여 시너지를 내기보다는 정교하게 조립된 부품처럼 각자의 기능에만 충실하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정교함이 동시에 그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다. 사운드는 처음부터 끝까지 빈틈없이 꽉 차 있지만, 그만큼 여유가 없다. 리듬의 결이 일정하게 이어지며 긴장감은 유지되지만, 숨을 고르거나 터지는 순간이 부족하다. 프리코러스에서 분위기를 끌어올리지만, 이후 전개가 비슷한 리듬 안에서 반복돼 새로움이 덜하다. 덕분에 곡은 안정적이고 완성도 높게 들리지만, 의외의 한 방이나 변화가 없어 예측 가능한 인상을 남긴다. BABYMONSTER의 음악은 이미 탄탄한 틀 안에서 완벽히 작동하고 있지만, 그만큼 모험보다는 안정적인 선택에 가까워 보인다. 잠재력을 증명한 아티스트에게 이제 필요한 건 정답처럼 정확한 한 곡이 아니라, 리스너에게 '이건 이 팀밖에 못 하겠다'는 아이덴티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번 EP는 그런 의미에서 다음 단계를 위한 여러 가능성을 탐색하는 실험처럼 보인다. ‘Psycho’는 전자음과 리듬 변주로 듣는 재미를 주고, ‘Supa Dupa Luv’는 부드러운 팝 멜로디로 숨을 고르게 한다. 마지막 트랙 ‘Wild’는 컨트리풍 기타 리프로 또 다른 방향을 제시하며 그룹의 사운드 스펙트럼을 넓힌다. 이처럼 각 곡은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지만 곡마다 색이 뚜렷한 만큼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서사나 통일된 정체성은 아직 흐릿하다. 결국 이 앨범은 여러 방향을 탐색했지만, 뚜렷한 답을 찾지는 못했다. 그리고 그들이 끝내 내린 결론인 타이틀곡은 여전히 YG가 익숙하게 그려온 공식에 가깝다. 문제는 그것이 과연 BABYMONSTER만의 정답이냐는 점이다. 'BABY'가 진짜 'MONSTER'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보호받는 환경 속의 안정감보다 예상치 못한 풍파와 모험적인 선택이 필요하지 않을까.





"국악의 틀을 깨니, 또 다른 틀이 기다리고 있었다"


3. 송소희 - [Re: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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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글 : 올해 초 ‘Not a Dream’이 화제를 모으면서, 송소희가 오랜 시간 품어온 고민 또한 함께 알려졌다. 그것은 바로 '정답이 존재하는 음악'이라 여겨지는 전통 국악과 자신이 하고 싶은 '정답이 없는 음악' 사이의 괴리감이었다. 그녀는 ‘Not a Dream’에서 경기민요 특유의 창법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일렉트로닉한 질감 위에 포크 사운드를 조합했다. 전통의 형식을 현대적 사운드와 함께 풀어내며, 그 간극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내놓았다. 이는 서정적이면서도 확 트인 자연의 이미지를 그려내며, 그토록 갈망하던 '자유'의 메시지는 그제야 음악이 되어 흘러나왔다.


이번 앨범 [Re:5]는 그 연장선 위에서 태어난 앨범으로 그녀의 음악적 여정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가장 솔직하게 보여준다. 다섯 개의 트랙은 목/화/토/금/수의 오행과 각각 연결되어 있으며, 그 안에서 여전히 '자유'의 메세지를 확장해 나간다. ‘Hamba Kahle’에서는 아프리카 특유의 퍼커션 리듬 위에 태평소가 어우러지고, 타령조의 반복되는 훅이 더해지며 토속적인 무드가 더욱 강조된다. 바람이 흔들리는 듯한 깨끗한 보컬에 부족의 주문 같은 반복적인 코러스가 더해지며 곡 전체가 마치 '자연의 숨결'을 닮은 유동성을 가지며 구속되지 않은 자유로움을 표현한다. MV에서는 '연옥'이라는 죽음의 문턱을 상징하는 공간을 배경으로 삼아, Hamba Kahle의 뜻인 '잘 가요'라는 말을 떠나는 이의 자유를 응원하는 따뜻함으로 전환시킨다. 그 메세지를 전통적인 자연의 배경을 통해 개인적인 서사로 시각적으로 확장한 점 또한 인상적이다.


