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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넥도는 배우만을 추구하면 안 됐던 걸까?

BOYNEXTDOOR - [The Action]

by 고멘트


BOYNEXTDOOR - [The Action]
아역배우를 벗어나려 하는 보이넥스트도어의 성숙함.
콘셉트의 매력은 섬세하게 짜인 배역과 이해도 깊은 연기력에서 나온다.
이미지 탈피는 성공, 그러나 이미지 각인에 남는 아쉬움.


옆집 사는 아역배우, 보이넥스트도어


분명한 테마의 작품 속 잘 만들어진 캐릭터를 잘 살린 배우는 그 배역으로 우리에게 잊히지 않는다. 이때 잘 맞는 작품 속 좋은 배역을 만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캐릭터에 대한 연기력이다. 누군가 배역을 짜줘도, 그 배역의 습관까지 구현해 내는 연기력. 최근에는 이러한 연기력은 꼭 드라마, 영화에서의 배우에게만 요구되진 않는다. 어떠한 콘텐츠든 인격체라는 감상 대상을 만들어야 하는 곳이라면, 현시점에서 이러한 연기력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하는 결정적 요소가 된 듯하다. "직장인들"과 같은 코미디에서도 중소기업이라는 테마 속 여러 빌런 캐릭터를 실감 나게 살려낸 배역 몰입도가 파급력을 만들기도 했다. 아이돌도 다르지 않은 게, 아이돌 또한 콘셉트란 테마 속에서 이미지를 만들어 낼 캐릭터를 표현하는 직업인 만큼 배우와 닮은 부분이 있다.


보이넥스트도어(이하 보넥도)는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 아역배우로서는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청춘을 표방한 수많은 신인 아역배우 사이에서 급식, 금쪽이라는 세밀한 캐릭터 설계로 차별화된 이미지를 만들어 내왔기 때문이다. 지코의 아들 그룹답게 말 안 들을 것 같은 문제아를 계승하면서도, 거칠지 않기에 더 친숙한 “옆집 소년”이라는 배역은 보다 명확한 캐릭터였다. 제목과 가사에서 묻어나는 말투, 그리고 앨범의 구성이라는 배역의 표현 방식에서 실감 나는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뭣 같아’로 순한 가상의 소년과는 다르다는 인식을 준 뒤에, 본격적으로 말을 안 들었던 ‘부모님 관람불가’는 착하고 맑은 여타 소년들과 구분점을 제공해 줬다. 명재현의 까불거림도 한몫한 덕에 이제는 쉽지 않은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가능성을 개척해 두기도 했다.

BOYNEXTDOOR - '부모님 관람불가' Official MV


친근함에 방점을 찍은 [19.99]는 무릇 스무 살 언저리의 보편적인 모습을 담은 리얼한 다큐멘터리였다. 흔히 보기 어려운 스킷(Skit)이란 선택 속의 장난스럽지만 훈훈한 형동생의 모습과, ‘20’에서 느껴지는 성인이 된 후의 공허함은 보다 세밀하게 현실 속 소년의 자연스러움을 표현하는 보넥도였기에 가능한 선택지였으며 그 정서가 더 와닿았다. 이렇게 일상으로 내려온 친근함을 보여준 뒤, 그런 캐릭터에겐 절대 없을 사랑스러움을 보여준 ‘오늘만 I LOVE YOU’라는 변화구는, 알고도 배트가 나가는 매력을 가졌고, 덕분에 타 그룹들에 비해 높은 10대의 화력을 모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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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No Genre] 앨범 자켓 / (우) [No Genre] Concept Photo (No Limit ver.) 단체 사진


