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힙합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쿤디판다라는 이름을 모를 수 있을까? 대중들에게는 <Show Me The Money 9>로, 힙합 팬들에게는 [재건축], [가로사옥], [MODM : Original Saga]와 같은 앨범으로 유명한 그는 솔로, 컴필레이션, 합작 등 다양한 형식에서 장르를 가리지 않으며 꾸준히 활동 해왔다.
2024년 발매한 [MODM 2: The Bento Night] 이후 오랜만에 선보인 STXXCH와의 합작 앨범 [HOWANMAMA]는 ‘호환마마’를 키워드 삼아 그의 생각을 여러 방식으로 풀어낸 익스페리멘탈 힙합 앨범이다. 쿤디판다의 뛰어난 랩은 물론, 하드코어하면서도 동시에 댄서블함이 느껴지는 STXXCH의 감각적인 프로듀싱과 피처링으로 참여한 신예 래퍼들의 퍼포먼스까지, 2026년의 시작을 장식하기에 모자람 없는 수작이다. 우리는 이 인터뷰를 통해 본 앨범이 담은 이야기와 현재 쿤디판다의 음악 세계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고자 했다.
*본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하였습니다.*
Q. 안녕하세요. 2월 14일에 Flatshop 단독 공연은 잘 마치셨나요?
- 아주 성황리에 잘 마쳤습니다. 보고 싶던 사람들, 와주었으면 좋겠는 팬분들 모두 잘 즐기다가 가셨을 거라 생각이 됩니다. 이 자리를 빌려서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Q. 앨범 제목 [HOWANMAMA] 즉, ‘호환마마’는 ‘무서운 것’을 의미하는데, 이 키워드가 어떻게 앨범으로까지 발전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 우선 저는 ‘공포’라는 감정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면서 보내는 사람인데요,
제가 가장 무서워하는 건 우선 죽음이거든요. 근데 죽는 게 왜 무섭나를 생각해 보니, 죽음 뒤에 찾아오는, 막연하게 펼쳐진 ‘무’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만약에 사람이 죽고 나서 어떻게 되는지 안다면 우리가 딱히 겁낼 것은 없지요. 특히 종교인들이나 특정 확신을 가지고 사는 분들은 죽음이 두렵지 않은 것도, 본인만의 정답을 이미 정해놨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무서움이라는 감정을 삶에서 많이 느끼는 사람입니다. 가끔 그게 지나칠 때도 있어서 친구들이 너무 무서워하지 말라고도 하죠. 그리고 그도 그럴게, 사실 아무리 무서운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잖아요?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다 보니 제가 느끼던 두려움이라는 것이 제 행보를 통해서 전혀 다른 감정으로 표현이 되는 과정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역시 그런 원초적인 “공포”가 새로운 에너지로 환산이 되는 느낌이 굉장히 고무적이었다고 느꼈습니다.
Q. 호환마마의 표기를 ‘HOHWANMAMA’가 아닌, ‘HOWANMAMA’로 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 너무 당연하지만 읽어보면 호완마마로 발음 되잖아요. 뒤에 H는 묵음이니까. 생각해보니 쿤디판다도 K뒤에 H가 발음이 안되네
Q. 이미 인스타그램에서 말씀해 주셨지만, STXXCH 님과는 어떻게 함께 하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 ‘우리 세대’라고 말하는 게 맞을지는 모르겠으나, 사운드 클라우드가 활성화되어 있었던 그때 그 시절에 제가 참 좋아하던 아티스트들 몇 명이 있었습니다. 굉장히 본인만의 오리지널리티를 뽐내던.. 그중에 하나가 STXXCH였고, 우리는 서로 알고 지낸 지는 사실 약 10년 정도는 되었을 건데요. 어느 날 소식이 끊겨서 좀 아쉽다 생각하고 있던 찰나에 술김에 ‘그냥 응원 DM이나 보내봐야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답장이 금방 오더라고요. 그렇게 친해졌어요.