다만 작은 아쉬움이 하나 있다면 앞서 언급한 ‘Not a Dream’과의 유사성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앨범의 시작과 끝을 담당하는 ‘반짝놀이터(Ashine!)’, ‘알래스카의 사랑-해‘는 일렉트로닉 팝 기반의 구조 위에서 밝고 상승하는 멜로디 라인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Björk, The Cranberries, AURORA의 잔향이 겹쳐지며 익숙한 인상을 남긴다. ‘Not a Dream’이 스스로 정체성을 확립한 결정적인 순간이었다면, [Re:5]는 그 정체성을 한 단계 더 과감하게 확장의 방향을 모색했더라면 어땠을까? 도입과 마무리에 남은 익숙한 향기는 분명 공간을 채우지만, 동시에 새로운 바람이 스며들 틈을 좁힌다. 이제 송소희가 해야 할 일은 이미 완성된 향기에 또 다른 계절의 공기를 섞어 넣는 일일지도 모른다.





"마구잡이로 쌓아 올려 흐릿해져 버린 모양새"


4. 언텔 (untell) – [Paradise Syndr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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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트 : 욕심에 비해 아쉬운 구성력이 크게 남은 앨범이다. 훵크, 팝 랩, 붐뱁 등 다양한 장르와 도전적인 구성으로 신선함을 겨냥했지만, 희미해진 의도와 잃어버린 방향성으로 '특이한 모음집'에 그치고 말았다. 훵키함과 에너지가 돋보이는 ‘Kombat Slide’, 산뜻한 팝의 향기가 일렁이는 ‘Paradise Syndrome (Feat. Kid Milli)’의 유쾌한 도입부 이후 흐름은 길을 잃기 시작하는데, 특히 중반부를 넘어서며 어수선함은 급격해진다. 과격한 욕설의 ‘HEAD_HEART’을 지나, ‘For Life (Feat. 최자 Of 다이나믹 듀오)’에서 다시 훵크로 발랄하게 돌아오는 듯하면서도, 어쿠스틱 포크 장르의 ‘I've Been Tryin’ (feat. 채세인, 김민성)’로 급하강하며 아슬아슬하던 텐션은 결국 흩어져버린다. 이어지는 ‘Don't Moshpit (Feat. 로한)’에서는 붐뱁이 등장하며, 갑작스러운 전개와 들쭉날쭉한 사운드로 마지막까지 따라가기 벅찬 느낌을 남긴다. 즉, 알맹이의 선택과 이를 엮어내는 방법이 맞물리지 못했다. 최소 트랙 배치만 조정했더라도, 부족한 기승전결과 오락가락하는 곡의 메시지로 인한 혼란은 한결 덜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파격적인 조합과 새로운 음악 색깔의 시도는 주목할 만하다. 특히 상반되는 영역의 조합이라는 도전이 눈에 띄는데, 경쾌한 사르르함 위 '윤문식'이라는 독특한 피처링의 ‘Where Is Paradise? Pt.2 (Feat. 윤문식)’나 아트팝적 보컬이 돋보이는 ‘언제까지 너 그렇게 살래? (Feat. omnostereo)’는 그러한 의의가 잘 드러난 트랙이다. 전작 [ANIMAL]이 모든 제목을 네 글자로 맞추고, 철학적인 분위기와 날카롭고 세련된 사운드로 시청각적 콘셉트를 일관되게 묶어냈다면, 이번 앨범은 색다른 내용물에 집중한 것이다. 이처럼 두 앨범 모두 뚜렷한 장점을 가지고 있기에, 서로의 강점을 온전히 충족하지 못한 아쉬움은 더욱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깔끔하게 재단했지만 다소 무난했던 전작과 정리되지 못했지만 독특한 이번 작품 사이 그만의 방향성을 찾아낸다면, '언텔 신드롬'은 기다려볼 만하다.