그러나 모든 아역배우들에겐 공통된 딜레마가 있다. 어릴 때 잘 만든 이미지가 굳어져 성인 배우가 된 후 몰입에 지장이 생긴다는 점이다. 보넥도 역시 이러한 시점에 서 있다. 이미 20살이 지났고, 이렇게 철딱서니 없이 늙어가면 동네 삼촌이 될 뿐이다. 성숙하고 다듬어진 멋을 보여줄 시기가 왔기 때문에 능글맞은 지코가 아닌 “블락비”의 강한 지코를 닮은 이전 앨범 [No Genre]에서부터 보다 선 굵은 이미지로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강하게 박힌 이미지를 한 번에 뿌리 뽑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도 하며, [No Genre] 자체가 뚜렷한 족적을 남기기엔 그다지 세밀하지 못한 “자유분방함”을 중심으로 풀어지기도 했다. 리브랜딩의 연장선에 있는 이 시점에 보넥도의 선택은 영화였다.


BOYNEXTDOOR - 'Hollywood Action' Official MV




연출의 미학, 영화


보넥도가 “프로덕션 크루”로서 연기해 낸 이번 작품의 전체적인 테마는 고전적인 영화다. 직전에 참여한 롤라팔루자 페스티벌이 있었던 시카고를 기점으로, 시카고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 영화제라는 맥락 속에서 영화라는 콘셉트가 탄생했다. 세상엔 각양각색의 영화가 있지만, 배역을 벗어난 배우라는 직업엔 성대한 시상식 등의 매개체 덕분에 보다 포멀한, 일반적이지 않은 포스가 있다는 인식이 있으며, 이러한 성숙함은 보넥도의 성숙에 대한 고민의 해결점과 맞닿아 있다.


영화의 A to Z는 연출이다. 미장셴, 조명과 같은 시각적 부분 모두가 연출되어 공간을 그려 내기도 하며, 배우는 각본대로 연출된 행동을 하고, 스토리 또한 여러 서술적 장치로 시간을 연출한다. [The Action]에도 그러한 연출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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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The Action] 앨범 자켓 / (우) Concept Photo (Play ver.) 단체사진. 동일한 구도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앨범의 스토리는 보넥도가 영화를 찍는 시점에서 시작해, 그 영화가 성공적으로 개봉한 뒤 명성을 얻는 결론에 닿는다. 그 속의 3가지 시점인 영화의 포스터(Loading Ver.), 영화 개봉 후(Play Ver.), 영화의 성공으로 스타가 된 모습(Pause Ver.)을 연출한 모습을 담은 3가지 포토의 공개 순서를 일반적인 순행적 구성이 아닌, 마치 영화 “메멘토” 등에서처럼 전개 순서에 변주를 주며 재미를 더했다. 이 세 포토의 공개 순서는 Play-Loading-Pause 순으로, Play 콘셉트의 광고판 속 Loading 콘셉트의 포스터를 복선으로 깔아 두었는데, 이 덕분에 1번 콘셉트 속 시기가 2번에서 보여줬던 영화가 공개된 이후라고 특정할 수 있도록 해주며, 또 이런 숨은 요소를 찾는 재미 또한 더해줬다. 앨범 커버의 구도 또한 1번 포토의 구도에서 복선을 깔아 두기도 했다. 이외에도 앨범 스토리 속 “영화감독(또는 각본가) Daniel”이라는 맥거핀이 등장하며 스토리에서의 각색된 구성이 돋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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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Play ver.(1번 콘셉트) 태산 개인사진 속 (우) Loading ver.(2번 콘셉트) 태산 개인사진
[The Action] Trailer Film: Submission Deadline. "Daniel"의 각본을 찾아 영화를 촬영하는 앨범 내 스토리에 대해 담았다.