Q. STXXCH 님과 작업하면서, 새롭게 배울 수 있던 부분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 꼭 “STXXCH형과 작업하면서”라고 말씀드리기는 좀 어렵네요. 그전에 냈던 Flatshop 앨범을 만들 때도 새로 배우는 게 있었고, [MODM 2 : The Bento Knight] (이하 [MODM 2]) 을 만들 때도 있었거든요. 저한테 앨범 한 장 한 장이 소중한 이유 역시 그런 성장의 측면도 분명히 한 이유를 하는 것 같습니다. [HOWANMAMA]를 만들면서는 제 랩에 특히나 더 과감한 톤 연출을 했어요. 저는 아주 오랫동안 ‘쿨’한 랩을 표현하기 위해서 감정을 배제하고 굉장히 냉정한 톤을 연출하려고 노력했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보다 더 과감한 톤 운용을 해본 것 같습니다. 그게 가장 큰 것 같아요.
Q. 작업 과정에서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을까요?
- 너무 많아서 뭐라고 하나 꼽기는 좀 어렵네요. ‘@hatefullmind’ 트랙을 작업할 때, 트랙의 세션을 전부 받고 정리가 안 되는 상황이었는데, 마침 공동 프로듀서로 작업하던 STXXCH가 많이 아팠습니다. 온전히 제가 트랙 정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프로젝트에 얹고 하루 종일 앉아서, 계속 들으면서 악기 하나하나씩 빼고 추가하면서 만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사실 그렇기 때문에 더 기분이 좋은 트랙이 된 것도 있습니다. ‘@hatefullmind’는 제 옛날 인스타그램 아이디인 만큼 저한테 의미가 굉장히 큰 노래거든요. 제가 마무리하는 것이 도의적으로도 맞을 수 있죠.
Q. [MODM 2] 때도 그랬지만, 최근에 이런 하드코어 힙합, 익스페리멘탈 힙합에 관심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 그냥 취향 아닐는지.. 제가 처음 음악을 열심히 들었던 중학생 때 ‘랩’을 담당하던 에픽하이가 있었다면, 취향 저격의 비트를 담당하던 ‘salon 01’이 있었고, 더 파고들어보니 J Dilla, FLYamSAM, iglooghost 같은 프로듀서들이 있었고요. 그냥 듣기가 좋았어요. 저는 기본적으로 좀 그런 취향인 것 같아요. 음악에서 느껴지는 ‘하드코어’함은 상관없어요. 그냥 독특한 무언가가 끌립니다.
Q. 자주 JPEGMAFIA를 샤라웃하기도 하셨고. [MODM 2]부터는 확실히 JPEGMAFIA이 더 강하게 들리는 듯합니다. JPEGMAFIA의 어떤 부분을 특히 좋아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 JPEGMAFIA의… 뭐라고 해야 할까요… 비트를 먼저 만들었을지, 랩을 먼저 만들었을지 구분이 안 가는 프로덕션과 믹스… 저도 창작을 하는 사람으로서 그 아이디어가 멋있는 건지 구현된 결과가 멋있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 우선 곡이 발매되고 들었을 때 “와 무슨 생각으로 이런 걸 만들었지? 진짜 신난다!” 이런 게 좀 좋지 않나… 특히 최신 앨범 [I LAY DOWN MY LIFE FOR YOU]에서 ‘SIN MIEDO’ 나 [DIRECTOR’S CUT]에서의 ‘PROTECT THE CROSS], 전에 낸 것 중에는 ‘Jesus Forgive Me, I Am A Thot’ 같은 곡의 코드 및 송 폼 진행들이 참 대단하다고 느껴지거든요. 지금 언급한 곡으로 저는 페기의 완전한 서포터가 되었답니다.
Q. 매 앨범이 그렇긴 하지만, 특히 [재건축], [송정맨션]에 이어 [HOWANMANA]까지, 같이 협업 하는 아티스트들마다 확연히 앨범의 사운드가 바뀐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가운데서 쿤디판다 님만의 개성을 이어가는 데 필요한 것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 함께 하는 사람들에 대한 신뢰입니다. 저는 애초에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 아티스트와 합작을 내지 않아요. 물론 속단하긴 이른 게, 그림이 지금 당장 안 그려지는 걸 수도 있으니까요. 김라마라는 아티스트가 저한테 처음 메일을 보낼 때, 그 사람의 음악을 들었을 때 이미 제가 여기에 섞이면 무슨 역할을 해야 할지 알고 있었어요. 그 사람의 사운드 스케이프가 공간이라면, 그 공간을 부수지 않고 녹아드는 연습을 하는 것이죠. 적응?에 가까운 태도일 수도 있겠네요.
