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케이팝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롱샷을 보라

언더독 롱샷(LNGSHOT)이 데뷔를 만들어가는 전략에 대해

by 고멘트

2025년 5월, 한 대학 축제에서 박재범은 “신인 아이돌 런칭”이라는 갑작스러운 행보를 선보인 바 있다. 이후 프리 데뷔임에도 수많은 릴스와 콘텐츠를 발행하기도, 믹스테잎을 공개하기도 하며 천천히 그룹 “롱샷(LNGSHOT)”의 존재를 알려가더니, 드디어 연말 MMA 무대를 통해 정식적으로 데뷔했으며, 첫 EP의 발매를 코 앞에 두고 있다.


아이돌과는 다소 이질적인 무드로, 또 전문 아이돌 기획사가 아닌 곳에서 데뷔하는, 그룹 이름처럼 "확률이 낮음에도 판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듯한 롱샷의 데뷔 과정은 여러모로 특징적이다. 해가 바뀐 현시점에, 아이돌 시장에 존재하는 2가지 특징(대형 기획사 위주의 생존 경쟁 심화, 아이돌의 다양화)과 연관된 그룹 롱샷을 통해 2025년 보인 아이돌 및 음악 시장의 변화, 그리고 2026년에 대한 생각을 풀어보려 한다.



“일단은 아이돌이다” vs “이딴 게 아이돌?”


2024년은 밴드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던 “밴붐온”의 시기였다. 한로로, 실리카겔 등의 아티스트들이 조명받으며 씬에 대한 관심도가 커지기도 했지만, 그 사이에서 다른 화제 및 논쟁을 불러일으키던 것은, 대형 페스티벌에 침입한 아이돌 팬덤으로 인한 “아이돌 밴드”의 정통성 논란이었다. 기존의 밴드씬의 팔로워들과 달리 자체적으로 입장 대기 줄을 만들고, 홈마 등 이질적인 문화가 유입되며 서로 간의 충돌이 발생하는 양상을 보였고, “밴드도 아닌 애들 때문에 페스티벌을 즐기기 어려워졌다”라는 반대 의견과 함께 “그래도 얘네들도 밴드긴 하고, 덕분에 밴드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라는 찬성 의견이 대립하기도 했다.


그 후 1년 반이 지난 지금, 이러한 흐름에서 발전하여 오히려 아이돌 씬 안에서도 “아이돌” 같지 않은, 혹은 (표면상) “아이돌”을 추구하지 않는 그룹들이 적극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수직선의 좌측 끝을 아티스트, 우측 끝을 아이돌이라고 할 때, 롱샷은 그중에서도 꽤나 좌측에 쏠려 있는, 아이돌과는 거리가 먼 그룹으로 보인다. 물론, 공개 당시부터 박재범은 “아이돌”을 런칭할 계획이라 밝혔으며, 퍼포먼스가 포함된 5인의 어린 멤버로 구성되었단 점, 그리고 트렌디한 콘텐츠의 전개 양상에서 봤을 때, 이들이 “아이돌”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아이돌 같지 않은 투박한 미감, 다소 “아이돌적”으로 메리트가 부각되지 않는 비주얼 등, “이딴 게 아이돌?”이라고 할 만한 요소는 충분히 있다. 특히 가장 이질적이고, 또 지금까지도 롱샷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그룹 공개 당시의 손가락 욕 사진은 정말 아이돌이라고 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이처럼 아무리 코르티스 등의 타 그룹들이 아이돌의 범위를 넓혀놨다 하더라도, 이들이 전개하고 있는 지금까지의 모습은 “아이돌적 감성”과는 결이 다르다. 단적으로, 코르티스는 새깅을 패션으로 소화했지만, 롱샷은 이에 더해 속옷 자랑 수준으로 과장된 새깅을 콘텐츠화한 바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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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멋이라기 보단 예능에 가까운 새깅 언급 / (2) 검열 따윈 존재하지 않는 동묘 어르신의 담배