"현란함과 느릿함 사이 관능적 줄타기 외길 인생"


5. Artemas – [LOVERC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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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트 : [pretty], [yustyna]에 이은 세 번째 믹스테이프 [LOVERCORE]. 특별한 사람이 많은 사람 중 나를 선택했다는 놀람과 감사의 마음을 고조되는 사운드로 표현한 인트로곡 ‘lovercore (intro)’를 시작으로, 이번에도 욕망과 사랑의 메시지를 화려한 사운드와 관능적인 분위기로 강렬하게 남겼다. 이어지는 현란한 다크웨이브 장르의 ‘superstar’, 뚝 떨어진 템포에 매혹적인 보컬이 얹어진 ‘vanish’, 번쩍이는 테크노 비트의 ‘eat me alive’처럼, 반복적으로 교차하는 여러 속도감과 변덕스러운 비트는 요동치는 흐름 속 선명한 몰입을 이끈다. 또한 스피커가 찢어지는 듯한 사운드를 연출하는 로파이 효과와, 짙은 여운을 남기는 리버비한 보컬 이펙트는 입체감을 한층 확장하며, 몰아치는 감정을 극대화한다. 비교적 짧은 트랙별 러닝타임도 눈에 띄는데, 이를 통해 반복되는 자극적인 전개로 인한 피로감과 루즈함을 낮춘 영리함도 보인다.


분명 비슷한 색깔의 사운드와 고밀도의 울림, 노골적인 가사는 이전과 유사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지루함보다 자연스러운 이해와 반가움을 느끼는 건, 그 안에서 정교해진 사운드와 성장한 보컬 표현력 때문일 것이다. 과감한 치솟음과 생생해진 감정 표현뿐만 아니라, 서정적이면서도 캐치한 멜로디의 ‘not quite you’, 애절한 보컬이 돋보이는 ‘how could you question my love for u’ 같은 곡을 통해 ‘Artemas’라는 캐릭터의 설득력과 서사를 성공적으로 더했다. 이뿐만 아니라 버석함부터 젖음, 간질거림부터 욱신거림까지 폭넓게 그려낸 보컬과 비트로, 14곡을 마치 한 편의 연극처럼 다이내믹하게 엮어냈다.


결국 앨범을 관통하는 현란함과 느릿함 사이를 넘나들며 하나의 뚜렷한 이미지와 완결적인 흐름을 완성해 낸 [LOVERCORE]는, 아티스트의 본질적 지향점에 집중한 결과물이다. 앞선 앨범들과 함께 리스너와 아티스트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유도함으로써, 소비자의 기대감과 창작자의 자아실현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이상적인 교차점이기도 하다. 콘셉트나 장르적으로 넓은 음악적 확장보다, 분명한 정체성에 집중하는 경우의 희망 편이 아닐까.





"MECHANISM으로 HUMANISM을 연주하다."


6. Sudan Archives - [THE B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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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 :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인 Sudan Archives는 클래식 악기인 바이올린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며, 전자음악과 R&B를 결합해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만들어왔다. 첫 정규앨범 [Athena]에서는 바이올린을 중심으로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운드 실험을 펼치며, 클래식과 전자음악이 만나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두 번째 정규앨범 [Natural Brown Prom Queen]에서는 흑인 여성으로서의 자아와 가족, 관계 속에서 느낀 솔직한 감정들을 담아내며, 사운드 실험에 인간적인 서사를 더했다. 이번 세 번째 앨범 [THE BPM]은 이러한 흐름을 잇되, 감정의 표현 방식을 더욱 구체적이고 정교하게 확장한 작품이다. 바이올린과 R&B 보컬을 기반으로 하우스·저지클럽 등 다양한 전자 리듬 위에서 섬세한 감정의 변화를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전자음악에서 인간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THE BPM]은 바로 그 물음에서 출발하는 듯하다. 그녀는 바이올린과 전자 사운드를 통해 감정을 해석하고 전달하며, 반복적인 리듬 속에서도 연주의 결을 살려 감정의 구조를 정교하게 다듬어 나간다.