Q. 노래가 어둡고 강하지만, 동시에 ‘WABANGA’, ‘AF1’, ‘partymonster’와 같은 트랙에서는 동시에 신나는 바이브까지 들리기도 했습니다. 의도하신 부분일까요?
- 댄서블한 음악을 계속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정확히는 헤드뱅잉? 이 될 수 있는 음악이요. 오래전부터 해온 생각이지만 음악은 음악대로 즐겨야 하는 요소가 분명해야 하니까요. 저 같은 경우는 다채로운 라이밍 및 랩스킬이 가능한 능력자니까, 그런 걸 잘 사용해서 비트랑 어우러지게 하는 것. 비트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비트의 메인 루프가 전달해 주는 리듬을 잘 이해하고, 그 위에 제 랩의 리듬이 얹어졌을 때 합이 잘 맞게끔 조율을 하는 것… 그런 게 제 의도라고 볼 수 있겠네요.
Q. 그런가 하면 ‘@hatefullmind’는 분위기적인 부분에서 이질적으로 느껴집니다. 어떤 의도에 서 넣은 트랙일까요?
- 앞서 얘기했지만 이 트랙은 저한테 의미가 있는 트랙입니다. 저의 옛날 괴로웠던 시절을 생각하면서 만들었거든요. ‘언젠가 이 이름으로 곡을 만들어야지’라는 생각에서 결국 이 곡을 만들 때가 되었을 때, 저는 이 곡이 가장 브루탈한 앨범에서 나올 가장 아름다운 선율을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제 지난날들의 혼란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으니까요! 그래서 옛날 저의 존재를 노래하는 이 트랙이 더 더 오해받을 수 있길 바랐습니다. 아니다 다를까, 그 곡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 곡이 왜 이 앨범에 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반반 갈려서 너무 좋았습니다.
Q. ‘@hatefullmind’의 OLNL 님을 제외하면 앨범의 피처링 아티스트가 대체로 비교적 메이저 씬이 아닌 언더그라운드 씬에서 활동하시는 아티스트 분들입니다. 어떤 기준에서 섭외하신 건지,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 늘 그렇지만 피처링 섭외를 할 때 제가 꽂히는 사람들로 섭외합니다. 메이저 언더 이런 건 상관없어요. 근데 아무래도 메이저 아티스트들은 소비가 된 이미지가 많으니 저 조차도 덜 꽂힐 순 있다고 생각해요!
Q. 앨범이 본인들을 ‘basegod’으로 지칭하고 씬에 대한 생각을 풀어가는 내용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전체적으로 직설적인 화법으로 풀어가지만, 특히 타이틀 ‘WABANGA’에서 ‘소꿉 놀이 카르텔 적응 못 했고’, ‘밖에 나와보니 pro들이 더 없는 profession’이라는 가사에서 더 확고하게 주제를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앨범을 통해 말하고 싶던 메시지에 관해 더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 그러니까, 제가 저 스스로를 판단해 보았을 때, 우선 더 이상 올라가고 싶은 생각이 있나? 어떤 사회적인 측면에서…. 분명히 잘나가고 싶고 누군가의 우상이고 싶은 생각이야 언제나 있긴 하지만 제가 딱히 슈퍼스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SHOW ME THE MONEY 12>를 참여하게 된 계기도 뭔가 ‘제가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저번 참가 때는 그러지 못했던 것 같아서)의 차원에서 나간 거였어요. 물론 정말 그 마계에 다시 발을 들이는 데에는 너무 큰 용기가 필요하긴 했지만요. 근데 나가보니 더 확실하게 알겠는 게, 저는 그런 특수한 환경에 오래 머무르면서 제가 익숙하지 않은 압력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아닌 것 같더라고요. 쉽게 말하자면 뭐랄까… 그냥 그 과의 인간이 아닌 것 같다고 느꼈어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랑하는 음악을 만드는 게 훨씬 재미있고, 그걸 설득시키는 데에 시간을 쓰는 게 훨씬 나은 것이죠.