또한, 이미 굳건하게 자리를 잡았고, 빅히트라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태산 같은 “코르티스”의 존재를 무시할 수가 없다. 똑같이 재현도 높은 힙합을 베이스로, 아이돌과 아티스트 사이의 브랜딩을 가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공통적으로 "힙합"하면 떠오르는 자유분방한 아티스트의 모습을 콘텐츠를 통해 보여주기도 하며, 멤버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한다는 것 또한 강조하고 있다. 물론 당연히 코르티스를 압도할 만큼의 화제성을 가질 수는 없다. 그러나 이렇게 비슷한 포지션의 고체급 아티스트가 불러일으킬 낙수 타이밍을 활용하는 방법은 25년 초 하츠투하츠의 데뷔에 맞춰 기습적으로 공개한 스타쉽의 키키 또한 활용한 바 있다. 스타쉽 또한 무시할 수 없는 큰 체급의 회사이지만, SM이라는 거대한 그룹의 신인 아티스트 런칭에 맞춘 덕에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든, 혹은 “이번에 데뷔한다는 5세대 걸그룹” 등의 내용으로 함께 조명받으며 화제성을 높일 수 있었다. 롱샷 또한 이를 위해서인지 새깅, 동묘 등 코르티스의 상징적인 요소를 바로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데뷔 전 다큐멘터리의 전개 포맷(코르티스 : 진지한 다큐멘터리 / 롱샷 : 유튜브 예능식 편집) 차이에서 볼 수 있듯이 롱샷은 보다 B급 감성을 선보이고 있으며, 롱샷의 콘텐츠 속 동묘 할아버지들의 담배는 모자이크가 되어있지 않긴 하지만, 이미 코르티스를 통해 관심도가 높아진 이런 요소들을 곧바로 활용하는 것은 후발주자, 그리고 언더독으로서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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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색의 비율은 동일해도 두 그룹(좌 :롱샷 / 우 : 코르티스)이 연출하는 느낌의 차이는 크다


그룹의 유사성이든, 정통성의 문제든, 이러나저러나 이런 논란은 그룹에게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준다. 점점 더 화제성 있는 중소 신인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해 봤을 때, 뻔한 아이돌 1, 혹은 그저 그런 힙합 그룹 1이라고 하면, 이미 과포화된 아티스트 시장 사이에서 크게 주목받기 어려운 현재 K팝 씬의 상황이다. 그렇기에 보다 다양한 시도가 일어나며 특화된 파이를 노리는 그룹들이 등장하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런 그룹에 대한 왈가왈부는 분명히 그룹의 생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어쨌든 우리는 “얘네도 아이돌임?”하고 롱샷을 한 번 더 꺼내 볼 수 있으며, 오히려 아이돌의 관점에서 이들에 대해 활발한 평가가 일어날 여지가 있다. 반대로 힙합씬의 관점에서 이들의 정통성에 대한 얘기가 나오게 될 것이다. 마치 24년의 아이돌 밴드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러한 점은 지지기반이 약한 롱샷에게 인지도를 만들어 갈 시간을 벌어준다.


실제로도 이러한 중간 지대에 걸쳐 있는 애매한 정체성 덕분에 확실히 롱샷은 이곳저곳에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모두가 주목받길 바라는 현 상황에, 별 다른 메리트가 아직 없는 롱샷이 굵직한 인스타 매거진 채널에 올라오기도 하며, 관련 숏폼을 찾아봐도 코르티스와 비교식으로 언급하기도 한다. 또한 이들은 힙합 선배들의 샤라웃을 받음과 동시에 아이돌과의 챌린지를 이질적이지 않게 진행할 수 있는 좋은 포지션에 있다. 소규모 회사에서 런칭하는 그룹인 만큼, 이러한 작은 화젯거리가 소중한 상황인데, 화제성을 업을 수 있는 것이 현재 롱샷의 상황상 가장 큰 무기가 되어줄 것이며, 앞으로 어떤 시장을 바라볼지에 대해 지켜볼 수 있는, 마치 이브이와 같은 상태로 만들어 주기도 했다. 이태원 클럽의 아이돌이 될 수도, 혹은 돌판의 문제아가 될 수도 있다.