표현하고자 하는 분위기를 잘 연출해 낸 타이틀 곡 'Hollywood Action'일렉트로 스윙 스타일은, 아이유의 분홍신, 세븐틴의 ‘HOME;RUN’ 등 어린 이미지의 아티스트들이 성숙한 챕터로 전환하는 길목에서 자주 볼 수 있던 클리셰이기도 하다. 1930년대 발상한 스윙 장르 자체가 사교 파티라는 어른스럽고 매혹적인 배경에서 탄생했고, 이후 영화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우리에겐 스윙이 존재하던 그 장소에 성숙함을 연상하게 되었다. 여기에 익살스러운 브라스 리프가 더해진다면 ‘We No Speak Americano’ 혹은 지코의 ‘유레카’처럼 보넥도의 오리지널리티인 장난스러운 에너지까지 함께 보여줄 수 있기에, 아무래도 성장한 보넥도를 연출해 내기에 이만한 선택지는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스윙에 따라붙는 익숙한 시각적 연출과도 닮은 포멀한 착장의 무대까지 더해지면, 더 이상 이 앨범 속 캐릭터와 어른미 사이에는 떨어지기 어려운 관계가 성립된다.

251023 엠카운트다운 BOYNEXTDOOR - 'Hollywood Action' 무대 영상


또한 이 연출을 당연한 것에 입혔을 때, 일상은 프레임 속 예술이 되기도 한다. 늘상 하는 프로모션인 스케줄러, 웹사이트“로케이션”이라는 요소로 봉합해 콘셉트를 강화하기도 했으며, 하이라이트 메들리모니터 화면이 되어 트랙을 씬으로 재구성했다. 테마를 향한 섬세한 컨셉질에 대한 고민이 명확하게 보였던 지점으로, 가장 기본적인 비주얼과 스토리뿐 아니라 부차적인 요소에도 디테일을 더한 결과, 보다 더 정교하게 테마를 연출해 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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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ction] Track Spoiler: Animatic 中


연출 잘 해낸 영화라는 테마 속에서 보넥도는 당연히 성숙함을 입을 수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보넥도”의 성숙함이 주는 인지부조화에 대한 해결이며, 이는 낯선 콘셉트를 소화해 내는 방식에 달려있다.




“연출된 연출”의 작위성으로 연결된 보넥도와 영화



프로모션의 곳곳에서 보넥도는 “영화 찍는 영화”를 연기했다. 앞서 언급했듯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요소 중 “작품의 테마”영화였다면, 이 작품 속 배우의 연기 스타일은 기존의 보넥도 그대로의 능청맞은 현실 연기이다. 영화 또한 프레임 속은 정돈된 채로 연출되지만, 그 밖에서 연출을 연출해 내는 모습은 작위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연출된 연출”의 작위성이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영화라는 테마에 보넥도의 가벼움을 섞는 링크가 되어주었다.


포토 속 보넥도의 배역은 배우였지만, 애초에 “프로덕션 크루”가 주제인 만큼 보넥도는 스태프라는 배역을 연기하기도 했다. 이 초짜 스태프들의 어리숙함이 프로모션 곳곳에 담겨있으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앨범이 공개되는 시점의 Vlog 티저이다. 모두가 그러했듯, 코로나 시절 우리는 화상회의를 위해 상의만 단정하게 입고, 보이지 않는 바지는 잠옷을 입고 있곤 했다. 또한 Vlog는 사실 열심히 일하거나 운동하는 듯한 갓생을 담고 있지만, 이 또한 연출한 일상이기에 결국 연출이 어그러지는 각 멤버들의 모습에서 보넥도의 어른스러운 모습 또한 남들의 성숙함과 달리 그 속에 친숙함이 겸비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앞서 소개한 트랙 스포일러 또한 컷과 컷 사이에서는 자연스러운 오프 더 레코드가 담겨있으며, 프로페셔널한 면모보단 편안하고 재밌는 무드로 진행되기도 한다. 이러한 익숙하고 편안한 모습은 우리가 알고 있던 보넥도의 모습과 같으며, 이 모습을 앨범의 사전 프로모션에 담으며 자칫 갑작스러울 수 있는 깔끔한 콘셉트에 대한 거리감을 좁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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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티저 비디오 "BOYNEXTDOOR Get Ready With TEAM THE ACTION!!" 中 / (우) Track Spoiler: Animatic 中


이처럼 이전과같이 친숙함을 겸비하면서도 앨범의 중심에서는 보다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며 이번 앨범의 목적처럼 이미지의 자연스러운 변화를 만들 수 있었다. 방향성 분명한 영화란 테마 속 “보넥도”스러운 연기보넥도의 성숙함을 그려낸 이번 앨범은 전작에 비해 확실히 알맞은 이미지의 변곡점 역할은 충실히 해냈다.