하지만 보통 힙합 팬들의 시선에선 이건 일종의 ‘도망’이자 ‘항복 선언’으로도 보이기도 합니다. 그 시스템 위에서 놀지 못하면서 외곽 혹은 지하 아래로 뚫어 나아가버리겠다? 별로 달가운 이야기는 아니죠. 그래서 이 지점을 차용해서 나온 것이 basegod이었어요. 우리가 그들이 원하는 저 ‘위’를 쳐다보지 못할지언정 이 아래에서 나오는 거대한 에너지를 설득시켜보자. 뭐 그런 것 같습니다.
사실 지하나 언더그라운드에 관련한 키워드는 [MODM 2]에서도 나오죠 ㅎㅎ
Q. 또, 몇 개의 트랙에서 공통으로 ‘주변의 충고’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며 그런 소위 ‘쓸데 없는 충고’에 대해 ‘꼰대의 이야기’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어떤 이유에서 이런 가사를 싣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 저는 이른 나이에 음악을 시작했고, 너무 다행히도 정말 많은 기회들을 잡으면서 살아왔었는데요, 그 여정에는 굉장히 많은 형들이 존재했습니다. 자기를 닮았다는 형, 자기 말을 들어야 성공한다는 형, 뭐 자기 사상을 강요하는… 뭐 그런 사람들이었는데 세상에 공짜는 없는 건지, 그 형들과 친하게 지낼수록 제가 뭔가 도와줘야 하는 일들이 많더라고요. 생각보다 제가 얻어 가는 건 없는데. 그리고 사실 까놓고 얘기해서 들을 필요도 없죠 모든 건 저의 선택이니.
저한테 있어서 가장 큰 적들은 저를 제 맘대로 자기 ‘편’으로 포섭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충고 몇 번에 술자리 몇 번 가졌다고 큰 착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죠. 저는 누구 편도 아니었어요.
Q. 6번 트랙 ‘boonsinsaba Interlude’를 기점으로 ‘중 2병 안고쳐진 둘은 망원의 basegod’처 럼 ‘basegod’인 본인들이 밖으로 뿜어내던 분노에서 그 혐오의 마음을 무시한 채,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 ‘음악이나 하면서, 하루하루를 즐겨야지’라는 맥락으로 돌아간다고 해석했습니다. 이 해석이 맞는지, 아니라면, 앨범의 대략적인 내러티브가 어떻게 되는지도 궁금합니다.
- 아니요. 이게 맞습니다. 어쨌든 저희가 저희 스스로를 basegod이라 지칭하면서 뭐 중2병이라도 걸린 것처럼 “ㅋㅋ 호환마마~” 해도 바뀌는 건 없으니까요.
Q. 또, 앨범 전체적으로, ‘분신사바’나, ‘행운의 편지’, ‘SCP’ 등, 미신이나 공포스러운 키워드가 많이 등장한다고 느꼈습니다. 가사에서 특별히 신경 쓴 지점이 있을까요?
- 부가적인 키워드들이죠. 바이러스처럼 창궐하고, 왕과 왕비를 죽이고, 행운의 편지, 분신사바, SCP, creepy pasta 전부 다 미지에서 오는 신비로움을 담고 있는 것들이니까요!
Q. 이번 앨범 피드백 중에, ‘랩적으로 정점에 달한 것 같다’하는 반응이 많은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런 반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 저는 아직 시작도 안 했습니다. ㅎㅎ
Q. 앨범 자켓에서 ‘HOWAN’과 ‘MAMA’가 다른 폰트로 적혀있습니다. 이에 대한 의도가 궁금합니다.
- 비밀로 하겠습니다! 디자이너가 얘기해 준 내용인데, 로우키 하게 가지고 가는 게 좋아서요.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 [The Spoiled Child : 균]과 [가로사옥]과 [MODM]을 섞은 앨범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신기하죠?
Q. STXXCH 님 외에도, 같이 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 너무 많습니다. 연락 주세요~
Q. 최근에 좋게 들으신 아티스트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 HYOI, Willa, 해무 꼽고 싶네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을까요?
- 저는 갈 때도 예술로 갈 겁니다. 안녕히 계세요!
by. 르망
by. 베실베실
by. 루영
by. 태휘
by. 카니