참고자료) 코르티스 멤버 별 통계 (출처 : 케이팝레이더)


다만, 이들이 꼭 “돌판”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는가 싶다. 이제 막 한 곡만이 공개된 시점에서, 이들이 앞으로 어떠한 노선을 탈 것이라는 얘기를 하기에는 섣부른 감이 있다. 그러나 애초에 갖고 있는 감성 혹은 보여주는 방향성이, 아무리 K팝 팬덤이 바뀌어 간다 해도 통한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그렇게 아티스트적인 브랜딩을 가져간 코르티스가 결국 자리를 잡은 데에는 건호 등의 비주얼 라인의 존재가 큰 역할을 했으며, 이들을 기반으로 여타 아이돌과 다르지 않은 팬 문화가 형성될 수 있었지만, 롱샷에겐 그 정도의 무기는 냉정하게 없기도 하다. 그러나 차라리 이들에겐 아이돌에게의 “자유분방한 맛”과는 또 다른 “날것의 맛”이 있다. 그리고 이 날것의 맛 덕분에, 오히려 이들의 자유분방함이 더 과감하게 표출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아티스트”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아이돌”인 코르티스와 반대로, 아이돌이 아니어도 아이돌적 요소에서 오는 장점을 활용하는 방면이 롱샷에게 더 매력적인 선택지로 보이며, 굳이 꼭 기준 높은 아이돌의 작법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애매하게 대중성을 잡다가는, 더러운 이불 상태가 논란이 되었던 코르티스처럼 오히려 이들의 듣도 보도 못한 내추럴함이라는 장점을 죽여야 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행보에 “박재범”이라는 대부의 존재는 정통성에서든, 활동상의 비전에서든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처절하지는 않으면서도 전폭적인 박재범의 분투


신인 그룹에게 든든한 네임드 아티스트의 프로듀싱이 함께한다고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프로듀서의 위상이 육성한 아티스트와 공멸하는 경우도 있었기에 대부 또한 열심히, 그리고 영리하게 본인의 영향력을 넘겨줄 줄 알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박재범이 본인의 영향력을 활용하는 적극성은 남다르다.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면서도, 을의 입장이 되어 일반적인 언더독식 흙냄새 팔이처럼 보이는 처절함은 없다. 늘 지금껏 해왔고, 말해왔던 대로 “열심히”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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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선공개곡 'Sausin'' 뮤직비디오에서의 박재범 / (우) 자체 콘텐츠 내에서의 "키"에 대한 이야기


일단, 스스로도 많이 내려놓았다. SNL이 그에게 코믹한 이미지를 주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본체는 멋있는 이미지를 갖고 있으며, 그 점이 박재범의 아이덴티티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유분방하고 재치 있는 롱샷을 위해서 이러한 모습을 일정 부분 포기한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꾸준히 피지컬을 유지해 온 그간의 모습과는 다르게, 입에 치킨을 물고 추잡스럽게 일갈하는 배불뚝이 악덕 사장이 되기도 하고, 또 자체 다큐멘터리에서는 자신의 작은 키를 자학용으로 쓰기도 했다. 심지어는 자체 콘텐츠 촬영 도중 부상을 입어 한동안 목발을 짚고 다니기도 했다.


[MMA 2025] TEAM JAY PARK (박재범, H1GHR MUSIC, LNGSHOT, DAYOUNG) - Full Performance


또한 지금껏 박재범은 본인이 장점이 될 수 있는 곳에서, 그리고 본인이 활용할 수 있는 가장 큰 무대에서 롱샷을 언급하며, 가장 화제성을 높게 가져갈 수 있는 전략적인 선택을 해왔다. 그리고 그 정점에 있는 것이, 데뷔라는 중요한 시점을 MMA라는 큰 무대에서 가져갔다는 점이다. 솔직히 아직 데뷔도 안 한 신인 그룹이 방송 3사의 연말 무대에 출연할 수는 없다. 이 대안으로 박재범이 참여한 MMA라는, 이들 입장에선 꽤나 괜찮은 무대에서 데뷔 무대를 갖게 되었는데, 롱샷에게 박재범을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가 되었지 않았을까 한다. 이 무대엔 비단 롱샷의 공개만 있지 않았기에 더더욱 화제성을 함께 업어갈 수 있었기도 하다. 오랜만에 모인 하이어 사단의 합동무대라는 희귀한 기회 속에서 이들의 지원사격을 받을 수 있었으며, 이러한 화제성에 날개를 달아준 것은 박재범의 “트로트”다. 롱샷에겐 행운으로, 발매를 앞둔 상황에서 갑자기 뜬금없이 박재범의 몸매가 리믹스되어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박재범은 이걸 놓치지 않고 바로 활용하여 화제성을 높였는데, 여기서도 박재범의 이미지를 내려놓는 과감한 헌신이 보였다.