“아 그 영화 컨셉 앨범?”



아쉽게도 보넥도의 이 “컨셉질”은 앨범의 끝까지 닿지는 못했다. 당연히 콘셉트를 상징해야 하는 타이틀 곡까지는 잘 유지하다가, 즉흥성을 표현한 곡에서 영화적 요소인 애드리브가 아닌 음악에서 따온 선택하는 등 이들의 “영화 콘셉트”는 모든 것을 아우르지는 못했다. 영화를 표방한, 영화 겉핥기를 해본 앨범은 이미 K팝에 수도 없이 많았다. 앞서 언급한 아이유의 [Modern Times]만해도 그렇다. 아무래도 콘셉트, 스토리, 캐릭터라이징 등 K팝과 많은 공통점을 공유하는 영화가 K팝의 좋은 영감 소재가 되어주기도 하는 만큼, 영화를 다룬 앨범은 많을 수밖에 없고, 이제는 제대로 다루는 앨범이 아니면 굳이 차별화가 생기지는 못하는 것 같다.


이번 앨범에서 표현한 영화엔 장르와 주제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영화라는 요소는 [No Genre] 때의 무지성 자유로움이 “자유로운 나를 봐 자유로워”와 같은 의미가 없는 표현이었던 것과 동일하게 설득력 낮은 콘셉트를 위한 콘셉트만이 될 뿐이었다. 이들이 영화를 선택해야 하는 목적인 주제 의식이라든가, 보여주고 싶은 명확한 캐릭터가 없다던가 하는 핵심의 부재 속에서 영화는 당연히 그저 뻔한 소재가 될 수밖에 없다. 배우, 감독, 각본 작가 중 하나라도 고르거나 특정 영화를 오마주하며 내용을 강조하는 식으로 줌을 땡겨서 보다 뚜렷한 이미지를 세밀한 이미지 메이킹을 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 당장 장소부터 다른 ‘Live In Paris’ 같은 곡의 존재는 이들이 말하고자 한 것이 해당 곡의 모티브인 우원재의 ‘시차’처럼 꿈을 향한 창작자의 고통인 건지, 타이틀 곡처럼 꿈을 향한 연기라는 행동의 쾌감인 건지 알 수가 없게 한다. 이전처럼 디테일한 캐릭터의 공백을 다시 한번 "지코스러움"으로 포장하는 근무 태만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 또한 지코가 아닌 보넥도의 고유한 차별성을 언제쯤 만들까 싶은 식상함을 남기기도 한다. 스타일이라는 넓은 차원에서 성숙함으로의 전환을 이뤄낸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만, 아마도 보넥도는 다음 앨범에서 또다시 아이코닉한 이미지가 될 수 있는 치밀한 설계가 들어간 콘셉트를 위한 재수를 해야 할 것이다.


일본 활동까지 생각하면 어쨌든 10개월간 4컴백이라는 바쁜 시간 속에서 준비 기간이 짧기에 부족한 볼륨이 나올 수밖에 없긴 했던 만큼, 현실적으로 이번 앨범으로 방점을 찍긴 어렵기는 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젓기 위해 쉴 틈 없이 달려온 올해이기에 성장을 향한 숟가락 공사가 이해는 가지만, 어쨌든 다음 앨범에서는 이번 앨범의 과제와 동일한 과제를 또다시 고민해야 한다. “이제 보넥도에게 어떤 새로운 이미지를 입히지?”라는 이 고민은 그래도 다음번에는 이번보다 쉬울 듯하다. 나름 자연스러운 새로운 방향성을 잡긴 했으니.



by. 플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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