특히 ‘A Bug's Life’, ‘A Computer Love’, ‘David & Goliath’는 전자음악의 구조 안에서 인간적인 감정을 세밀하게 조각하려는 앨범의 지향점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준다. 세 곡은 서로 다른 리듬과 질감을 통해 복잡한 감정을 소리로 구현하려는 파크스의 시도가 담겨 있다. ‘A Bug’s Life’는 피아노 하우스 기반의 반복적인 리듬으로 자유와 해방의 정서를 표현하며, 이 앨범이 단순한 클럽용 음악을 넘어 감정의 움직임 자체를 담아내고 있음을 증명한다. ‘A Computer Love’는 글리치 사운드를 중심으로 디지털적인 왜곡과 불안정함을 활용해, 기계적인 소음 속에서도 인간적인 흔들림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David & Goliath’는 묵직한 베이스와 드럼을 전면에 내세워 불안과 자존감이 교차하는 내면의 긴장을 그리며, 기술적 완성도와 감정 표현이 만나는 최적의 지점을 구현해 낸다.


다만 몇몇 트랙에서는 완성도의 차이가 느껴진다. 특히 ‘MS. PAC MAN’은 여러 리듬이 겹치며 복잡하게 들리고, 반복되는 드럼 루프와 짧은 보컬 샘플이 서로 부딪히며 곡의 흐름을 흐트러뜨린다. 강한 저음이 몰아치지만, 곡이 끝나면 집중보다는 피로감이 남는다. 전자음과 바이올린을 섞으려는 시도는 여전히 흥미롭지만, 그 균형이 완전히 잡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불안정함은 Sudan Archives가 여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려는 실험을 멈추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완벽한 균형보다는 감정과 기술의 경계를 넓혀가며, 실험 그 자체로 자신의 음악 세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미 수많은 시도를 거듭해 온 그녀에게 '불완전함'은 미숙함이 아니라 하나의 미학이다.





"힙해지고 싶다면 이 노래를 추천합니다!"


7. WHATMORE - [WHAT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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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글 : 이 앨범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음악을 듣자마자 떠오른 국내 아티스트가 있다. 바로 CORTIS다. 다소 과감할 수 있지만, 신조어로 표현하자면 '느좋'이라 정의하고 싶다. 그만큼 이 앨범은 요즘 팝의 흐름을 가장 정확히 보여주는 예시다. 정제되지 않은 로파이한 질감 속에서 자연스러운 통일감이 느껴지고, 아무것도 정의하지 않겠다는 그들의 말처럼 어느 하나의 장르로 구분할 수 없는 얼터너티브 사운드가 그 분위기를 완벽히 뒷받침한다. ‘emptyy’는 808 베이스의 묵직한 그루브 위에 몽환적인 신스 루프와 러프한 기타 리프를 교차시킨다. 또한 ‘bombay (keep it alive)’는 느긋한 드럼 위로 따뜻한 베이스와 오르간 질감의 패드가 차분히 얹히며, 소울풀한 R&B의 감성과 슬로우 템포 힙합의 경계 사이에 은근히 머문다.


요즘 팝의 흐름을 조금 더 말해보자면 가공된 화려함보다는 꾸밈없는 진정성이 통하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WHATMORE의 음악이 흥미로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2분 남짓한 짧은 러닝타임 속에서 청춘 특유의 날것의 감정을 솔직하게 풀어낸다. ‘chicken shop date’에서는 평범한 일상을 유머러스하게 담아내며, 허세와 현실 사이를 오가는 젊음의 자화상을 그린다. ‘go!’에서는 미숙했던 감정에서 비롯된 후회를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완벽한 모습만 담겨 있지 않아 오히려 더 생생하고, 러프한 사운드가 더해져 한층 진심처럼 들린다. 빈티지한 홈비디오 색감의 스트릿 배경인 뮤직비디오는 그 정서를 시각적으로 확장시키며 현실의 온도를 있는 그대로 담아낸다. 결국 이들은 'WHATMORE' 즉, 무엇을 더 말할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의 질문에 '솔직함'으로 답한다. 어쩌면 계산된 완벽함보다 흐트러짐 속 진짜를 추구하는 현재 팝이 지향하는 가장 생생한 얼굴이 아닐까.





※ '광글', '제트'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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