롱샷이 등장하기 전, 뽕맛을 참지 못했던 박재범



명확한 한계 but 뚜렷한 의의


그럼에도 솔직히 롱샷은 지금 몇 개의 릴스가 알고리즘을 타고 조회수를 잘 받은 일반적인 인플루언서 정도의 위치에 있다. 본격적인 데뷔를 하지도 않았기에 "아티스트"로서의 왈가왈부 보단, 콘텐츠적 소비만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렇게 만든 화제성만큼 선공개 곡 'Saucin''의 성적이 높은 것도 아니다. 모어비전이 전문적인 아이돌 제작 회사도 아니기도 하며 회사 규모가 그렇게 크지도 않은 상황이고, 또한 멤버들 자체의 한계(비주얼이 되었든 앞으로 선보일 실력이 되었든)가 있기도 하다. 이러한 빈약한 기반 위에서 그나마 잘 짜냈다는 거지, 객관적인 성과 및 지표가 낙관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일단은 앨범이 나오고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어야 롱샷이 어땠는지에 대해 왈가왈부할 가치가 있다. 물론 'Saucin'’이 대중성에 집중한 결과 롱샷만의 정체성과 매력을 보여주기엔 아쉬웠다는 생각도, MMA 무대에서 오히려 이미 노련한 하이어 사단과 바로 대비가 되다 보니, 아직은 아쉬울 수밖에 없는 멤버들의 완성도에 대한 생각도 들긴 한다만, 이 적은 샘플로 얘기를 하기엔 너무나도 섣부른, 혹은 망하라고 제사를 지내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허나, 이들이 “잘 짜낸” 방식이 앞으로의 음악시장에 던지는 전략적 의의는 뚜렷하다. 아이돌 시장은 이미 포화되어 있으며, 몇 년 전만큼의 위상과 장악력, 성장 가능성을 갖고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따라서 차라리 그 근본이 "돌판"에 최적화가 되어있지 않다면, 확대되고 있는 아이돌의 정의에 맞춰 타 분야에서의 케이팝을 활용하면 된다는 전략을 활용한 듯한데, 이는 오히려 현시점에서 작은 규모의 그룹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똑똑한 접근으로 보인다. 전형적인 신인 아이돌의 형태로 굵직한 그룹들과 전면전을 벌이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롱샷처럼 변칙적인 전략을 준비하는 게 오히려 좋지 않을까? 여기에 유명세를 높이는 전통적인 수단인 라이벌리 등의 방식을 적당히 얹으면, 도전적인 시도에 대한 일차적인 보험을 깔아 둘 수 있다는 점 또한 전략적인 포지셔닝으로 롱샷이 보여주고 있다.


한동안, 특히 작년 한 해 동안 K팝 및 음악 시장은 큰 히트곡, 굵직한 트렌드 없이 여러 흐름들이 섞이고 시도되고 있는 양상을 보여 왔다. 코로나 시절부터 채용되던 세계관 등의 전략은 언급하기도 귀찮을 정도로 자취를 감춘 지 오래되었고, 그 빈자리를 채울 전략들에 대한 실험의 장이 열린 듯한 모습이다. 이러한 양상은 2026년이라고 해서 크게 달라지지 않겠지만, 시간이 흐르며 이러한 전략들 중 무언가 뚜렷한 족적을 남겨 수많은 시행착오의 해답이 나오는 시기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이러한 시행착오 중에서도 롱샷은 꽤나 유의미한 실험을 한 듯하다. 그래서 올해에는 오히려 일반적이지 않은 출신에서 오는 정체성을 그대로 살려 뻔하지 않은 그룹이 되고, 뜨기 위해서는 이를 잘 활용하면서도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선보인 롱샷을 닮은 그룹들이 속속들이 등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by. 플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